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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 인간의 의지를 버리고 하느님의 뜻에 적극적으로 순종하신 성 요셉!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3-18 조회수1,598 추천수1 반대(0) 신고

읍내로 물건을 사러갔다가 인상 좋으시고 연세 지긋한 사장님을 만났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안그럴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느릿느릿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시는데, 한도 끝도 없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발소를 들렀는데, 말 잔치는 계속되었습니다. 지난 번에도 대충 들은 것 같았는데, 길고도 긴 대하드라마 같은 인생사를 고스란히 들어야했습니다. 집에 들어서면 결코 만만치 않은 분이 또 한분 기다리고 계십니다. ㅋㅋㅋ

 

연세 조금 드시면서 갑작스레 말씀이 많아진 영감님들 케어하며 사시는 자매님들, 참 고생이 많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영감님은 어디 안 계실까? 생각해봅니다.

 

입은 꼭 다무는 대신 얼굴엔 언제나 환한 미소를 짓고 계신 영감님, 너무 아무 말 없으면 답답하니, 가끔씩, 백만번도 더한 아재 개그가 아닌, 신선하고 재미있는 아재 개그 구사하는 영감님, 너무 자주는 말고 하루에 세번 정도 뭐 필요하냐? 뭐 도와줄까? 물어봐주는 영감님,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설거지며 집안 청소며, 기쁜 얼굴로 척척 해내는 영감님...

 

아마 오늘 축일은 맞이하시는 요셉 성인이 그런 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양부이자 성모님 인생의 동반자셨던 요셉 성인은 구세사 안에 꽤 중요한 인물인데도 복음서 안에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요셉은 과묵한 의인, 침묵의 성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셉은 침묵의 달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침묵은 그저 입 다물고 아무 말 않는 침묵이 아니라, 하느님의 육화강생이란 큰 신비 앞에,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취한 차원높은 침묵이었습니다.

 

만일 요셉이 마리아의 혼전 잉태 사건 앞에서 입을 다물지 않고 크게 떠벌렸다거나,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다면, 예수님의 인류 구원 사업은 큰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침묵하고 또 침묵했습니다. 침묵 속에 육화강생의 신비를 묵상했습니다. 성장과정에서 예수님의 이해하지 못할 언행들 앞에서 또 침묵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하느님께서 알려주실 것임을 굳게 믿으면서 침묵하고 또 침묵한 것입니다.

 

당시 유다 결혼 문화 안에서 약혼 기간 동안 두 사람은 각자 부모의 집에서 거주했지만, 법적으로는 이미 부부로 간주되었습니다. 요셉은 이미 법적으로 마리아의 남편이었습니다. 만일 그 기간 동안 약혼녀가 다른 마음을 먹는다던지, 고무신을 바꿔 신어버렸을 경우, 큰 범죄로 간주되었습니다.

 

마리아의 혼전 잉태 사건의 경우 요셉은 당시 혼인법에 따라 마리아에게 이혼장을 써주고 두 증인 앞에서 차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마리아와 그녀의 부모가 받게될 모욕과 타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인간의 의지를 버리고 하느님의 뜻에 적극적으로 순종했습니다. 천사의 말을 굳게 믿고, 큰 곤경에 처한 마리아를 끝까지 보호했습니다.

 

마리아의 생애에 발생한 이 특별한 사건 앞에서, 요셉이 겪었던 내적인 고통이 얼마나 컸던가 하는 것은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잘 알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요셉은 닭쫒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이 된 것입니다. 어찌 보면 사랑하는 약혼녀를 일순간에 하느님께 강탈당한 것입니다. 마리아와 꿈꾸던 단란한 가정도 물건너 가버린 것입니다.

 

요셉은 무척이나 당황했을 것이고 고뇌했을 것입니다. 마음이 크게 동요되어 밤잠도 설쳤을 것입니다. 배신감에 치를 떨기도 헀을 것입니다. 의심도 하고 심사숙고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셉은 신중하고 사려깊은 사람이었습니다. 의롭고 신심깊은 사람이었습니다. 하느님께 마음을 활짝 열고 그분의 말씀에 적극적으로 순명하고 협조한 요셉 덕분에 예수님의 인류구원사업은 큰 무리없이 첫삽을 뜰수 있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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