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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25 조회수2,112 추천수9 반대(1)

토론토에 살 때의 기억입니다. 외국 신부님들과 한국 식당엘 갔었습니다. 김치찌개에 소주를 먹었습니다. 소주의 이름이 처음처럼이었습니다. 신부님들이 소주의 이름을 물어 보았습니다. 신부님들께 창세기의 “In the beginning"과 같은 의미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신부님들이 한국은 술 이름을 영성적으로 정한다고 놀라워했습니다. ‘처음처럼이라는 글도 있습니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다시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우리가 생일을 기억하는 것은 세상에 처음으로 왔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과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2021년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교회는 지난 대림 제1 주일부터 1년 동안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기념 희년을 선포하였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한국의 첫 번째 사제였습니다. 순교로서 신앙을 증거하였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한국 천주교회 사제들의 수호성인이 되셨습니다.

 

아프리카에는 수십만 마리의 누(wildebeest) 떼가 먹이와 물을 찾아 세렝게티에서 마사이마라까지 이동합니다. 250만년동안 이어진 이동입니다. 마지막 목적지 앞에는 마라 강이 있습니다. 강은 물살이 거세고, 악어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을 건너야만 파란 풀을 먹을 수 있습니다. 강을 건너야만 살 수 있습니다. 많은 누들이 주저하고 있을 때입니다. 한 마리의 누가 거센 물살 위로 몸을 던져 강을 건넙니다. 그러면 나머지 수십만 마리의 누가 따라 강을 건넙니다. 한 마리의 누가 강을 건너지 않았다면 250만년 동안 이어지는 누 떼의 이동은 없었을 겁니다. 강을 건너면서 거센 물살에 떠내려가는 누도 있습니다. 악어에게 잡혀 먹히는 누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는 약속의 땅인 마사이마라를 포기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한 마리의 누가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강을 향해 몸을 던지는 겁니다.

 

성탄의 기쁨이 있는 바로 다음 날, 우리는 교회의 첫 번째 순교자인 스테파노 순교자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사람이 되신 이유를 늘 기억하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느님께서 모든 권력과 능력을 포기하시고 사람이 되신 것을 의미합니다. 성탄으로 인해서 우리들은 구세주 예수님은 어떤 존재인지 묵상할 과제를 부여받습니다. 마구간이라는 가장 가난하고 낮은 자리에서 태어났음을 늘 기억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태어날 때부터 가난하였고 나는 머리 둘 곳조차 없다고 자신의 처지를 말한 적도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너희들의 것이다.’ 제자들을 파견하면서도 지팡이조차 들고 가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철저한 무소유와 자발적 가난의 모습만이 가장 제자다운 삶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 성탄입니다. 많은 성인과 성녀가 있지만 스테파노 성인이 예수님을 믿으며 처음으로 순교하였고, 신앙을 증거하였습니다. 스테파노 성인의 뒤를 이어서 수많은 성인과 성녀들이 예수님을 믿으며 신앙을 증거하였고 천상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스테파노를 통해서 신앙인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됩니다. 그것은 또한 예수님께서 이미 보여 주신 길이기도 합니다. ‘제 영혼을 아버지의 손에 맡기나이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스테파노는 죽음의 순간에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십자가 위에서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죽음의 순간에서도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순교란 단순히 목숨을 바치는 것만이 아닙니다. 순교란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이것이 신앙의 신비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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