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7. 가나안 땅의 경계(민수 34,1-15)

주님께서는 가나안 땅의 경계에 대해 모세에게 이르셨다. 그분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이르라는 내용이다. “너희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그것이 너희에게 상속 재산으로 돌아갈 땅이 된다. 곧 다음과 같이 경계가 정해진 가나안 땅이다.” 다음에 서술되는 사방 경계는 때로는 낱말 하나하나까지도 여호수아기의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여호수아기와는 달리 경계가 사전에, 이스라엘의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지도자 모세의 책임 아래 결정된다.

“남쪽은 친 광야에서부터 모압과 에돔 땅을 쭉 따라간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남쪽 경계는 ‘소금 바다’ 동쪽 끝에서 시작된다. 너희의 이 경계는 ′아크라삠 오르막′ 남쪽을 돌아 친 광야를 지나서, 그 끝이 카데스 바르네아 남쪽에 이른다. 거기에서 하차르 아따르로 나가 아츠몬을 지난다. 그 경계는 다시 아츠몬에서 ′이집트 마른내′ 쪽으로 돌아 가자까지, 그 끝이 큰 바다인 지중해에 이른다.”

사실 이 소금 바다는 말이 바다이지 지구상에서도 가장 낮은 곳으로 알려진 사해 호수다. 물이 흘러들어올 뿐 나가지 않고 다만 증발로 조절될 뿐이다. 그러기에 소금기가 많기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이 내용에 의하면 네겝 광야의 많은 부분이 이스라엘의 영토 안에 들어간다. ‘이집트 마른내’는 가자 남서쪽 지중해로 흘러 들어가는 와디 엘 아라쉬로 여겨지는데, 이스라엘 땅의 남쪽 경계로 흔히 일컬어진다. 남쪽의 서쪽 끝 바다는 당연히 지중해를 가리킨다.

“서쪽 경계는 큰 바다와 그 해변으로 이루어진다.” 사실 히브리 말 ‘경계’는 주로 바다 부근의 해안 지역을 가리킨다. 지중해가 팔레스티나의 서쪽에 있으면서 자연적인 경계를 이루기 때문에, 히브리 말에서는 흔히 ‘바다’가 ‘서쪽’의 뜻을 지니게 된단다. 그래서 이 서쪽 경계를 이루는 지중해가 여기서는 당연히 ‘큰 바다’로 불린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위치를 나타내는 ‘큰 바다’는 거듭 말하거니와 의당 지중해를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이 바다에 접한 이스라엘 민족의 서쪽 경계다.

“이스라엘의 북쪽 경계는 이러하다. 큰 바다에서 호르 산까지 선을 그어라. 또 호르 산에서 하맛 어귀까지 선을 긋고, 이 경계선의 끝이 츠닷에 이르게 하여라. 그런 다음, 경계선은 지프론으로 나와 그 끝이 하차르 에난에 이른다. 이것이 이스라엘의 북쪽 경계다.” 여기서 언급되는 ‘호르 산’은 아론이 죽은 호르 산(20,22; 33,38)과는 다른 산이다. 그러나 어느 곳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고대 주석가들은 레바논 산(신명 11,24), 심지어는 킬리키아의 타우루스 산으로도 생각하였다.

“동쪽 경계선은 먼저 하차르 에난에서 스팜까지 그어라. 이 경계선은 ‘샘’을 뜻하는 아인 동쪽의 리블라까지 내려온 다음, 다시 더 내려가서 킨네렛 호수 동쪽 비탈에 다다른다. 거기에서 경계선은 다시 요르단으로 내려가, 그 끝이 ′소금 바다′에 이른다. 이것이 사방 경계가 정해진 너희 땅이 될 것이다.” ‘리블라’는 앞에 있는 히브리 말 ‘하’를 정관사가 아니라 지명의 일부분이라 생각하여 ‘하리블라’로 옮기기도 한다. ‘킨네렛 호수’는 신약 성경의 ‘겐네사렛 호수’, 또는 ‘티베리아스 호수’로 더 잘 알려진 호수이다. ‘갈릴래아 호수’라 불리기도 한다. ‘킨네렛’은 이집트 파라오 투트모세 3세도 언급한 성읍의 한 이름이기도 하다.

모세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명령하였다. “이것이 너희가 제비를 뽑아 상속 재산으로 받을 땅, 곧 주님께서 아홉 지파와 반쪽 지파에게 주라고 명령하신 땅이다. 르우벤 자손 지파와 가드 자손 지파는 이미 집안별로 상속 재산을 받았고, 므나쎄 반쪽 지파도 그것을 받았다. 이 두 지파와 반쪽 지파는 예리코 앞의 요르단 건너편 해 뜨는 동쪽에서 자기들의 상속 재산을 이미 받았다.” 여기에서 ‘반쪽 지파’는 므나쎄 지파의 서쪽 반을 가리킨다. 동쪽 반을 차지한 므나쎄 반쪽 지파는 이미 요르단 동쪽에 르우벤과 가드 지파와 함께 자리를 잡았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일러주라고 한 도피 성읍에 관한 주된 내용들이다. 너희가 요르단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거든, 몇몇 성읍을 선정하여 도피 성읍으로 삼아, 실수로 사람을 쳐 죽인 살인자가 그곳으로 피신할 수 있게 하여라.[계속]

[참조] : 이어서 ‘18. 도피 성읍‘이 소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