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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4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3-19 조회수2,763 추천수10 반대(0)

동료 사제들과 함께 겨울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작은 산을 오르는 산행이었습니다. 겨울 산행이기에 장비도 마련했습니다. 아이젠, 피켈, 각반을 준비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모처럼의 겨울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맑던 날씨가 어두워지면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산과는 달리 미국의 산은 표지판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가는 길에 나무에 칠한 색을 보고 길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한국의 산은 미국의 산에 비하면 친절한 편입니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고, 먼저 간 사람들이 남긴 리본이 있어서 길 찾기가 수월한 편입니다.

 

담소를 나누면서 시작한 산행이지만 눈발이 세지면서, 조금씩 긴장되었습니다. 눈에 가려서 길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릎까지 눈이 쌓였습니다. 흰색 표시를 보고 길을 떠났는데 그 길로 가면 너무 늦을 거라는 판단을 내렸고, 길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저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구글의 맵을 통해서 짧은 길을 찾아가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호수를 향해서 내려가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구글 맵을 중심으로 짧은 길을 찾아 가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호수 근처로 무사히 내려왔고 산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겨울 산행은 작은 산이라도 신중해야하고, 날씨의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과 예수님을 알아보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수석사제와 바리사이파 그리고 최고의회 의원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예수님의 새로운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만이 율법과 계명을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만이 하느님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듣지도 보지 못했던 예수님에게서 새로운 권위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오히려 박해하려했던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잘못이 있었습니다. 자신들만이 진리의 수호자라고 생각하는 교만입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욕심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무지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표징을 보았던 사람들은 배우지 못했어도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예수님에게는 새로운 권위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예수님과 대화를 하였던 니고데모도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예수님을 알아보았을까요? 진리를 찾으려는 갈망이 있는 사람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희망이 있는 사람입니다. 갈망과 희망이 만나면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 곁에서 말씀을 귀 기울여 들었던 마리아와 같은 사람입니다. 니고데모는 자신의 지식을 뛰어넘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였습니다. 겸손했기 때문입니다.

 

일의 종류나 일의 가치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하는 장소와 일을 하는 때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자세입니다. 아무리 누추한 곳이라 해도 그곳에 주님이 계시면 그곳은 주님께서 거처하시는 성전이 됩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좋아보여도 그곳에 탐욕과 분노가 있다면 그곳은 악취가 나는 곳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들은 예수님의 겉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장소로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신 분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도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여기에 있다. 저기에 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에 있습니다.”

 

이제 곧 이 오면 어두운 땅 속에서 파란 새싹이 나올 것입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저 풀과 꽃들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우리들은,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은 더욱 더 하느님의 영광이 이 땅에 드러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 지혜롭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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