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저는 오늘 성금요일 독서를 아주 좋아합니다.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1-04-02 조회수1,261 추천수1 반대(0) 신고

 

주님 수난 성금요일입니다. 저는 이 전례는 지금까지 오늘 포함해서 두 번 참례한 걸로 기억합니다. 직업상 그랬습니다. 이제 집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어제 자정 전후로 묵상글을 작성해서 올리거나 하는데 어젠 감실조배 때문에 하지 못했습니다. 저녁 10시부터 10시간 논스톱으로 하고 집에 와서 좀 씻고 세 시간 후에 제 본당에 가서 3시까지 하고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고 저녁에 오늘은 여건이 돼서 수난 예식에 참례했습니다. 전에 한 번 참석했다는 걸 기억하는 게 오늘 제대 앞에 십자가에 경배를 하는 걸 보고 한 번 참례한 게 기억났습니다.

 

아침에 3시간 휴식을 했지 잠을 자지 못해서 사실 지금 정신이 비몽사몽입니다. 제가 조만간 수난감실 조배를 왜 나름 열심히 한 이유가 뭔지 한번 공유하겠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건 자랑할 게 아닙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이때 가장 큰 보속을 할 수가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하기 때문에 그래서 죗값 치르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자랑할 게 아닌 것입니다.

 

오늘은 예식을 유심히 보면서 나름 머리로는 간간이 묵상을 했습니다. 십자가를 묵상했습니다. 작은 십자가이지만 이 십자가가 저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제대 위에 큰 십자가는 고정된 십자가입니다. 그 십자가 위에 예수님이 달려 있습니다. 사실 다르게 보면 그게 뭐가 좋다고 예수님의 그런 참혹한 모습을 자랑이라고 걸어놓는가 하고 생각하면 우리가 참 잔인한 것 같다는 생각도 저는 오늘이 아니라 간혹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벽에 고정된 십자가만 보다가 이동하는 십자가를 보니 오늘은 문득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장례가 생각났습니다.

 

2000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그땐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장례방식으로 장례를 했습니다. 조카들이 그러니깐 아버지 위치에서 보면 손자들입니다. 손자들이 만장을 들고 뒤에 상여가 따르고 했습니다. 오늘 신부님이 십자가를 이동하실 때 마치 그 십자가가 만장 같기도 하고 또 장례 때 운구하는 생여 같은 모습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높이 손을 올려 십자가를 이동시키면서 멈추고 이동하고 했기 때문에 예전에 그 모습이 연상이 됐습니다. 신부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게 생여 소리꾼 같은 목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저는 이 짧은 순간이지만 제 가슴은 저려왔습니다. 예전에 전통 장례 때 운구의 모습이 오늘 마치 예수님께서 운구되시는 것 같은 모습으로 오버랩 됐기 때문입니다. 순간 눈물이 맺혔습니다. 이런 감정이 북받친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실 어제 새벽에 조배를 하면서 오늘 독서도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조배를 하면서 내용은 같지만 어제 성경도 가지고 갔기 때문에 성경을 통해 봤습니다. 미사 책으로 보면 왠지 진한 느낌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입니다.

 

사실 오늘 독서의 내용은 제가 개신교에 있었을 때 가장 좋아하는 성경의 한 부분입니다. 전에도 이 내용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개신교 때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할 때 오늘 독서에 나오는 이 이사야의 내용을 가지고 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이 내용을 물론 개신교 성경이지만 이걸 사실 개신교 목사님으로부터 맨투맨으로 성경을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목사님 서재에서 마주 보고 달랑 성경 하나만 놓고 그것도 세로로 된 관주 성경입니다. 그 성경은 조금 옛스런 맛이 납니다. 활자체도 그런 느낌을 줍니다. 저는 그때 이걸 처음 봤습니다. 단어가 조금 표현이 다르지 내용은 같습니다. 아직도 어떤 부분은 개신교 성경 표현이 더 선명하게 와 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좀 더 실감납니다.

 

그때 목사님이 이걸 가지고 설명을 하신 후에 마지막에 다시 읽어주셨는데 그때 감정이 북받쳐서 그런지 순간 울음이 쏟아졌습니다. 제가 우니 목사님이 조금 당황하시면서 목사님도 조금 울었습니다. 그러다가 사모가 이게 뭔 일인지 하고 놀라서 서재로 들어왔습니다. 사정 이야기를 듣고 사모님이 감동을 해서 그 사건 이후로 제가 사모님께 좋은 점수를 얻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예전엔 이게 너무나도 감동이 돼서 오늘 독서에 나오는 이 부분은 달달 외웠습니다. 길을 가면서도 심심하면 이걸 암송했습니다. 특히 주일에 교회에 갈 때는 우리가 막간을 이용해서 묵주기도를 하면서 가듯이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 어떨 땐 기분이 묘한 날에는 감정이입이 잘 돼서 교회 가면서 표정이 무거운 적도 있습니다.

 

저는 서울 살 때 주일에 교회 갈 때는 절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그건 철칙입니다. 도보로 10킬로 정도 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걸어서 가기 때문에 가면서 이때 성경을 암송한 게 있으면 특히 이렇게 암송한 것은 아주 유용합니다. 암송하면서 가면 시간도 금방 갑니다. 어느덧 교회 입구에 도착합니다. 제가 도보로 처음부터 간 게 아닙니다. 감동적인 설교를 한번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올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갈 때만 꼭 도보로 갑니다.

 

사실 제가 오늘 이 이사야의 독서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게 예수님의 삶의 철학이 완전히 다 녹아 있다고 예전에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전에 30대 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걸 열번 천천히 읽고도 눈물이 나지 않으면 사람도 아니다.”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저는 로마서 8장 구세사보다 이걸 더 좋아했던 것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이틀째 잠을 한숨 자지 못해서 정신이 먹먹합니다. 이젠 좀 휴식을 취해야 내일 부활 성야 미사를 잘 준비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