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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2주간 목요일]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 (루카16,19-31)
작성자 쪽지 캡슐 작성일2021-03-04 조회수990 추천수0 반대(0) 신고

 

2021년 3월 4일 목요일

[사순 제2주간 목요일모세와 예언자들의 말 (루카16,19-31)

   

 

1독서<주님을 신뢰하는 이는 복되다.>(예레17,5-10)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와 스러질 몸을 제힘인 양 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으리라그의 마음이 주님에게서 떠나 있다.

그는 사막의 덤불과 같아 좋은 일이 찾아드는 것도 보지 못하리라그는 광야의 메마른 곳에서인적 없는 소금 땅에서 살리라.”

그러나 주님을 신뢰하고 그의 신뢰를 주님께 두는 이는 복되다.

그는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아 제 뿌리를 시냇가에 뻗어 무더위가 닥쳐와도 두려움 없이 그 잎이 푸르고 가문 해에도 걱정 없이 줄곧 열매를 맺는다.

사람의 마음은 만물보다 더 교활하여 치유될 가망이 없으니 누가 그 마음을 알리오?

10 내가 바로 마음을 살피고 속을 떠보는 주님이다나는 사람마다 제 길에 따라제 행실의 결과에 따라 갚는다.

 

화답송 시편 1,1-2.3.4와 6(◎ 4039,5ㄱㄴ)

◎ 행복하여라주님을 신뢰하는 사람!

○ 행복하여라악인의 뜻에 따라 걷지 않는 사람죄인의 길에 들어서지 않으며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않는 사람오히려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밤낮으로 그 가르침을 되새기는 사람

○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 같아제때에 열매 맺고잎이 아니 시들어하는 일마다 모두 잘되리라

○ 악인은 그렇지 않으니바람에 흩날리는 검불 같아라의인의 길은 주님이 아시고악인의 길은 멸망에 이르리라

 

복음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루카16,19-31)

19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20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었다.

21 그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다그러나 개들까지 와서 그의 종기를 핥곤 하였다.

22 그러다 그 가난한 이가 죽자 천사들이 그를 아브라함 곁으로 데려갔다부자도 죽어 묻혔다.

23 부자가 저승에서 고통을 받으며 눈을 드니멀리 아브라함과 그의 곁에 있는 라자로가 보였다.

24 그래서 그가 소리를 질러 말하였다. ‘아브라함 할아버지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자로를 보내시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제 혀를 식히게 해 주십시오제가 이 불길 속에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25 그러자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얘야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26 게다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

27 부자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할아버지제발 라자로를 제 아버지 집으로 보내 주십시오.

28 저에게 다섯 형제가 있는데라자로가 그들에게 경고하여 그들만은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게 해 주십시오.’

29 아브라함이, ‘그들에게는 모세와 예언자들이 있으니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하고 대답하자,

30 부자가 다시 안 됩니다아브라함 할아버지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가야 그들이 회개할 것입니다.’ 하였다.

31 그에게 아브라함이 이렇게 일렀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

 

 

 

 사순 제2주간 목요일 제1독서(예레17,5~10)

 

"그러나 주님을 신뢰하고 그의 신뢰를 주님께 두는 이는 복되다. 그는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아, 제 뿌리를 시냇가에 뻗어 무더위가 닥쳐와도 구려움없이 그 잎에 푸르고, 가문 해에도 걱정없이 줄곧 열매를 맺는다." (7~8)

 

예레미야서 17장 5~6절에서는 사람의 힘을 의지하며 주님을 떠난 자에게 내릴 저주가 선언되었다. 이제 예레미야서 17장 7~8절에서는 주님을 신뢰하고 의지하는 이에게 내리는 축복이 선언된다. 이 양자를 비교할 때 축복을 받을 사람과 저주받을 사람과의 차이는 단 한가지이다. 축복을 받은 사람은 오로지 주님만을 의지한다는 것이다.


17장 7절 본문은 문자적으로 '주님을 신뢰하고 주님께서 그의 신뢰가 되는 그 사람은 복이다'이다.  후반부 문장의 주어는 '주님' 즉 '예호와'(yehoah)이며, '신뢰' 해당하는 '미브타호'(mibtaho)는 '의뢰','의지','신뢰'(시편40,4.5),'희망','신뢰'(시편71,5) 등으로 번역되는 '미브타흐'(mibtah)에 3인칭 단수 접미사가 결합된 형태로 '그의 신뢰','그의 희망'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 명사는 '의지하다','신뢰하다' 뜻의 동사 '빠타흐'(batah)에서 유래된 명사로서 그의 의미는 동사와 같다. 따라서 본문은 한 어근을 중복적으로 사용하여 그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축복을 받을 사람은 오직 주님만을 의지하는 사람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대조되는 17장 5절과 관련지어 생각하면,'사람이 아닌 주님을 의지하고, 군대나 군사력이 아닌 주님의 능력을 의지하며, 그 마음이 주님만을 향하여 있는 그 사람은 축복을 받을 것이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아, 제 뿌리를 시냇가에 뻗어 무더위가 닥쳐와도 두려움없이 그 잎이 푸르고, 가문 해에도 걱정없이 줄곧 열매를 맺는다.' (8)  


