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말하는 나귀[2] / 모압 평원에서[3] / 민수기[4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19 조회수1,193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 발라암과 그의 나귀(민수 22,21-35)

 

발라암은 아침에 일어나 나귀에 안장을 얹고, 모압의 대신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하느님께서는 발라암이 가는 것을 보고 진노하셨다. 여기서부터 발라암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첫 번째에서 발라암에게 내린 하느님의 허락과는 무관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주님의 천사가 그를 막으려고 길에 서 있었다. 발라암은 나귀를 타고 가고, 하인 둘도 그와 함께 있었다.

 

나귀는 주님의 천사가 칼을 빼어 손에 들고 길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길을 비켜나 밭으로 들어갔다. 발라암은 나귀를 때려 다시 길로 들어서게 하였다. 그래서 주님의 천사가 포도밭들 사이, 양쪽에 담이 있는 좁은 길에 섰다. 나귀가 주님의 천사를 보고 벽으로 몸을 바싹 붙이는 바람에, 발라암의 발까지 벽으로 바싹 붙게 되었다. 그러자 발라암이 다시 나귀를 때렸다. 주님의 천사가 앞으로 더 나아가,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비켜날 길이 없는 좁은 곳에 섰다.

 

그래서 나귀는 주님의 천사를 보고 발라암을 태운 채 주저앉아 버렸다. 발라암은 화가 나서 지팡이로 나귀를 때렸다. 그때에 주님께서 나귀의 입을 열어 주시니, 나귀가 발라암에게 말하였다. “내가 당신께 어쨌기에, 나를 이렇게 세 번씩이나 때리십니까?” 발라암이 나귀에게, “네가 나를 놀려 대지 않았느냐? 내 손에 칼만 있었으면, 내가 너를 당장 쳐 죽였을 것이다.” 하자, 나귀가 발라암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날까지 당신이 일생 동안 타고 다닌 나귀가 아닙니까? 내가 언제 당신께 이렇게 하는 버릇이라도 있었습니까?” 그가 없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때에 주님께서 발라암의 눈을 열어 주셨다.

 

그제야 그는 주님의 천사가 칼을 빼어 손에 들고 길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무릎을 꿇고 얼굴이 땅에 닿도록 엎드렸다. 주님의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어찌하여 너의 나귀를 이렇게 세 번씩이나 때렸느냐? 네가 내 앞에서 나쁜 길을 걷기에, 내가 막으려고 나왔다. 나귀가 나를 보고 세 번이나 내 앞에서 비켜났으니 망정이지, 내 앞에서 비켜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나귀는 살려 주고 너는 이미 죽였을 것이다.”

 

발라암이 주님의 천사에게 말하였다. “제가 잘못하였습니다. 저는 당신께서 저의 길을 막고 서 계신 줄을 몰랐습니다. 그러니 이제 당신의 눈에 거슬리면 제가 돌아가겠습니다.” 주님의 천사가 발라암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들과 함께 가거라. 그렇지만 내가 너에게 하는 말만 해야 한다.” 그리하여 발라암은 발락의 대신들과 함께 갔다. 그는 이제 발락은 물론 누구에게도 저주의 말을 감히 할 수가 없을 게다. 하느님의 천사로부터 잘못하면 죽을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도 받았겠다, 그의 탐욕 때문에 말 못하는 짐승인 나귀로부터 수치까지 당했기에.

 

사실 동물과 사람이 서로 언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의사소통을 한 사례는 성경에서는 발라암과 그가 평생 함께 한 그의 나귀가 두 번째인 것 같다. 첫 경우는 뱀의 유혹이었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창세 3,4-5) 에덴동산에서 이브는 끝내 뱀의 이 저주스런 한 마디 말에 선악과를 따먹고는 그의 눈이 열려 알몸인 자신을 발견하고는 수치를 느꼈다나.

 

아무튼 하느님께서는 뱀에게 모든 짐승들 가운데에서 저주를 받아 평생 배로 기어 다닐 것을, 하와에게는 출산의 고통을, 아담에게는 죽을 때까지 땀 흘리며 노동할 것을 말씀하셨다. 다 뱀의 저주에 놀아난 탓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아담과 함께 결국 영원한 천국 에덴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노아 홍수 이전에는 지상에는 에덴이라는 천국이 있었던 것 같다. 이처럼 천국에서는 하느님의 창조물인 사람과 동물이 말로 자연스럽게 소통했나보다. 물론 다들 하느님과도 의당 소통했으리라.

 

그때까지만 해도 모르긴 몰라도 발라암은 발락의 부탁으로 이스라엘인들에게 저주의 말을 내릴 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소유의 유혹에 빠져 발락을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천사를 보내시어 그가 그렇게 그가 평생 타고 다닌 나귀로부터 수치를 당하게 하신 것이 아닐까? 남의 소유를 탐하려하다가 자기가 소유한 말 못하는 나귀로부터 치욕적인 수모를 느낀 것이다. 발라암의 영혼을 깨우치고자 말 못하는 나귀에게 말문을 열게 하였다. 참으로 참담한 굴욕이었다. 말 못하는 짐승에게는 눈을 열게 하셨고, 눈뜬 그의 주인장 발라암에게는 그의 멀쩡한 눈을 장님으로 만드신 것이다.

 

우리도 자신의 분에 넘치는 소유욕을 버려야만 한다. 법정 스님은 그의 저서 무소유에서 불필요한 것의 소유가 주는 집착에 대해, 누구라도 공감하는 따끔한 일침을 자신의 경험으로 주셨다. 어떤 스님이 안긴 난초 두 분을 얘들처럼 키우느라, 스님 본연의 일인 승가의 유행기인 산철에도 나그네 길을 나서지 못했다나. 그리하여 난초마냥 말이 없는 친구의 품에 난초를 안기고 나니 서운함보다 오히려 홀가분했단다. 스님께서는 말씀하신다. 불필요한 소유욕 때문에 저주스런 비극도 발생한단다. 그리하여 스님께서는 당신의 그 귀한 말씀조차 더는 소유하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기시기도 하셨다. 아무튼 발라암은 순간적인 소유욕에 빠져, 그만 하느님으로부터 혼쭐이 크게 났다.

 

발락은 발라암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맞으러 자기 영토가 끝나는 아르논 강 경계의 이르 모압으로 나갔다.[계속]

 

[참조] : 이어서 ‘3. 발라암의 첫 번째 신탁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나귀,주님의 천사,소유욕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