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4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03 조회수2,027 추천수13 반대(0)

식탁의 나무의자가 흔들리기에 살펴보니 다리와 연결된 곳의 나사가 풀어져 있었습니다. 매일 앉다보니 1년이 넘으면서 조금씩 나사가 풀어졌습니다. 나사의 모양이 일반 드라이버로는 조일 수 없었습니다. 공구 상에서 6각 드라이버를 샀습니다. 6각 드라이버는 10개의 세트로 되었습니다. 의자에 맞는 드라이버로 연결된 나사를 조였습니다. 7개의 의자를 확인하고 모두 나사를 조였습니다. 나사가 꽉 조여진 의자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드라이버는 일자와 십자드라이버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손재주도 별로 없고, 한국에서는 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기분 좋았습니다. 제가 한 작은 일로 사람들이 편하게 앉을 수 있다는 것도 기뻤습니다.

 

예수님께서는 , , 죽음으로 흔들리는 세상을 보셨습니다. 율법과 계명이라는 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보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찾지 않고 위선과 가식으로 살아가는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를 보셨습니다. 악의 세력에 사로잡혀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셨습니다.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믿음, 희망, 사랑이라는 드라이버를 준비하셨습니다. ‘겸손, 희생, 나눔이라는 접착제를 준비하셨습니다. ‘말씀, 표징, 십자가라는 나사를 마련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소문을 들었던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마귀 들린 사람, 하혈하는 여인, 소경, 중풍병자, 나병환자가 찾아왔습니다. 세리와 창녀가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아픔을 보셨고, 사랑으로 치유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뽑으셨습니다.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고기 잡던 어부들에게 사람 낚는 어부가 되도록 해 주셨습니다. 제자들은 그물을 버렸고, 배를 버렸고, 가족들을 떠나서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 나라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제자들은 마귀를 쫓아내시는 예수님의 권능을 보았습니다.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의 지식을 뛰어넘는 예수님의 지혜를 보았습니다. 물 위를 걸으시고, 풍랑을 잠재우시는 예수님의 기적을 보았습니다. 권위 있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권능, 지혜, 기적,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을 파견하셨습니다. 제자들은 돈이 없어도, 지팡이가 없어도 두려움 없이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병자들을 치유하였습니다. 마귀를 쫓아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신앙의 본질은 거룩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거룩한 사람이 10명만 있어도 소돔과 고모라를 벌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느님께서 거룩하시니, 여러분도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사람은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삶의 자리에서 자신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거룩한 사람이 아닙니다. 성직자와 수도자의 삶을 살지라도 자신의 뜻을 먼저 찾으면 거룩한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세상 속에서 살지라도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으면 거룩한 사람이 됩니다. 직책과 직분은 거룩함의 필요하고 충분한 조건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이면 누구나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과 내일은 서울대교구 서품식이 있습니다. 서품식에서 가장 가슴이 찡하게 울리는 장면은 성인 호칭기도입니다. 서품 대상자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려 겸손한 자세를 취합니다. 바닥에 엎드려 있으면서 신자들이 함께 드리는 성인 호칭 기도를 들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학생으로서 지냈던 모든 일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 앞으로의 다짐, 고마웠던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바닥에 엎드려 있었던 그 순간을 생각하며 그 많은 신자들이 함께 기도 해 주셨던 것을 떠올립니다. 그러면 용기와 힘이 생깁니다. 사목의 결실을 맺어서 칭찬을 받을 때는 그 모든 일의 성과는 하느님의 은총임을 생각하며 좀 더 겸손한 마음을 가집니다. 나의 아픔과 좌절, 나의 실패와 고난까지도 모두 하느님께서 이루시는 일임을 믿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돌아봅니다. 이것이 바로 성인 호칭 기도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사제가 되면 매일 성체성사를 거행합니다. 사제의 축성과 기도로 제병은 성체가 되고, 포도주는 성혈이 됩니다. 그리고 성체와 성혈은 주님의 몸과 피가 되어서 사람들과 하나가 됩니다. 주님을 받아 모시는 이들은 이제 곧 제2의 그리스도가 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제에게 주어진 커다란 은총이며 사명입니다. 새 사제들이 거룩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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