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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5주일 복음묵상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1-03-20 조회수1,735 추천수1 반대(0) 신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보면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 중에는 자신의 공이나 업적에 대해서는 타인에게 돌리고 과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돌렸다는 사실을 우리는 들어서 알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한 생애를 살면서도 이름 없이 살다가 간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자기 나라만이 아니라 온 인류의 역사에서도 길이길이 역사에 남는 족적을 남기기도 합니다.

 

세상에서도 명예라는 건 살아서만 있는 게 아닙니다.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 형법에도 보면 사자명예훼손죄가 있습니다. 죽은 사람의 명예도 보호할 만한 법익이 있어서 제정된 법이기도 한 것입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죽음 이후에 명예를 따져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도 할 수가 있겠지만 사람의 행위에는 생과 죽음을 넘어서도 숭고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조금 전에 대구교구 주교님의 장례미사를 유튜브로 봤습니다. 현제 대구교구 주교님의 강론의 일부 중에 그분이 생전에 남기신 훌륭한 일을 언급하시는 걸 보면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한세상 살다가 갈 때 뭔가 그래도 세상에 훌륭한 일과 같은 열매를 남기고 간다는 것도 참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다가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사후에 더 빛을 발하는 위인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삶이 그랬습니다. 예수님의 삶을 인간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한다면 짧고 굵은 삶을 살다가 가셨습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온 인류의 죄를 짊어지셔야 하셨습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것처럼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한 마리 양과 같았습니다. 당신 친히 몸소 제물이 되셔서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이 세상 악과 싸우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싸움은 패배가 아닌 승리였습니다. 그 승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목숨을 버려야만이 이길 수 있는 승리였습니다.

 

하나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했습니다. 땅에 떨어진다는 게 무엇일까요?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걸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걸 하시기 위해서 하늘옥좌에서 죄악으로 물든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 당신께서 오셨던 것입니다. 땅에서도 살면 되지 않습니다. 처절하게 밀알처럼 자신이 죽는 몸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죽는 건 자아가 될 것입니다. 자아가 죽을 때만이 영원한 생명이라는 열매가 결실이 되어 맺어질 겁니다. 이걸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그저 단순히 허망하게 죽으심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신 게 아니라 성부 하느님의 뜻에 당신의 삶을 오롯이 바치셨던 것입니다. 이 세상 우두머리인 악마에 맞서 싸우신 후, 철저히 당신은 최후에는 어떻게 될 것이라는 걸 아시면서도 그걸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지만, 결코 당신의 십자가를 피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잔을 고스란히 받아 마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게 당신의 운명이라는 걸 너무나도 분명히 잘 알고 계셨습니다.

 

오늘 복음 32절에 나옵니다. “나는 땅에서 들어 올려지면 모든 사람을 나에게 이끌어 들일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때 올려진다의미가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십자가 상에서 죽으심을 상징하는 부분과 또 하나는 땅에서 올려지니 이미 땅에서 밀알이 썩어진 상태인 몸에서 화려하게 부활이 되어 살아나심을 상징하는 의미도 있을 겁니다. 바로 이렇게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을 예수님께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바로 인류만민을 구원으로 이끄실 거라는 예언적인 말씀처럼 여겨집니다. 이런 당신의 운명이 예수님 당신 자신의 십자가였던 것입니다.

 

복음 26절에 보면 예수님과 마지막에 우리가 하늘 나라에 같이 있으려면 예수님을 섬겨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섬기는 게 당신을 따르는 것이라고도 하셨습니다. 이 따름은 당연히 예수님처럼 제 십자가를 지고 날마다 자신을 부인하고 따르는 것이 될 것입니다. 자신을 부인하는 게 바로 한 알의 밀알이 썩는 걸 의미할 겁니다. 예수님의 제가가 된 이상 이제 우리는 그 길이 힘들지라도 예수님처럼 죽음의 길을 선택해야 할 겁니다. 바로 그 길만이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하는 길이라고 오늘 복음에서는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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