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재의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16 조회수2,164 추천수9 반대(0)

오늘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오늘부터 사순시기가 시작됩니다. 교회는 사순시기를 지내면서 일상의 분주함 때문에, 세상의 일들 때문에 분주한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말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삶의 길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죄를 지은 나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으며, 나의 구원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치셨음을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쾌락과 욕망과 시기와 질투의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자선과 단식과 기도와 나눔의 시간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교회는 오늘부터 40일 동안 사순시기를 지내게 됩니다. 1주일도 아니고, 10일도 아니고 40일 동안 준비를 하였습니다. 40이라는 숫자일까요? 우리는 그 이유를 성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성서에서 40이라는 숫자는 정화와 단련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40이라는 숫자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기도와 침묵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타락하였을 때에 비를 내려서 벌하셨습니다. 노아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큰 배를 만들었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들을 배에 태웠습니다. 그리고 비는 40일 동안 내렸습니다. 이때 40이라는 숫자는 하느님의 정화를 의미합니다.

 

모세는 40일 동안 기도하면서 하느님께 십계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 동안 광야에서 지냈습니다. 이때 40이라는 숫자는 기도의 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40일 동안 단식하면서 기도하였습니다. 이때 40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입니다. 교회는 성서의 이와 같은 40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의미를 받아들여서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40일을 마련하였습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40일 동안 주님의 수난과 고통을 묵상하면서 지내게 됩니다. 주님의 수난과 고통은 바로 죄를 지어서 하느님과 멀어진 우리들을 구원하기 위한 것임을 묵상하면서 주님의 크신 자비를 감사드리며, 주님의 수난과 고통의 길에 동참하도록 다짐하는 것입니다.

 

사순시기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2020327일입니다. 로마의 바티칸 광장에서 교황님은 홀로 기도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고통 중에 있는 모든 이를 위해서 기도하였습니다. 어두운 밤, 비가 내리는 바티칸 광장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겟세마니 동산에서 홀로 기도하셨듯이, 교황님은 홀로 기도하였습니다. 폭풍에 흔들리는 배에서 제자들이 예수님께 기도하였듯이, 교황님은 코로나19로 흔들리는 지구라는 배에서 예수님께 기도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믿음이 약한 제자들을 책망하시면서 폭풍을 잠재우셨습니다. 교황님은 믿음이 약한 우리가 코로나19의 폭풍을 이겨낼 수 있도록 기도하였습니다.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청하면서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20005월의 어느 날입니다. 한 형제님이 본당의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10년 전에 본당은 공소였다고 합니다. 군 생활이 힘들 때면 공소에 와서 기도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군 생활을 잘 마치고 무사히 제대했다고 합니다. 사회에 나가서 작은 사업을 시작하였고, 조금 성공했다고 합니다. 힘들 때 위로가 되었던 공소를 찾아왔는데 본당이 되었다고 기뻐하였습니다. 후원금을 주고 갔습니다. 당시 아이들을 위해서 컴퓨터 교실을 만들려고 했는데, 후원금으로 컴퓨터 교실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후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형제님이 생각납니다.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내가 가진 것을 이웃에게 나누면 좋겠습니다.

 

1983518일입니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단식을 시작하였습니다. 단식은 23일간 계속되었습니다. 단식의 이유는 언론 통제의 전면 해제, 정치범 석방, 해직 인사들의 복직, 정치활동 규제의 해제, 대통령 직선제를 통한 개헌이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은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단식은 민주화를 향한 대중의 잠자던 저항의식을 깨우는데 일조했습니다. 단식투쟁은 정치군인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민주화의 열망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게 만든 촉매제 역할을 하였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주님의 말씀이다.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단식을 통해서 가난한 사람, 배고픈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을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잠시 꺼주셔도 좋다는 휴대폰 광고가 기억납니다.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가신 예수님과 함께하는 사순시기에는 다른 것들은 잠시 멈추는 것도 좋겠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의 잘못을 뉘우치며, 자선과 기도와 단식을 통해서 사순시기를 지내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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