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2월 18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17 조회수1,920 추천수11 반대(0)

20188월에 저는 안식년을 신청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저의 청을 들어주셨고, 9월부터 제주도 엠마오 연수원에서 3개월간 연수를 하면서 안식년을 시작하였습니다. 광주교구, 전주교구, 대구교구, 안동교구, 마산교구, 원주교구, 청주교구, 인천교구, 의정부교구, 수원교구, 서울교구의 사제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18명의 사제들이 연수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 신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밤이면 이야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사목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쉬는 날이면 제주도 올레 길을 걸었습니다. 마라도, 추자도에도 같이 다녀왔습니다. 이시돌 피정의 집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쳤습니다. 오름에 올라 밤하늘의 별을 보았습니다. 모두들 저마다의 주특기가 있었고 함께 나누었습니다. 노래를 잘 하는 사제, 낚시를 잘 하는 사제, 요리를 잘 하는 사제, 운전을 잘 하는 사제, 이야기를 잘 하는 사제가 있었습니다.

 

신학생 때 즐겨 부르던 성가 84번이 생각났습니다. “얼마나 좋고도 즐거운고 형제들이 함께 형제들이 함께 모여 사는 것 얼마나 좋은고 뭇 나라 백성들아 주님을 찬미하라 온 세상 사람들아 주님을 찬미하라. 주님 사랑 우리위에 꿋꿋하셔라 주님의 진실하심 영원하리라.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매일 아침 이시돌 피정의 집에 있는 호수를 걸었습니다. 호수 둘레에는 묵주기로를 할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엠마오 연수는 충전의 시간이었고, 사제들과 우정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배움의 기회도 되지만 나눔의 시간도 되었습니다. 연수를 마치고 달라스에 있는 동창신부에게 가기로 했습니다. 동창 신부가 휴가를 가면서 1달 동안 미사를 부탁하였습니다. 안식년 중이기에 기분 좋게 가겠다고 했습니다. 여행도 가고, 미사도 할 수 있으니 마당 쓸고 동전 줍는 일이었습니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일이었습니다.

 

연수를 마치고 달라스로 가기 전입니다. 주교님께서 부르셨고, 미국에서의 사목을 제안하셨습니다. 뉴욕에 있는 가톨릭평화신문을 맡아서 일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사제는 서품을 받을 때 신앙고백, 독신서약, 순명을 약속합니다. 주교님의 말씀에 기쁜 마음으로 순명하였습니다. 작년 8월에 미국으로 왔고, 벌써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홍보를 다니려고 하는데 코로나19가 불쑥 찾아왔습니다. 공동체의 미사가 중단되었고, 식당이 문을 닫았습니다. 갈 곳도 없고, 갈 수도 없었습니다. 언론사는 예외적으로 문을 열었고, 직원들과 함께 신문을 제작하였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에 제게 힘이 되어 준 것은 역시 사제들이었습니다. 각자의 일로 모두 바쁘게 지냈는데 코로나19로 뜻하지 않게 여유가 생겼습니다. 영상으로 하는 미사에 함께 했습니다. 매주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의기투합해서 캠핑장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뉴욕에서도 형제들이 함께 모여 사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행복은 굳이 장소를 따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행복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진 것을 나누면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행복은 하느님을 찬미하며 기도하면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사람은 불가마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하난야와 아자르야와 미사엘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그분을 찬송하고 드높이 찬양하여라. 그분께서 우리를 저승에서 구해 주시고 죽음의 손아귀에서 구원하셨으며 불길이 타오르는 가마에서 건져 내시고 불 속에서 건져 내셨다.(다니엘 3, 88)” 사랑하는 부부는 칼날 위에 서도 행복하게 잠들 수 있지만 사랑이 없는 부부는 넓은 침대에서도 잠들지 못한다고 합니다. 커다란 집과 넓은 식탁이 있어도 사랑이 없으면 화목한 가정이 될 수 없습니다. 작고 누추한 집일지라도 사랑이 있으면 행복한 가정입니다.

 

요셉 성인은 법대로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만 살아도 충분히 존경받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을 충분히 아름답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요셉은 이제 새로운 삶을 선택합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령으로 잉태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 들였습니다. 이것은 바로 마리아가 선택한 삶이기도 합니다. 마리아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이것은 또한 예수님의 삶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하지만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따를 수만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어디에서나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제 곧 성탄이 다가옵니다. ‘나눔과 봉사, 희생과 친절의 선물을 준비해서 주님께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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