저주받을 사람 곧 '사막의 덤불'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은 축복받을 사람의 상황이 본절에 진술되고 있다. '광야의 메마른 곳','인적없는 소금 땅'(6절)에서의 삶은 죽음과도 같은 것이다. '무더위'나 '가문 해' 그러한 곳에서의 삶은 사실상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님을 의지하는 사람에게 '무더위' '가문 해' 아무런 고통이나 걱정을 안겨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는 '물가에 심긴 나무' 같아서 '제때에 열매를 내며 잎이 시들지 않는 나무와 같아 하는 일마다 잘 될'(시편1,3) 것기 때문이다.

 

한편 '무더위가 닥쳐와도 두려움 없이'에서 '두려워 하다' 뜻의 동사 '야레'(yare)는  6절의 '좋은 일이 찾아드는 것도 보지 못하리라' '보다'란 뜻의 동사 '라아'(raah)와 함께 예레미야서에 자주 사용되어, 언어 유희를 보여 주고 있다.

저주받은 사람은 좋은 일(예; 저주의 끝)이 올지라도 그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축복받은 사람은 가뭄(저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가뭄이 올지라도 생명을 지탱할 생수의 근원이신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반된 상황의 대조는 유사움을 지닌 두 히브리어 '야레'(yare)와 '라아'(raah)의 언어 유희(word play)를 통해 더욱 강조되고 있다.

 

 

 

2020년 3월 12일 사순 제2주간 목요일 부자와 라자로

 

살아있음이 기회입니다(루가16,19-31)

 오늘 살아 있음이 기회이기에 소중한 것입니다죽어서는 길방법이 없습니다.

 

19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자주색 옷과 아마포 옷사제들의 옷입니다.(탈출28사람들의 대우와 대접으로 날마다 즐겁게 호화롭게 사는 지도자 바리사이에게 들려주시는 비유의 말씀입니다.

 

20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었다.

집은 성전을 뜻합니다그 문 앞에 병든 라자로가 누워 있습니다.

 

21 그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다그러나 개들까지 와서 그의 종기를 핥곤 하였다.

부자가 인색해서가 아닙니다무심해서도 아닙니다그랬다면 그의 식탁 앞에 있도록 놔두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 비유가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며 의롭게 살아가는 바리사이에게 하신 말씀임을 놓치면 안됩니다. 

15절에 바리사이들에게 예수님께서 너희는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의롭다고 하는 자들이다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 마음을 아신다사실 사람들에게 높이 평가되는 것이 하느님 앞에서는 혐오스러운 것이다.”

인간의 의로움도덕과 윤리 그 율법의 식탁에는 가난한 이의 배를 채워줄 양식이 없다는 뜻입니다가난한(풋토코스)- 해결될수 없는 절대적 가난입니다인간이 해 줄 수 있는 가난(페네스)이 아닙니다.

라자로의 질병을 대속하는 십자가의 대속그 의로움 그 복음만이 그 절대적 가난(풋토코스)한 배를 채울수 있습니다질병을 낫게 할 수 있습니다.

 

(1베드2,24) 그분께서는 우리의 죄를 당신의 몸에 친히 지시고 십자 나무에 달리시어죄에서는 죽은 우리가 의로움을 위하여 살게 해 주셨습니다그분의 상처로 여러분은 병이 나았습니다.

 

22 그러다 그 가난한 이가 죽자 천사들이 그를 아브라함 곁으로 데려갔다부자도 죽어 묻혔다. 23 부자가 저승에서 고통을 받으며 눈을 드니멀리 아브라함과 그의 곁에 있는 라자로가 보였다. 24 그래서 그가 소리를 질러 말하였다. ‘아브라함 할아버지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자로를 보내시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제 혀를 식히게 해 주십시오제가 이 불길 속에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살아서 누렸던 그 권위 의식이 죽어서도 드러납니다자기 마음대로 라자로를 부리려 합니다그리고 죽어서야 물곧 생명수인 말씀을 찾지만 늦었습니다.

