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주님 봉헌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01 조회수1,517 추천수10 반대(0)

한국에는 지역에 따라서 맛있는 음식이 있습니다. “순창 고추장, 영덕 대게, 영광 굴비, 기장 미역, 흑산도 홍어, 가평 잣, 서산 어리굴젓, 제주 옥돔, 청도 반시, 영덕 사과 등이 있습니다. 우리가 대명사처럼 알고 있는 많은 지역 연고 상품들은 천년을 이어온 진상품들이기 때문입니다. 맛있고, 품질이 좋은 음식을 왕이 있는 궁궐에 드리는 것을 진상품이라고 하였습니다. 각국의 정상들이 만나면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한국의 대통령은 가장 한국적인 것을 선물할 것입니다. 청와대에서는 각국의 정상들에게 받은 선물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선물은 우정과 친선을 도모하는 상징입니다. 선물은 가치와 품질이 중요하지만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도 중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파의 예물도 좋지만 과부의 정성어린 헌금을 칭찬하셨습니다.

 

30년 사제생활하면서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저를 아끼고,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손수건에 돈을 넣어서 바늘로 꿰매서 주신 어르신도 있습니다. 어르신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러기와 갈대를 주제로 노안도(蘆雁圖)’를 그려주신 분도 있습니다. 노안도는 노후에 편안한 삶을 기원하는 뜻도 있습니다. 조선 후기 일상 속 여인들의 지혜를 담은 규합총서(閨閤叢書)에 따르면 기러기는 네 가지 덕목을 갖춘 새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추우면 북으로부터 남형 양에 그치고 더우면 남으로부터 북안 문에 돌아가니 신()이요, 날면 차례가 있어 앞에서 울면 뒤에서 화답하니 예(), 짝을 잃으면 다시 짝을 얻지 않으니 절()이요, 밤이 되면 무리를 지어 잠을 자되 한 마리는 경계를 하고, 낮이 되면 입에다 갈대를 머금어서 그물을 피해 가니 지혜(智惠)가 있다.” 사제로서 충실하게 살아 갈 것을 당부하며 주신 선물입니다.

 

30년 전 사제서품을 받을 때 특별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버님께서 저의 서품성구를 족자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액자는 가지고 다니기 불편하기에 족자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본당을 옮길 때마다 아버님께서 붓으로 써주신 족자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뉴욕으로는 가지고 오지 못하고 집에 놓고 왔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시편 126장을 정성껏 써 주셨습니다. “눈물로 씨 뿌리는 사람들 기쁨으로 곡식을 얻으리라.”는 저의 서품성구였습니다. 아버님이 써 주신 족자에서 아버님의 강직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3년 동안 저를 위해서 사제관에서 밥을 차려주고시고, 청소를 해 주셨습니다. 본당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주방에서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기쁜 마음으로 저와 함께 해 주셨습니다. 아픈 분들을 찾아서 방문해 주셨고, 함께 기도해 주셨습니다. 교리를 가르쳐 주시고, 대모를 서 주셨습니다. 제가 첫 본당신부를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기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인이 되신 부모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에서도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실 겁니다.

 

오늘은 주님 봉헌축일입니다. 교회는 전통에 따라서 오늘 제단을 밝힐 초를 축성합니다. 초는 예수님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초는 빛을 내서 어둠을 밝혀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빛으로 오셨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어둠 속을 걷지 않고, 더 이상 고통과 좌절 속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초는 스스로 타서 빛을 냅니다. 완전히 다 탈 때까지 초는 계속 불을 밝힙니다. 이것은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시고 하느님께 순종하셨던 예수님의 희생을 말해 줍니다. 초는 열을 냅니다. 그 열기는 다른 것들에 전해집니다. 주님의 사랑은 넘치고 넘쳐서 제자들에게 전해 졌습니다. 그 사랑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해서 우리들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주님의 봉헌 축일에 교회는 초를 축성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초를 축성하면서 우리들 자신도 그렇게 봉헌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들의 사랑과 나눔으로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들은 하느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을 때까지 주님을 증거해야 합니다. 우리는 혼자만이 구원 받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주님을 전해야 합니다. 함께하는 삶, 나누는 삶은 주님께서 원하시는 신앙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나에게 소중한 것들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기도와 선행의 봉헌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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