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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47 - "공중 도시"를 다녀 오다 上 (마추픽추/페루)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10 조회수1,216 추천수0 반대(0) 신고

"공중 도시"를 다녀 오다 


 

공중 도시라는 별칭을 가진 페루관광의 필수 코스인 마추픽추관광은

 

보통 쿠스코에서 시작하지만 그렇다고 가는 방법이 간단하지는 않다.

 

먼저 쿠스코에서 버스를 타서 기차역까지 간 다음 전용 기차를 타고 마추픽추역에서 내린 후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산 정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물론 걸어서 올라 갈수도 있지만 왜 공중도시라는 이름이 붙었겠는가?

 

급경사의 산길을 한참 올라가야 하니 트래킹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 

 

단순히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면 그냥 체력 아끼는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세 번의 교통편과 마추픽추 입장권까지 따로 예약해야 하기도 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낮 선 곳에서 교통편을 갈아타야 하다 보니

 

리마에서 만났던 사람도 패키지로 다녀오는 것을 추천했고

 

여행 전 검색했던 인터넷에서도

 

개인적으로 가나 패키지로 가나 가격차이 거의 안 났다

 

그러니 경험 삼아 본인이 직접 하겠다는 사람이 아니면 그냥 패키지 해라"라는 글도 읽은 터라

 

나는 별로 경험할 마음이 없는데다 그리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라서

 

당연히 여행사의 패키지를 통해서 다녀왔다.

 

마추픽추의 뜻은 늙은 봉우리라는 뜻으로

 

이곳을 처음 발견한 서양학자가 길을 안내해준 꼬마에게 유적의 이름을 묻자

 

그 이름을 모르던 꼬마가 그냥 산봉우리 이름을 말해줬고

 

학자는 그것이 유적 이름이라고 생각해서 그대로 지금의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사진에 나오는 유적 뒤 배경으로 보이는 산이 마추픽추가 아니다,

 

그것은 젊은 봉우리라는 뜻을 가진 와이나픽추이고 그 맞은 편에 있는 산이 마추픽추

 

다시 말해 우리들이 보는 대부분의 사진들은 마추픽추에서 와이나픽추 방향으로 찍은 것이고

 

결국 우리가 보는 마추픽추 사진에는 실제로 마추픽추가 없는 것이다.

 

와이나픽추는 등반이 개방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진에서 보듯이 워낙 가파른 지형으로 사고 방지를 위해 하루 입장객수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예약이 필수이다,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면서 알아보니 내가 가는 날짜에 딱 3명의 여유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보통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는데 딱 봐도 만만치 않은 경사가 보통의 등산 한 시간하고는 차원이 달라 보이는 데다

 

여행사 직원도 많이 힘들다는 것을 강조해서 결국 포기했다,

 

하지만 패키지 상품의 일정이나 내용에 대해 이것저것을 알아보다

 

언제 또 여기 오겠냐, 힘들어도 한 두 시간만 견디면 되는데라는 생각에

 

등반을 결정하고 예약을 하려고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그 짧은 사이에 마감이 되어버린 것이다.

 

길어야 십 분 정도이다, 잠깐을 망설이는 사이에 기회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정말 인생은 타이밍인 것일까?

 

 

 

 

마추픽츄 패키지 일정은 이른 새벽부터 시작한다

 

쿠스코에서 오얀따이땀보라는 곳으로 가서 마추픽추행 전용 기차를 타게 되는데

 

그 요금이 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고 내가 예약한 저렴한 패키지는 당연하게도

 

사람들이 덜 이용하는 이른 시간에 출발 해서 늦은 시간에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벽 4시에 숙소로 픽업을 오기로 했고 절대로 제시간에 올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주 혹시몰라서 제시간에 기다려야 한다.

 

만약 늦게 나갔는데 차가 안 온다면 기다리다가 가버렸는지 아니면 아직 안 온 것이지 연락할 방법도 없는데다

 

여행사 사무실은 아직 문을 열기 전이라 찾아 갈수도 없기에

 

마냥 마음 졸이며 자리를 지키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 고생에 비하면 차라리 조금 일찍 일어나는 몸 고생이 훨씬 낫다.

