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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반영억 신부님의 복음 묵상 연중 제6주간 월요일(마르8,11-13)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15 조회수1,167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6주간 월요일(마르8,11-13)

 

삶의 자리가 기적의 자리

 

청주교구 감곡매괴성모순례지 성당 안에는 수난 받은 성모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매괴성모님상은 루르드에서 제작하여 1930년 대성전 건립당시 제대뒤편 중앙에 안치되었습니다. 한국전쟁 때 성당은 인민군의 사령부로 사용되었고 인민군이 성모상을 없애려 총을 쏘았는데 7발을 맞았는데도 부서지지 않았고, 그래서 성모상을 없애 버리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끌어내리려 하였으나 성모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며 힐책하는 모습으로 바라보셔서 인민군들은 성모상을 더는 건드릴 수 없었고, 그때부터 성당에서 철수하였다고 합니다. 6,25가 지난 후부터는 이 성모상을 ‘칠고의 어머니’로 불리게 되었고 많은 사람이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고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치유의 성모님'이라고도 합니다.

 

많은 분이 성모님 앞에서 기도하게 되는데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총을 겨누는 것은 하나의 미움이요, 분노, 증오, 시기, 질투, 적개심으로 생각해 볼 수 있고 7발의 총탄에도 부서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 미움과 증오의 마음을 모두 가슴에 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수의 총을 맞고도 하늘을 우러러보시는 모습으로 여전히 두 손을 모으고 계신 모습인데 마음이 천상을 향하고 계셨기에 모두를 품으실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에게 용서와 화해, 자비와 한없는 사랑을 권고하며 어떠한 상황 안에서도 천상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계십니다.

 

저도 그렇습니다만 사람들은 신비한 현상에 민감합니다. 어디에 어떤 기적이 있다고 하면 그곳에 쫓아가고 그 혜택을 입고자 애를 씁니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그 신비한 현상이나 표징을 통하여 드러내 주시고자 하는 하느님의 뜻을 찾기보다는 현상에 더 많은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 현실입니다. 은총을 주시는 하느님을 보지 못하고 주어진 은총의 결과에 매달리고, 삶을 변화시키기보다 오히려 신비한 것을 목격했다는 것을 자랑삼아 얘기하며 교만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빵 일곱 개와 물고기 몇 마리로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신 기적을 베풀어 주셨음에도 많은 사람은 하늘의 기적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일도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님은 이 세상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보여주기 위해서 오신 쇼맨이 아니십니다. 예수님은 결코 보여주기 위한 기적, 기적을 위한 기적을 행하진 않으셨습니다. 따라서 기적을 많이 보고 체험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기적의 삶을 사는 것이 소중합니다. 사실 어떤 성모님 상을 모시든 그 앞에서 그분의 마음으로 많이 기도할 수 있다면 기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실 기도할 수 있는 자체가 이미 은총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사랑을 베풀고 가난한 이들을 보살피며 소외된 사람들의 상황을 바꾸어 주시며 영원한 삶을 살아도 그것은 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그것이 살아있는 기적입니다. 그리고 어떤 특별한 기적을 베풀어 준 것은 그 기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적 사건 안에 담긴 의미, 메시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현상을 쫓아다녔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지금 나의 삶의 자리에서 기적의 삶을 살지 못한다면 하늘의 기적이 아무리 많이 일어난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뭘 보여 달라고 조르지 말고 기적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기이한 현상을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현상을 통해 주님을 만나는 사람이 행복합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미루지 않는 사랑에 눈뜨기를 희망하며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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