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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 안에서 느끼는 행복의 파랑새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19 조회수1,050 추천수0 반대(0) 신고

 

사람이 항상 한결같은 마음을 가질 수가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마음으로 나눌 수 있으면서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행복 바이러스가 무엇이 있을까요? 찾아보면 많은 것이 있을 겁니다. 저는 그 중에 단연 첫째가 가슴 따뜻한 말과 위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슴 따뜻한 말은 포장을 한다고 해서 가슴 따뜻한 말이 나올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슴이 따뜻해야만 나올 수가 있습니다.

 

오늘 오전에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언제나 멀리서 저에게 관심을 가져다주시는 연로하신 자매님께서 연세에 비해서 아주 건강하신 분입니다만 다 큰 성인인데 그래도 다독다독 다정한 말로 수도원에서 나왔지만 힘을 내라고 하시면서 위로의 말씀을 건네주셨습니다. 10일 전에 본당에서 뵈었을 때 가볍게 안아주셨는데 그때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아마 여든 중반 정도 되신 분이십니다.

 

얼마 전에 제가 본당에서 잠시 멀리서 영성체 때 스쳐지나시는 장면만 봤지 정식으로 뵙지 못한 분이 계십니다. 제가 제 마음속에 어머니처럼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수도원 들어가기 전에 점심 식사를 같이 하면서 뵌 게 마지막이라 거의 한달 보름 동안 뵙지 못했습니다. 미사 시간도 잘 맞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한번 오전 미사 때 잠시 멀리서 뵌 게 다였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늘도 저는 영성체 때 눈이 빠질 만큼 유심히 봤는데 눈에 띄지 않으셨습니다. 마음속으로 오늘도 뵙지 못하고 가는구나 했는데 미사 마친 후에 갑자기 제 자리 근처에서 짠 하고 나타나신 것 아니겠습니까? 얼마나 반가운지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절망했는데 희망이 보인다고 할까요? 아무튼 그랬습니다. 인사를 드렸고 여든이 넘으신 자매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자매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나는 베드로 네가 다시 돌아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하시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선의로 해석했습니다. 수도원에 들어갈 무렵에 문자로 보내주신 내용이 아직도 제 마음을 울립니다. “베드로야! 인제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니 참 슬프구나.” 그 문자를 볼 때마다 제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마치 친엄마랑 어디 멀리 헤어지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느낌을 제가 가지고 그분도 멀리 떠나보내는 자식처럼 여겨지고 그동안 정들었는데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짠하셨던 그런 마음이셨던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돌아왔다는 걸 전화로 알려드렸을 때 무척이나 반가운 목소리였습니다. 그때 그 기분은 참 묘했습니다.

 

수도원에서 나왔을 땐 그토록 가고 싶은 곳이라 나온 것에 대해 우울했는데 그래도 자매님의 말씀 속에 담긴 느낌은 볼 수 없을 것 같은데 다시 만날 수가 있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반가웠던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니 그것도 제가 어머니처럼 여기는 분이 그러니 제 마음속에 있는 모든 아픔이 한순간에 다 가시는 것 같았습니다.

 

전화로만 연락을 한 후에 오늘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얼굴을 잠시 뵈었던 것입니다. 요즘은 본당에서도 오랫동안 머무를 수가 없는 분위기인지라 이야기를 많이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헤어진 후에 제가 지금 목 디스크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는데 치료 도중에 자매님께 문자를 했습니다. 오늘 보이시지 않아서 오늘도 못 뵙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짠 하고 나타나셔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고 하면서 항상 건강하시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혹시라도 바쁘시고 하니 답장은 안 하셔도 된다고 했습니다.

 

근데 치료 중에 전화가 자매님으로부터 왔습니다. 제가 병원이라 크게 말씀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나 정다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야! 내가 언제 한번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못했구나. 오늘은 좀 바빠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구나. 나중에 한번 만나서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밥을 먹고 안 먹고를 떠나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아마 이런 느낌을 공감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차를 마시든 밥을 마시든 그것보다 자매님의 그 따뜻한 마음이 아마도 마음이 향기가 있다면 그 향기가 봄날의 따사로운 햇빛처럼 제 가슴을 뭉클하고 행복하게 해 주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런 사랑으로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고 살아간다면 구중궁궐 같은 집이 있어도 이런 사랑을 느낄 수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고급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없다면 저는 그런 사람보다도 더 행복한 사람일 것 같습니다.

 

신앙생활하면서 때론 부족한 면이 있고 또 미숙한 부분이 있어도 사랑으로 그걸 덮어주시고 포용해주시고 무엇보다도 항상 변함없이 한결같은 그런 마음을 가지신다는 것은 제가 정말 배우고 싶은 점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신앙 안에서 나이를 초월해 제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시는 그분의 따뜻한 마음은 천상의 보화 같은 것입니다. 행복의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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