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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만찬 성목요일 복음묵상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1-04-01 조회수789 추천수2 반대(0) 신고

 

오늘은 주님 만찬 성목요일입니다. 일 년 중 저는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날 중 하나입니다. 힘들지만 주님 수난 감실 조배를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본당에서 10시까지만 성전에서 개방하고 성금요일 오전 7시부터 성전을 개방한다고 하셔서 부득불 이번엔 이웃 본당에서 하려고 합니다. 영세를 받고 난 후부터 최소 10시간 이상은 쉬지 않고 해왔습니다. 지금 계획으로써는 장담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60 세까지는 해볼 생각입니다.

 

지금부터는 이제 타임머신을 타고 2000년 전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하셨던 만찬의 장소로 가보겠습니다. 열두 제자들과 함께 식탁 주위에 예수님이 함께 자리를 하고 계십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에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세세대대로 계속 전해져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 뭔가 모범을 보여서 가르쳐주셔야만 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체성사를 세우신 것이고 또 하나는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 사랑은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세족례를 통해서 가르쳐주신 사랑입니다.

 

세족례 대신 손을 씻어줄 수도 있으셨을 텐데 굳이 왜 발을 씻어주셨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봅니다. 발을 씻어 주는 것은 그 당시 풍습으로는 종이 주인에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하신 모습 그대로 제자들이 하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이건 무슨 뜻일까요? 스승이신 예수님이 섬김을 받는 주체가 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섬기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걸 행동으로 몸소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성체성사를 세우신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오늘 제2독서에서도 나옵니다만 예수님의 죽음을 기억하고 또한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매일 미사에서 이 미사 경문이 포함되는 것을 지금까지 수없이 들었지만 지금 복음 묵상글을 작성하면서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동안 미사를 봉헌하면서 성체를 영할 때 그냥 예수님의 몸을 영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영했습니다.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생각입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유치한 생각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단순히 예수님의 몸을 영함으로써 예수님의 몸 자체가 제 몸속으로 흡수가 되어, 마치 예수님의 몸처럼 거룩한 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했던 것 같습니다. 어떨 땐 무심코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늘 하던 방식으로 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수도 없이 본 복음이지만 좀 다르게 인식이 됩니다. 성체를 영할 때 단순히 예수님의 몸이라는 걸 넘어서 그 몸 자체가 우리를 위해서 당신께서 십자가상에서 제물이 되어 죽으신 몸이라는 것, 다시 말해 당신이 제물이 되어 주신 것이라는 걸 인식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만 단순히 예수님 몸이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참으로 철부지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9년 반 동안 그렇게 미사를 봉헌하면서도 이제야 이런 게 눈에 들어오는 걸 보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반포하신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의 교서를 다시 한 번 더 면밀하게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내용이 아주 깊이가 있기 때문에 꼼꼼히 한번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왜 예수님께서 단순히 나를 기억하라고만 하시지 않고 죽음을 기억하라고 강조하셨는지 조금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죽음에는 당신의 사랑이 녹아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앞 부분에 보면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고 나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팔아넘길 사람을 아시면서도 그 사랑을 거부하지 않으셨습니다. 죽기까지 사랑하셨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기억할 때 단순히 죽음만 기억한다면 그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죽음 너머에 있는 예수님의 사랑도 또한 함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어쩌면 그게 더 중요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도 허망한 죽음이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최후의 만찬 때 세족례를 통해 마지막 가르침인 섬김을 가르치신 것은 그게 바로 사랑이 없으면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미사를 봉헌하면서 성체를 영하고 또한 그때 예수님의 죽음을 기억하고 재현하는 게 단순한 하나의 예식으로만 그친다면, 예수님께서 하늘에서 통탄하실 것 같습니다. 그러려고 내가 십자가에서 죽었는가 하고 말입니다. 미사 때 예수님의 죽음을 기억한다고 할 때, 단순히 죽음 그 자체의 사실만을 기억한다는 것은 냉정하게 말하면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한마디로 당신의 생명을 바쳐서 죽음으로까지 저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처럼 그렇게 살아갈 것을 마음으로 다짐하는 게 진정으로 예수님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일 겁니다. 오늘 우리는 만찬 미사 후부터 성금요일 오후 3시까지 감실 조배를 자유롭게 하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죽음은 언제라도 묵상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좀 더 의미가 남다릅니다. 오늘 감실 조배를 한다면 단순히 예수님과 함께함을 생각해야 하겠지만, 진짜 왜 예수님께서 죽음까지 감수하시면서 당신의 생명을 내놓으셨는지 가슴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뜻 깊은 파스카 성삼일 축제를 지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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