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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만찬 미사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3-31 조회수2,125 추천수9 반대(0)

평화신문 37일 기사에서 부산 양산의 서학수 베드로 형제님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형제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부자와 라자로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부자는 자주색 옷을 입었고, 평생 좋은 집에서 맛난 음식을 먹었습니다. 아무런 불편함이 없이 살았습니다. 그러나 부자는 죽어서 지옥으로 갔습니다. 가난한 라자로는 부자의 집 앞에서 구걸하면서 지냈습니다. 몸에는 종기가 났고, 지나가던 개들이 핥았습니다. 언제나 춥고, 배고팠습니다. 그러나 라자로는 죽어서 천국으로 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부자처럼 살아서 지옥으로 가라는 뜻으로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라자로처럼 평생 춥고, 배고프게 살다가 천국으로 가라는 뜻으로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부자는 자신의 것을 나누어 라자로에게 주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이미 천국의 삶을 살고, 죽으면 둘이 손을 잡고 같이 천국으로 가야한다는 뜻으로 말씀하셨습니다. 풀잎 끝에 맺혀있는 이슬과 같은 인생입니다. 아침이면 피었다가 말라버리는 꽃과 같은 인생입니다. 사랑하고, 사랑받기에도 부족한 인생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길을 따라가면, 우리는 이미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시작할 수 있으며, 천상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습니다.

 

뇌성마비로 태어난 서학수 베드로 형제님은 부잣집 앞에서 구걸하던 라자로와 같이 힘든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제대로 걸을 수 없었습니다. 표현을 잘 할 수 없었습니다. 초등학교는 마칠 수 있었지만 중학교에는 갈 수 없었습니다. 성령기도회를 다니면서 천사 같은 지금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아내는 제대로 걷지 못하는 서학수 베드로 형제님을 걱정하였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함께 하였습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음이 따뜻한 서학수 베드로 형제님과 결혼하였습니다. 서학수 베드로 형제님은 본당의 배려로 성물방에서 봉사 할 수 있었고, 신부님들의 강론테이프와 강의테이프를 팔았습니다. 하느님의 축복으로 아들이 생겼고, 그 아들이 3년 전에 사제가 되었습니다. 서학수 베드로 형제님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뇌성마비인 자신에게서 아들이 생겼고, 그 아들이 복음을 전하는 사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들사제에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이렇게 힘들게 살았지만, 신부님은 건강한 몸으로 복음을 전하면 좋겠습니다.’ 서학수 베드로 형제님은 자신의 장애를 하느님의 축복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서학수 베드로 형제님 곁에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많았습니다. 사랑과 나눔이 있는 곳은 이미 천국입니다.

 

오늘은 주님 만찬 성목요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잡히시던 날 밤에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하시면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하셨습니다. 이 만찬에서 예수님께서는 몸소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며 그들에 대한 크나큰 사랑을 드러내셨습니다. 제자들과 그 후계자들은 예수님의 당부에 따라 이 만찬을 미사로 재현하는 것입니다. 미사 중에 사제는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이렇게 재현합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려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그때에 빵과 포도주는 예수님의 성체와 성혈이 됩니다. 성체성사는 주님을 기억하는 것이고,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만찬을 하시기 전에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발을 씻어 준다는 것은 어머니가 가장 사랑하는 아기에게 하는 일이요, 종이 주인에게 하는 일이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희생과 봉사입니다. 이제 우리가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신다는 것은 남을 지배하고 억누르고, 권위를 내세우고 잘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아낌없이 자신의 것을 내어주고 기꺼이 봉사하고 사랑하라는 주님의 뜻을 따른다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만찬미사입니다. 모든 이를 품어주셨고,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을 주셨으며, 스스로 수난과 고통을 감수하셨던 예수님이십니다. 끝까지 믿어주며 하느님께 대한 열정과 확신으로 고난의 길을 묵묵히 가셨던 주님이십니다. 그런 주님의 사랑과 주님의 희생을 우리도 배워야 하겠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예수님의 그 사랑을 배우며, 우리들 또한 이웃의 아픔과 슬픔을 씻어주는 주님의 제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내어주신 몸과 피를 받아들이듯이, 우리들 또한 우리의 이웃들에게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입니다. 말씀이 살아 있다면, 우리들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눌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이미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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