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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을 경외하는 여러분 / 송봉모 신부님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07 조회수1,261 추천수0 반대(0) 신고


'하느님을 경외하는 여러분'

 

바오로 일행은 파포스에서 배를 타고 팜필리아의 페르게로 가고, 요한은 그들과 헤어져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페르게에서 더 나아가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에 이르러,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있었다. 율법과 예언서 봉독이 끝나자 회당장들이 그들에게 사람을 보내어, "형제들이여, 백성을 격려할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바오로가 일어나 조용히 하라고 손짖한 다음 이렇게 말하였다. "이스라엘인 여러분, 그리고 하느님을 경외하는 여러분, 내 말을 들어 보십시오."(사도 13,14-16)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에 도착하자 늘 하던 대로 안식일에 유다인들의 회당에 들어간다. 유다교 회당이 있다는 말은 그곳에 적어도 유다 남자가 10명 있다는 소리다. 유다 종교 규율에 따르면, 회당이 세워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명의 유다인 남자가 필요하다.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에는 유다인들이 어느 정도 살고 있었을까? 유다 고대 역사가인 요세푸스에 따르면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를 비롯해 인근 지역에 유다인 2천 가족이 살고 있었다.(고대사 Ⅶ 147-153) 한 가족을 5명으로 계산할 경우 대략 만 명 정도의 유다인들이 소아시아 중앙지역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바오로가 안식일을 맞아 회당에서 예배를 보고 있는데, 회당장들이 바오로에게 강론 한 말씀을 해달라고 청한다. 유다교 회당은 회당장들에 의해서 운영된다. 회당장들은 지역 공동체 안에서 존경을 받고 있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사는 인물인데, 그들 대다수는 바리사이에 속한 이들이다.

 

회당장들이 안식일 예배가 시작되면 기도를 인도한다. 이어서 그들에 의해서 선정된 사람이 성경을 읽는다. 율법서 곧 모세오경에서 하나를 읽고, 예언서에서 하나를 읽는다. 율법서와 예언서의 독서는 3년 단위의 사이클로 지정되어 있다. 이어서 회당장들이 강론할 사람을 선정한다. 특별히 타지에서 온 유다인 동족이 있을 경우 그에게 강론을 부탁한다.

 

바오로가 회당장들의 청을 받아들여 강론을 하는데, 이렇게 시작한다. "이스라엘인 여러분, 그리고 하느님을 경외하는 여러분, 내 말을 들어 보십시오."(사도 13,16) '하느님을 경외하는 여러분'은 유다인들이 아니라 이방인들을 가리킨다. 유다교에 호의는 갖고 회당에 참석하고 있지만 정식으로 유다교로 개종한 이들을 가리킨다.

 

'하느님을 경외하는 여러분'에서 '경외하다'란 단어는 히브리 성경에서 야레arey다. 이 단어는 '경외하다'란 뜻 말고도 '두려워하다'란 뜻을 더 가지고 있다. 200주년 성경을 보면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여러분'으로 되어 있다. 200주년은 '하느님을 경외하는 이들'을 모두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이들'로 번역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어떤 이들을 '하느님 경외자들'과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자들'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둘은 구분되어야 한다. 예로써 십계명의 제3계명 "너희는 저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경외해야 한다."(레위 19,3)를 "너희는 저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두려워해야 한다."로 번역할 경우 그 의미는 달라진다.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이들'이란 표현 속에는, 잘못한 인간을 치시고 정좌하시는 하느님 이미지가 들어가 있고, 그런 하느님 앞에서 두려움에 벌벌 떠는 인간의 이미지가 들어가 있다. 한편 '하느님을 경외하는 이들'이란 표현 속에는, 아빠이신 하느님을 사랑하고 의지하며 그분에게 더욱 가까이 나아가고 싶어하는 친밀한 관계가 함축되어 있다. 십계명 중의 제3계명 "너희는 저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경외해야 한다."에서 보듯이, 자녀는 부모를 두려워하지 않고 경외한다. 마찬가지로 자녀인 우리는 아빠이신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경외한다. ●

 

사도시대의 삶과 영성 ㅣ 송봉모 토마스 모어 신부 ㅣ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예수회 후원회 2021년 2월호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송봉모 신부님, 하느님을 경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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