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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27 조회수1,909 추천수9 반대(0)

매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성체를 모시기 전에 이렇게 경문을 읽습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그러면 교우들은 이렇게 응답합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오늘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을 지내면서 문득 세상의 죄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앙 안에서 세상의 죄는 중요한 주제였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의 인사를 하면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교회에서 말하는 세상의 죄는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세상의 죄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권력에 의한 폭력이 있습니다. 파라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아이 중에서 남자 아이를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살려주셨고,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였습니다. 헤로데는 예수님께서 태어난 시기에 2살 이하의 어린아이를 죽이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이집트로 피난 가셨던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 되셨습니다. 역사를 보면 권력에 의한 폭력이 많았습니다. 네로는 로마의 대화재에 대한 누명을 씌어서 신자들을 박해하였습니다. 일본은 관동대지진으로 민심이 나빠지자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누명을 씌어서 많은 조선인들이 피해를 당했습니다. 히틀러는 민족적인 우월성을 내세우며 유대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한국에서도 권력에 의한 폭력이 있었습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 광주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들을 폭도로 몰았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였습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조작된 간첩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구조적인 폭력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민주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최근까지 인류는 신분과 계급이 정해진 사회였습니다. 노예와 노비가 있던 사회였습니다. 여성은 교육과 사회생활에서 차별을 받았습니다. 민주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도의 민주화도 중요하지만 경제의 민주화도 필요합니다. 권력과 언론의 유착은 부정과 부패의 씨앗이 됩니다. 권력과 재벌의 유착은 비리와 대형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재벌과 언론의 유착은 소비자들의 피해에 눈을 감기도합니다. 선진국은 단순히 제도적인 민주화를 이룬 나라가 아닙니다. 선진국은 제도적인 민주화뿐만 아니라 경제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나라입니다. 정치의 구조는 투명하고, 정치인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합니다. 경제의 구조는 분배의 정의를 실현합니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합니다. 교육, 주거, 의료의 혜택이 모두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입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정치와 제도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예전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전쟁의 책임은 히틀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있다! 그들이 사회주의자들을 잡아갈 때, 나는 침묵했다/ 사회주의자가 아니었기에/ 그들이 노동운동가들을 잡아갈 때, 나는 침묵했다/ 노동운동가가 아니었기에/ 그들이 유대인들을 잡아갈 때, 나는 침묵했다/ 유대인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나를 잡아가러 왔을 때/ 나를 위해 항의해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또 이런 글도 있습니다.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오직 선한 자들의 무관심이다.”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이사야 예언서를 읽으셨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선포하셨습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예수님께서는 권력에 의한 폭력, 구조적인 폭력인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셨습니다.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의 축일을 지내면서 안타가워 하거나, 슬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예수님을 모시는 우리는 세상의 죄를 없애도록 노력해야합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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