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2월 17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16 조회수2,190 추천수9 반대(0)

아버님은 가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두 가지를 물려준다. 하나는 5대째 천주교를 믿는 신앙이고, 다른 하나는 한양(漢陽) () 씨라는 성()이다.” 저는 교우촌에서 태어났습니다. 사제서품을 받은 후에 태어난 고향에 가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매일 기도하시는 삶을 보여주셨고, 신앙 안에서 사시다가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신앙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신앙인들은 재물, 권력, 명예를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전에 먼저 신앙을 물려 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재물, 권력, 명예는 사라질지라도 신앙은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양 조씨 현주공파입니다. 25대 손입니다. 시조는 고려시대에 벼슬을 하였고, 조선이 개국할 때 공신으로 함께 했다고 합니다. “정암(靜菴) 조광조(光朝)는 개혁 정치가로 유명합니다. 현대 인물 중에서는 시인이자 교육자인 조병화(趙炳華), 조지훈(趙芝薰), 독립운동가 조병옥(趙炳玉), 주일대사를 지낸 조세형(趙世衡), 헌법재판관을 지낸 조승형(趙昇衡), 국방부장관을 지낸 조성태(趙成台), 22대 공군참모총장 조근해(趙根海), 국문학자 조동일(趙東一), 역사학자 조동걸(趙東杰), 통일부 장관 조명균(趙明均), 학교법인 우암학원 설립자 우암 조용기(趙龍沂)”와 같은 분이 있습니다. 조상들에게 감사드리며 살아가는 것이 후손들의 도리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본의 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겼을 때 독립 운동가들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통해서 나라를 다시 찾을 것을 다짐했습니다. 단재 신채호는 조선상고사를 통해서 우리 민족의 정통성을 밝히려고 했습니다. 계연수는 환단고기를 통해서 우리 민족의 정통성을 밝히려고 했습니다. 조선상고사와 환단고기가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쓰였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열정과 나라 잃은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 쓰였다고 생각합니다. 신라를 중심으로 하는 삼국사기의 관점도 있지만 고구려를 중심으로 하는 조선상고사의 관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짧은 단군신화의 관점도 있지만 환단고기를 통한 단군조선의 관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역사를 알고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역사가의 역할은 과거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과거에서 그를 해방시키는 것도 아니다.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로서 과거를 이해하고 다루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겁니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가 없기 때문입니다.

 

4복음서는 모두 예수님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마르코 복음은 예수님의 족보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시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으며 그것이 기쁜 소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방인들에게는 예수님의 족보가 굳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의 족보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후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다윗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한 마디로 예수님은 뼈대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이야기합니다. 루카 복음도 예수님의 족보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을 뛰어넘어서 아담의 후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 처음으로 창조하신 아담의 후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루카는 유대인을 넘어서 온 인류를 위한 예수님의 탄생을 이야기합니다. 요한 복음은 혈연으로 인한 예수님의 족보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온 인류를 넘어서 우주적인 사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고 합니다. 말씀이 하느님이셨다고 합니다. 말씀이 예수 그리스도라고 이야기합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구원자라는 사실입니다. 그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 다는 것입니다.

 

한 자매님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자매님은 아직 신앙을 갖지 않았던 남편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가정에 충실했고, 완고한 성격이었습니다. 양심에 따라서 살기 때문에 굳이 신앙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부모님께 효도를 잘 하였고, 아이들도 잘 키웠기 때문에 결혼기념일에 선물로 성당에 함께 가기로 하였습니다. 남편의 말을 들은 아내는 너무 기뻤고, 그날 저녁 미사를 남편과 함께 갔습니다. 그런데 그날 복음은 오늘 우리가 들었던 예수님의 족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잘 모르는 이름이 지루하게 반복되었기 때문에 아내는 내심 걱정을 하였습니다. 모처럼 남편과 함께 성당에 왔는데 하필이면 지루한 족보이야기 나왔기 때문입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아내는 남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이야기는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상당히 뼈대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하면서 예수님을 한번 믿어 보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남편도 나름 뼈대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자매님께서 신앙 안에서 충실하게 사셨기 때문에 남편은 지루한 족보의 이야기도 의미 있게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함석헌 선생님은 그 한사람이라는 글을 우리에게 남겨 주었습니다. “만리길 떠나는 날 그 한 사람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다면 좋겠습니다. 불의가 가득한 이 세상에 그 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제 곧 성탄입니다. 우리가 이웃들에게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이웃들이 우리의 그런 모습을 보고, 주님을 믿고 싶다고 말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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