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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 세족례는 지고지순한 하느님의 손길과 비천한 우리 인간의 바닥이 맞닿는 은혜로운 순간입니다!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3-31 조회수1,085 추천수4 반대(0) 신고

 

생각만해도 살떨리는 수난과 죽음의 마지막 여정을 목전에 둔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나누십니다. 아버지께서 정해주신 시간을 야속하게도 어김없이 다가왔고, 고난의 쓴 잔을 마셔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셨던 예수님의 마음은 참으로 착찹했을 것입니다.

 

죽음의 시간은 째깍재깍 다가오지, 제자들의 미성숙은 그대로 남아있지,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 시간을 이용해 마지막 수업을 진행하십니다. 그 수업은 3년여간 제자들에게 행하신 가르침의 총정리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가르침이 꽤나 파격적입니다. 일종의 충격요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라 사랑하라 백만번도 더 가르치셨지만, 잘 먹혀들지 않자 충격요법을 통해 가르치시는데, 그것이 바로 세족례였던 것입니다.

 

세족례를 마치신 예수님께서는 식탁에 앉으신 후 가르침을 마무리하십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요한 복음 13장 14~15절)

 

참으로 은혜로운 표현 한 가지가 눈에 띕니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러 건너가실 때가 된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요한 복음 13장 1절)

 

발 씻김 예식을 주관할 때 마다 드는 느낌입니다. 의자에 앉은 사람들의 발아래 무릎을 꿇을 때 마다, 그 옛날 예수님의 겸손하신 얼굴이 떠오릅니다. 주인이시면서도 종의 발 아래 무릎을 꿇으신 예수님, 만왕의 왕이면서도 말단 병사 앞에 무릎을 꿇으신 예수님의 겸손하신 얼굴...

 

허리를 굽히고, 주전자에 담긴 물을 붓고, 내 발을 씻듯이 뽀득뽀득 씻기며, 마른 수건으로 꼼꼼히 젖은 발을 닦을 때 마다, 그 옛날 자상하신 예수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며,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이며, 내려가는 것이 올라가는 것이며, 죽은 것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신 예수님의 모습...

 

세족례는 지고지순한 하느님의 손길과 비천한 우리 인간의 바닥이 맞닿는 은혜로운 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노예들의 일이었던 세족(洗足)을 하느님의 일인 세족례(洗足禮)로 승격시키십니다. 예수님의 세족례를 통해서 이제 세족은 노예의 일이 아니라 주님의 일이 되었습니다. 몸종의 일이 아니라 주인의 일이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겸손하게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혀 한낱 피조물이며 죄인들인 인간의 발을 씻어주시는 모습을 묵상하며 우리들의 삶을 한번 돌아봅니다.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 많이 봉사하고 더 기쁘게 궂은일에 소매를 걷어붙여야겠습니다. 국회의원들 4년에 한번만 앞치마 두를 것이 아니라, 매일 앞치마를 두르고 연탄배달 봉사를 나가야겠습니다.

 

내가 총장이니 교장이니 자랑만 할것이 아니라 기쁜 얼굴로 학생들을 섬겨야겠습니다. 장상이요 수도원장이라 할지라도 환한 얼굴로 마당도 쓸고 설거지도 해야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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