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1-07 조회수1,978 추천수12 반대(0)

2018년 제주도 엠마오 연수원에서 지낼 때입니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이시돌 피정의 집이 있었습니다. 피정의 집에는 삼뫼소라는 아담한 호수가 있습니다. 3개월 동안 거의 매일 호수엘 갔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주변의 아름다운 모습이 호수에 그림처럼 담겨 있었습니다. 밤에는 하늘의 구름과 달이 호수에 내려왔습니다. 호수의 물이 바람에 출렁거리면 주변의 모습은 호수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구름과 달도 호수에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호수가 잔잔할 때는 그렇게 주변의 모습을 담아 낼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근심과 두려움의 바람이 마음에 불면 이웃의 모습을 담을 수 없었습니다. 욕심과 욕망의 바람이 불면 하느님의 뜻을 담을 수 없었습니다. 원망과 미움의 바람이 불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였습니다.

 

마음을 거울처럼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평정심을 찾을 수 있습니다. 거울에 비친 얼음은 차갑지 않습니다. 거울에 비친 불은 뜨겁지 않습니다. 거울은 건강한 사람도, 아픈 사람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비추어줍니다. 거울은 오는 사람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습니다. 장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거울 같은 사람은 비춰오는 것이 밉다고 해서 배척하지도 않고, 곱다고 해서 환영하지도 않으며, 비춰진 것이 떠나가도 굳이 그 자취를 남기려고 하지 않는다.” 성모님의 마음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시메온의 예언을 듣고도 마음에 담았을 뿐입니다. 죽으신 예수님을 품에 앉은 성모님의 모습도 그런 것 같습니다. 기도하지 않고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고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입니다.

 

2021년에는 무엇이 다가올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여름까지 머물 거라고 합니다. 신문의 홍보도 아직은 시작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성지순례도 올해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겨울의 끝에 언 땅을 뚫고 새싹이 나오듯이, 밤이 깊으면 먼동이 트듯이 희망이 빛이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밴쿠버 성 김대건 성당에서 신문 구독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림특강을 온라인으로 함께 했습니다. 특강을 마치고 질의 응답시간이 있었고, 신문을 홍보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온라인 강의나 피정 후에 신문을 홍보하는 것도 새로운 방법입니다. LA 지역에서 가톨릭평화신문을 홍보하겠다는 모임이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서부지국을 설립하려고 합니다. 비온 뒤에 땅은 더 굳어진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영적인 갈증을 채우려는 움직임이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도 좋은 지면으로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어린아이에게 진주와 과자를 주면 과자를 선택할 것입니다. 진주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신앙 안에서 살지 않으면 우리는 세상의 것들을 택하게 됩니다. , 명예, 권력, 성공과 같은 것들입니다. 그것은 맛있어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고, 화려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얻기 위해서 모든 것을 투자합니다. 시간을 투자하고, 공부를 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도 합니다. 세상의 것들을 택하는 사람들에게 양보, 인내, 친절, 겸손, 나눔, 봉사를 택하라고 하면 웃을 것입니다. 그것들은 힘들고, 어렵고, 얻는 것도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앙인들은 그런 것들을 택하려고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을 택할 때, 우리는 이 세상에서의 행복뿐만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 과정을 미리 보여주십니다. 사람들로부터 죄인취급을 당하고,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는 나병환자를 치유시켜 주셨습니다. 이제 나병환자는 죄인취급을 당하지 않아도 되고, 고개를 들고 세상을 볼 수 있으며, 가족들과도 함께 지낼 수 있고, 단절된 관계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바로 그런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 모든 죄가 사해지고, 하느님 품안에서 참된 행복을 느끼며, 단절된 하느님과의 관계가 회복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나약하기 때문에 세상의 유혹 앞에 넘어지곤 합니다. 그래서 참된 가치와 진실한 행복을 선택하기 보다는, 순간의 기쁨을 주는 것들을 택하게 됩니다. 잠시의 기쁨과 쾌락을 위해서 양심과 영혼을 속이기도 합니다.

 

오늘 사도 요한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는 사람이 아닙니까? 내가 여러분에게, 곧 하느님의 아드님의 이름을 믿는 이들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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