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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일 하루 일상을 보내면서.....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28 조회수981 추천수2 반대(0) 신고

 

 

어제 저녁에 하동 악양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부님께서 전화를 주셨는데 마침 그 시간에 가족들과 수도원 문제로 심한 다툼이 있는 중이라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카톡으로 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주일 아침에 신부님께서 문자를 주셔서 제가 통화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에 우연히 이 신부님으로부터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성소에 대한 불씨가 살아난 것입니다. 오늘도 통화를 하면서 여담으로 신부님 덕택에 이 길을 갈 수가 있는 건 감사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힘들 땐 그때 신부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냥 세상에서 열심히 살려고 했을 텐데 하고 원망아닌 원망도 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말씀드리니 신부님 특유의 재치로 또 잘 피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원래는 지난달에 수도원에 한번 와서 손님방에 하루 묵고 가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만 그만 중간에 신부님 모친상을 당하셔서 가지를 못하고 저도 입회 날짜가 앞당겨지다보니 통화로만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신부님께서도 처음엔 아버지와 몇 년 동안 의절을 하셨다고 합니다. 몇 년 세월이 흐르니 이해하고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저도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수도원 주방에 있는 한 형제도 지난번에 산책을 할 때 들은 이야기지만 믿지 않는 가족인데 아버지가 영세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저도 이로 인해서 가족이 하느님 품 안으로 올 수가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오늘 신부님의 말씀 중에 인상적인 말씀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반대를 하셨기 때문에 허투루 살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고 하셨습니다. 어쩌면 그게 또 하나의 약이 된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음에 예수님의 말씀처럼 예수님 때문에 가진 것, 가족, 땅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은 단순히 보상이 아니라 그에 합당한 것으로 되돌려주신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희망을 가지라고 하셨습니다.

 

오후에는 갑자기 한 밴드에서 자매님 한 분이 개인 쪽지를 하나 보내주셨습니다.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제가 밴드에 올린 글을 여러 차례 보고 용기를 내서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내용은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그로 인해 지금 가정이 파탄이 난 상황이라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개인 프라이버시 때문에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아들을 잃었기 때문에 또 오늘 시어머니께서 선종을 하셨는데 아들의 이름이 없으니 슬픔이 더 몰려왔다고 했습니다.

 

쪽지에서는 염치불구하고 수도원에 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아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부탁한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응당 부족한 사람이지만 해드린다고 했습니다. 사실 쪽지 내용을 보고 답장을 했지만 평소에 댓글로 응원을 해 주셨던 분이라 제가 개인적으로 전화번호를 남겨서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통화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위로를 해드리려고 했습니다. 저도 형이 사고로 어머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 보내드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했습니다. 통화를 해보니 처음엔 하느님을 원망하는 듯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동생도 신자인데 언니 하느님이 있다면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느냐고 하신다면서 슬픔을 말씀하시는데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자매님의 사연을 들어보면 그맘을 인간적으로는 이해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열심히 한 신자의 수준을 넘어서 봉사면 봉사 정말 열심한 신자분이였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분 인생에서 인생 밑바닥까지 내려간 경험이 이번이 세 번째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하느님, 어떻게 저한테 이럴 수가 있는지 하고 원망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저라도 자매님 입장이라면 그런 심정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지만 하느님께서 무자비한 하느님이 아닌 이상은 그 속에 뭔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뜻이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면서 제가 이번에 절대 머리로는 이해가 아니, 예수님의 말씀이니 이해할 수는 있지만 절대 이해불가한 산상설교가 가슴으로 이해된 체험을 말씀드렸습니다.

 

그제서야 자매님의 엉어리진 마음이 조금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자매님께서는 지금까지 가정사를 누구에게도 한 번도 말해보지 않았는데 제가 수도원에 간다고 하니 지금의 상태가 아마도 자매님 생각에 가장 제 영이 맑을 것이기 때문에 하느님과 좀 더 영적으로 가까운 상태에 있지 않을까 해서 제 기도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실례를 무릅쓰고 부탁하신다고 하셨지만 실제 제 지금 영혼의 상태는 그렇지 않으며 부족하지만 기도를 진심으로 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저도 지금은 제 코가 석자인데도 오늘 이분과 생각지도 못하게 이런 일로 무려 통화를 1시간 반 동안이나 했습니다. 부족한 사람이지만 한 시간 반 동안 통화를 하면서 자매님 속에 있는 지금까지 엉어리진 부분을 이야기를 하니 조금은 살 것 같다고 하시면서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자매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누군가 슬픈 사람이 있으면 그냥 힘내라고 위로하는 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슬플 땐 그냥 그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만약 누군가 옆에서 같이 슬픔을 함께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슬픔을 당하신 분에게 진정어린 심심한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혹여라도 오늘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아마도 다음에 이런 유사한 슬픔을 당하신 분들을 보면 오늘의 이런 경험이 또 다른 분에게 위로와 힘이 돼 주실 수가 있을 거라고 말씀을 드리면서 통화를 마무리했습니다. 물질적으로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한 영혼에 힘과 용기를 줄 수가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작은 보람이 될 것 같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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