 

25 그러자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얘야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사람들의 칭찬대접)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26 게다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

하늘가는 길은오늘 지금 여기에서 살아있는 이 기회때에하늘의 의로움 그 십자가의 복음을 진리로생명의 양식으로 깨달아 알아 먹는 것입니다죽어서는 길이 없습니다.

 

27 부자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할아버지제발 라자로를 제 아버지 집으로 보내 주십시오. 28 저에게 다섯 형제(모세오경)가 있는데라자로가 그들에게 경고하여 그들만은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게 해 주십시오.’ 29 아브라함이, ‘그들에게는 모세와 예언자들이 있으니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하고 대답하자,

 모세와 예언자들이 예수님의 복음을 말했습니다.

 

(요한5,39-40) 39 너희는 성경에서 영원한 생명을 찾아 얻겠다는 생각으로 성경을 연구한다바로 그 성경이 나를 위하여 증언한다. 40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 와서 생명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영원한 생명을 위한 말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말씀을 현세적 삶을 위한 양식으로만 먹으려 합니다.

그래서 말씀을 구원의 진리로 먹지 못해깨닫지 못해 라자로처럼 굶주리고 병들어 있습니다그러나 의사로 오신 곧 의인(부자)이 아니라 죄인을 치유(용서)하시기 위해 오신 예수님을 구원의 진리로 만나면 삽니다.(마르2,17)

그분을 만나 그분과 하나가 되면 하늘의 부자로 살게 됩니다그래서 제사와 윤리의 그 의로움의 자신이 십자가의 대속으로 용서(치유)받아야 할 가난한 자임을 모르는 자가 부자입니다.

 

(묵시3,17) 나는 부자로서 풍족하여 모자람이 없다.′ 하고 네가 말하지만사실은 비참하고 가련하고 가난하고 눈멀고 벌거벗은 것을 깨닫지 못한다.

 

30 부자가 다시 안 됩니다아브라함 할아버지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가야 그들이 회개할 것입니다.’ 하였다. 31 그에게 아브라함이 이렇게 일렀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

오늘독서 (에레17,5~) 에서도 사람은 자신이 힘으로는 가망이 없다’ 하십니다그래서 죽었다 살아나는 기적으로는 절대 하늘나라에 오지 못한다하십니다그래서 죽었다 살아난 다른 라지로의 이야기로 말씀하십니다.

 

(요한12,9-10) 9 예수님께서 그곳에 계시다는 것을 알고 많은 유다인들의 무리가 몰려왔다예수님 때문만이 아니라그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라자로도 보려는 것이었다. 10 그리하여 수석 사제들은 라자로도 죽이기로 결의하였다.

오늘 말씀의 요점은파스카 제사의 식탁그 예물 양식이 아닌 십자가의 대속그 새 계약으로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루가22,20)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방식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다.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파스카의 피예수님의 죽음으로만 먹으면 안됩니다십자가의 대속으로 얻는 용서 영원한 생명의 새 계약으로 먹어야 합니다예레미야31,31~의 새 계약을 성령의 증언으로 다시 주신 계약입니다.

 

(히브10,15-18) 15 성령께서도 우리에게 증언해 주시니먼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16 “(십자가시대가 지난 뒤에 내가 그들과 맺어 줄 계약은 이러하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나는 그들의 마음에 내 법을 넣어 주고 그들의 생각에 그 법을 새겨 주리라.” 17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나는 그들의 *죄와 그들의 불의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으리라.” 18 이러한 것들이 용서된 곳에는 더 이상 죄 때문에 바치는 예물이 필요 없습니다.

 

(히브9,15)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는 새 계약의 중개자이십니다첫째 계약 아래에서 저지른 범죄로부터 사람들을 *속량하시려고 그분께서 돌아가시어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약속된 *영원한 상속 재산을 받게 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 아멘

 

 

위대한 스토리텔러 : 예수님의 부자와 라자로비유

 

 사순 제2주간 목요일 복음(루카16,19~31)

 

"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자로를 보내시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제 혀를 식히게 해 주십시오. 제가 이 불길 속에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그러자 아브라함이 말하였다.'얘야,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 (24ㄴ~26)

 

살아 생전에 병들고 굶주림에 지쳐 있었던, 자기 대문 앞의 거지 라자로에게 어떠한 자비도 베풀지 않았던 부자는 아브라함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주제넘은 요구 하고 있다. 

 그것도 자신이 멸시했던 라자로를 통해 물 한 방울만 떨어트려 달라고 한다. 

