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불 뱀과 구리 뱀[23] / 시나이에서 모압으로[2] / 민수기[38]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15 조회수1,221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3. 호르마를 점령하다(민수 21,1-9)

 

이스라엘이 아타림 길로 온다는 소식을 네겝에 사는 가나안 사람, 아랏 임금이 듣고, 이스라엘에 맞서 싸워 그들 가운데 얼마를 포로로 잡아갔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주님께 서원하였다. “저 백성을 제 손에 넘겨주시면, 그들의 성읍들을 완전 봉헌물로 바치겠습니다.” 주님께서 이스라엘의 소리를 들으시고 가나안족을 넘겨주셨다. 이스라엘은 그들과 그들의 성읍들을 완전 봉헌물로 바쳤다. 그래서 그곳의 이름을 호르마라 하였다.

 

여기서 아타림 길정찰 또는 정탐꾼의 길로 알려지며, 아랏은 어디에 있는지 지금도 분명하지 않는단다. ‘호르마라는 지명은 완전 봉헌물로 바치다라는 히브리 말 동사 하람또는 명사 헤렘으로 설명하곤 한다. 이곳은 만용으로 하느님으로부터 벌을 받은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을 향한 여정에서 승리를 체험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이스라엘인들이 이미 차지한 곳으로 언급된 지명의 이름을 설명하고자 한다(14,45; 판관 1,17 참조).

 

사실 완전 봉헌물은 셈족 계통의 민족들에서는 전투를 벌이기 전에, 군대의 수장이 노획물 가운데 어느 부분을 자기가 차지하겠다고 예고하였다. 그러면 이 부분은 군인들이 차지하거나 다른 용도로 쓸 수가 없었다. 옛날 이스라엘에서는 주님께서 친히 군대의 수장이셨다. 그래서 노획물의 일부 부분이 그분을 위해서 유보되었다. 이것을 완전 봉헌한다는 의미에서, 포로는 죽이고 물건은 파괴하였다. 그래서 완전 봉헌물로 바치다전멸시키다, 완전히 파괴하다등의 뜻도 지니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 완전 봉헌물은 가나안의 주민들과 그들의 성소에 해당되는데, 이는 가나안 종교 의식의 유혹에서 이스라엘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33,55; 신명 7,1-5 참조).

 

그 후 그들은 아론 죽음 후 삼십 일간의 애도 기간을 마치고 에돔 땅을 돌아서 가려고, 호르 산을 떠나 갈대 바다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 이 바다는 이스라엘인들이 기적적으로 건넌 그 바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수에즈 만 해안으로 간주되며, 구체적으로는 아카바 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성경에서 말하는 갈대 바다는 홍해에 이르는 이 수로를 말한다. 지금 이스라엘인들은 에돔을 피해 가려고 남쪽으로 가는 것이다.

 

길을 가는 동안에 백성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백성은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였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빵 같은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인 만나는 이제는 정말 진저리가 나오.” 사실 무엇 때문에 백성이 조급해졌는지는 모른다. 아마도 물이 또 떨어졌나보다. 그리하여 다시 한 번 더 백성의 믿음이 약해져 모세에게 대든다. 그들은 또 하느님의 자비를 잊었다. 심지어 그 오랜 기간에 먹은 만나에 대한 감사마저 잃었다.

 

그러자 백성의 원성에 대한 분노의 표시로 주님께서 백성에게 불 뱀들을 보내셨다. 이는 사막에서 서식하는 독사를 말한다(이사 6,2; 14,29; 30,6 참조). 그것들이 백성을 물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죽었다. 백성이 모세에게 와서 간청하였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또 죄를 지었습니다.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래서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이에 용서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이번에도 그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기둥에 해당하는 히브리 말은 본디 , 깃발, 깃대를 뜻한다. 그리하여 모세는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 놓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물론 기둥에 매달린 구리 뱀 어떤 치유의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뱀은 단지 죄의 타락이 하느님의 은혜에 의해 정복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시일 뿐이다. 불 뱀은 죄의 결과로 기어 나왔지만, 구리 뱀은 십자가로 하느님의 은혜를 나타내는 것이다. 하느님을 믿고 그분 계명에 이처럼 충실하면 무한한 그분의 은총은 우리에게 주어질 게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호르 산에서 길을 떠나 모압까지 하느님의 인도로 광야에서의 긴 여정을 또 나아갈 것이다.[계속]

 

[참조] : 이어서 ‘24. 호르 산에서 모압까지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불 뱀,구리 뱀,호르 산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