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18 조회수2,083 추천수11 반대(0)

주일 아침 미사를 하기 전에 산보를 하였습니다. 잘 보이던 신호등이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제의실에서 제의를 입으면서 알았습니다. 안경을 집에 놓고 왔습니다. 경본도 흐릿하게 보였고, 성당에 계신 교우분들의 모습도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그날 제2 독서의 내용은 바오로 사도가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였습니다. “세상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처럼 사십시오. 이 세상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만 생각하니 세상이 흐릿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안경을 놓고 온 것이었습니다. 미사 후에 숙소에 와서 안경을 다시 쓰니 세상이 다시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맞습니다. 세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것입니다. 세상을 탓하고,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과 나의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이것이 사순시기를 지내는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병에 걸린 사람들은 서로의 아픔과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목감기가 심해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반응이 나왔던 신부님이 쓴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제목은 감염자입니다. 신부님께서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교우들과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나의 숨소리 나의 손길 나의 몸짓 흔적 모두가 위험과 기피의 대상

불결한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으니 격리 정화의 시간을 거쳐야한다

나는 위험하니 가까이 오지 마세요. 외쳐대는 성서의 나병환자처럼

나 땜에 덩그러니 텅 비워버린 성당에서 Mea Culpa Mea Culpa(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난생처음 유배인지 격리인지 정화와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

매일같이 정신없던 사제관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쉴 새 없이 울리던 폰도 수없이 들락거리던 사람들도 

이제 이집은 감염자의 집이라 주의 경계의 집이 되었다.

 

수없이 많은 이들의 병고와 고통 받는 이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같이 아파하고 같이 나눈다면서도 남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될 수 없었는데

이렇게 내 몸뚱아리 아파보면 아! ! 맞아! 이렇게 아팠고 이렇게 두려웠을 거야. 그 많은 이들이 참 어떻게 견디었을까? 그 아프고 힘든 시간들

 

삶은 그 자체로 어쩌면 영웅적이야 

뭐 세상에 이름 내고 높은데 올라가 엄청난 일을 이루고 해서가 아니라

인생의 아픔 고통 병 헤어짐 속에 얼마나 엄청난 용기와 신앙을 필요로 하는지 코로나로 좀 더 나은 인간이 되려나."

 

오늘 이사야 예언자는 단식(斷食)’의 의미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하면 너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아물리라.” ‘견월망지(見月望指)’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달을 보라고 달 쪽을 향해 손짓을 했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 끝만 본다.’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에게 이와 같은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율법을 지켜야 하는 근본적인 의미,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말씀하시면서 이야기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많은 비유의 말씀들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지 말고, 참된 진리를 볼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고 계십니다. 단식이라는 그릇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그릇에 담는 것입니다. 나의 몸을 채우는 것이 사랑, 자비, 희생, 나눔이 될 때 우리는 진정한 신앙인이 될 것입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