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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 주님 앞에 언제나 부당한 죄인인 우리들이 눈만 뜨면 드려야 할 기도는 세리의 기도입니다!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3-12 조회수2,707 추천수1 반대(0) 신고

누군가와 대화를 할때 마음이 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대화가 진솔하거나 순수하지 않고 권모술수나 잔머리 굴리는 냄새가 풀풀 풍길 때입니다. 마음 속 깊은 곳 생각과는 전혀 다른 대화, 겉도는 대화를 나눌 때입니다.

 

하느님과의 대화인 기도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인간의 마음을 꽤뚫어보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속마음과는 전혀 다른 기도를 장황하게 늘어놓을때, 하느님께서도 결코 달가워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가감없는 진솔한 대화를 좋아하실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차라리 반항적인 예언자 예레미야의 기도가 돋보입니다. “주님 당신은 저를 예언자로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은 저를 아주 바보로 만드셨습니다.”

 

하느님께 건넨 욥의 대화는 더 솔직합니다. “저는 너무나 비참해서 주님께서 저를 만든 날을 저주합니다.

 

심지어 예수님조차도 하느님 아버지께 솔직한 내면의 심정을 가감없이 말씀하셨는데, 이 보다 더 진솔한 기도는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오늘 복음에서 비교대조의 달인이신 예수님께서는 기도하러 성전으로 올라간 두 사람의 기도 자세를 소개하고 계십니다. 두 기도자의 태도는 극명하게 구분됩니다.

 

바리사이의 기도를 보십시오.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 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루카 복음 18장 11~12절)

 

교만과 자만으로 똘똘 뭉쳐진, 기가 차지도 않은 바리사이의 기도입니다. 그가 바친 기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겸손의 결핍입니다. 성찰과 자기 인식의 부족입니다.

 

바리사이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무익한 종’이라는 의식보다 ‘유익한 종’이라는 의식이 강했습니다. 하느님께서 큰 자비와 은총을 베푸셔서 티끌 같은 자신을 축복하셨음을 까마득히 잊고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오늘 여기 있다는 그릇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바리사이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고 자신이 대단하다고 믿는 사람은 하느님 은총을 통한 의화(義化)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하느님은 필요 없으며 결핍과 한계와 모순투성이의 인간인 자신에게만 의존하므로 그 길의 끝은 결국 멸망이요 죽음인 것입니다.

 

‘바리사이’란 말 마디 자체가 ‘~으로부터 분리되다’란 의미를 지닙니다. 바리사이들의 머릿 속에는 언제나 자신들이 거룩하다는 의식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불결한 사람들, 죄인들, 세리들, 이방인들과는 달리 자신들은 깨끗하고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된 거룩한 사람들이라는 선민사상과 우월감이 대단했는데, 그런 바리사이들의 모습이 예수님 보기에 웃기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아직 갈길이 까마득한 바리사이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기도의 모범으로 세리의 기도를 소개하십니다.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습니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루카 복음 18장 13절)

 

자비하신 주님 앞에 언제나 부당한 죄인인 우리들이 눈만 뜨면 드려야 할 기도가 세리의 기도입니다. 언제나 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가 틈만 나면 쏘아올려야 할 화살 기도가 세리의 기도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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