 

역시나 삼십 분이나 늦게 미니 버스가 도착했고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왼쪽 오른쪽으로 꺾어 가며 아래로 내려 가는데

 

집을 나설 때는 모자라는 잠을 버스에서 잠깐이라도 채워볼까 생각했지만

 

커브를 돌 때마다 차가 휘청거리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렇게 역에 도착하니 여러 이름이 써있는 작은 화이트보드를 머리높이 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고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지만 딱 봐도 여행사 직원들인 것 같기에

 

내 이름이 써있는 사람에게로 가니 역시나 기차표를 준다.

 

열차는 잘 관리한 듯 깨끗하고 간단한 음료와 간식까지 제공되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운행거리 대비 요금으로 따지면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호화로운 수준이어야 할 정도로 요금이 비싸다,

 

문제는 마추픽추까지 가는 다른 선택이 없어 가격이나 가성비와는 상관없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추픽추 입장료를 외국인들에게는 현지인들보다 훨씬 비싸게 받는 것도 모자라

 

이렇게 가는 길에서부터 돈을 쓰게 만들려고 정부에서 모든 대중교통을 중단해 버렸기 때문이다,

 

외화가 한 푼이라도 아쉬운 제3세계에서는 돈을 쓰겠다며 온 외국 관광객이 일수 밖에 없기에

 

어떻게 해서라도 돈을 더 쓰게 만들겠다고 정부 차원에서 머리를 굴리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고

 

그것을 알면서도 여기까지 온 우리들이니 뭐라 말할 처지가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억울하고 손해 본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대부분 산들과 그 사이로 흐르는 물길들로

 

내가 남미에서 처음 타는 기차이기에 다소 새로운 풍경을 기대했지만

 

그 기대가 너무 컸었는지 다소 낮 선 것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평범하고 특별히 아름답다거나 독특하지는 않다.

 

보통의 여행은 대부분 새로움과 흥미로움을 찾아 떠나는 것일 것이다,

 

그 새로움과 흥미로움에 대한 취향과 기대는 각자 다르긴 하겠지만

 

대부분의 유명한 여행지는 좀 더 새롭고 흥미롭기도 하고

 

다른 곳과 비교해서 훨씬 독특하다든지 아름답다든지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가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도 기꺼이 그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모든 것이, 경험하는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로울 수는 없는 것이

 

그래서 찾아간 곳도 지구의 한 부분이며

 

인종과 문화는 다르더라도 같은 인간이 살아가는 곳이기에 많은 부분 공통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이 적당히 섞여 있어야지

 

모든 것이 새롭고 낮 설기만 하다면 그 또한 여행을 즐기기는커녕 적응하다 지칠 듯싶기도 하다.

 

우리의 생활 또한 항상 같은 일상의 반복과도 같아서 늘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실제로 날마다 전혀 새로운 하루라면 매번 다시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겠는가?

 

늘 반복되는 생활이기에 그나마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가끔 누리는 새로움 혹은 일탈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추픽추역에서 내려 또 다시 내 이름이 적혀있는 화이트보드를 찾아가니

 

이번에는 아까와는 다르게 뭐라고 한참 설명하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당황하고 있자니 내 표정에서 티가 났었는지

 

아니면 딱 봐도 동양인인 내가 못 알아듣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행히 옆에 있던 사람이 친절히 영어로 번역을 해준다,

 

마추픽추 입장권과 그곳으로 올라 가는 셔틀버스 표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여권이 필요하고

 

그 동안 우리보고 그대로 기다리라는 설명이었다.

 

다들 가방을 뒤적이며 여권을 찾고 있는데 나 혼자만 눈만 껌뻑 이며 멍하니 있으니

 

내가 말을 알아 듣지 못한다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세계적인 관광지인데 어떻게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않을까 싶은데

 

생각해 보면 기차를 탈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여행사에서 보낸 사람들이 영어를 전혀 하지 않아도

 

내가 답답하고 불편할 뿐 별문제가 없었으니

 

여행사에서 이런 단순한 업무에 굳이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고용할 이유가 없는듯하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마추픽추에서는 영어가이드가 있다는 것이다. 

 

 

- 10, 20, 30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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