차마 많은 것을 청하지 못하고 손가락 끝에 찍은 물을 구하는 부자의 상황과 심정이 어떠할지 짐작 된다.


지상에서 호의호식하며 배불리 먹던 부자는 이제 물 한 잔도 아닌  말라붙은 혀를 식힐 한 방울의 물을 구걸하는 비참한 신세가 되었다. 

특히 '식히게'로 번역된 '카탑쉭세'(katapsykse)는 뜨거워 메말라버린 혀를 식히고 촉촉하게 해달라는 뜻으로서 부자가 처해있는 곳이 얼마나 뜨겁고 견디기 힘든 곳인지 보여 준다. 

살아 생전 거지 라자로를 쳐다 보지도 않았던 부자가 이제 자신의 비참한 처지로 말미암아 라자로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상황이 역전된 현세와 내세와의 자리바꿈의 뚜렷한 차이를 볼 수 있다.


'제가 이 불길 속에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는 이유 부사절을 이끄는 접속사 '호티'(hoti; for)로 시작되는데, 부자가 왜 물 한 방울을 구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 준다. 그는 뜨거운 불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로 번역된 '오뒤노마이'(odynomai) '몹시 아프게 하다', '몹시 괴로워하다', '몹시 고통을 당하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 '오뒤나오'(odynao) 현재 수동태로서 뜨거운 불길 속에서 계속적으로 격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부자의 상황을 보여 준다. 


이 고통은 절대자 하느님의 심판에 의한 고통이며, 여기서 불길은 죄인의 최종적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묵시19,20; 20,10; 21,8).

현세에서 매일 잔치를 벌여 사치와 쾌락을 일삼았던 부자는 죽음과 동시에 헤어날 수 없는 심판의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져 고통으로 일그러진 모습으로 아브라함을 애타게 부른다. 이것은 아브라함의 품속에서 평화와 안식을 누리는 라자로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것이다.

 

루카 복음 16장 25절에서 아브라함은 애걸하는 부자의 청원을 들어줄 수 없음을 설명한다.  '좋은 것들'로 번역된 '아가타'(agatha)의 원형 '아가토스'(agathos)는 '선한', '유익한', '아량있는'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부자가 받은 '좋은 것들'은 살아 생전 그가 누렸던 부와 명성을 말하며, 동시에 그가 사람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자비와 배려 가운데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는 하느님의 보호하심 가운데 온갖 부와 명성과 즐거움을 누리면서도, 정작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자들에게 조금도 동정을 베풀지 않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부자는 현세에서 '주는 것'에 무관심했고, 오로지 '받는 것'에 익숙한 삶을 살았다고 보면 된다. 

아브라함은 서로 통교할 수 없는 공간상의 제약 뿐만 아니라, 세상에 있을 때 고통받던 라자로를 외면한 부자의 악함 때문에 부자를 외면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위로를 받고'에 해당하는 '파라칼레이타이'(parakaleitai; he is comforted)는 '~곁에', '~가까이'라는 뜻이 있는 접두사 '파라'(para)와 '부르다', '초대하다'라는 뜻이 있는 동사 '칼레오'(kaleo)의 합성어로서 '곁으로 부르다'는 뜻이 있지만, 본 단락에서는 '위로하다', '격려하다'는 뜻으로 의미가 확장된 '파라칼레오'(parakaleo)의 현재 수동태이다. 

이것은 라자로가 계속적으로 외부로부터 위로함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위로는 위로의 근원이신 하느님(욥기15,11; 즈카1,17)으로부터 오는 완벽한 위로인 것이다(2코린1,3.4).

 

한편, 루카 복음 16장 26절에서는 아브라함이 부자의 애절한 청원을 들어줄 수 없는 현실적 이유가 나온다. 아브라함이 말하는 '우리와 너희 사이'란 결국 저승과 낙원 간의 간격을 말한다. 

'구렁'으로 번역된 '카스마'(chasma; a gulf; a chasm)는 '길게 갈라진 틈', '심연'이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실질적으로 구렁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보는 것보다는, 지옥과 천국 사이의 넘을 수 없는 벽, 질적인 차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가로 놓여 있어'로 번역한 '에스테릭타이'(esteriktai; there is fixed)는 '흔들리지 않게 하다', '강화하다', '확고히 하다'는 의미를 지닌 동사 '스테리조'(sterizo)의 완료 수동형으로서, 우리와 너희 사이에 있는 그 구렁은 이미 오래전부터 확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그 누구도 그것을 옮기거나 없애지 못한다는  강한 인상을 준다.

말하자면, 죽은 후에 처해진 운명은 아무도 그 상황을 바꿀 수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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