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 룻기의 개요(룻 1,1-4,22)

룻의 이야기를 판관기 다음에 배열하는 것은 다소 의아하다. 그리고 역사서로 보기도 좀 그렇다. 아무튼 룻기의 시작은 ‘판관들이 다스리던 시대에’(1,1)라는 역사적 배경에 관한 언급 때문일 게다. 저작 시기도 논란이 많다. 언어의 특징적인 사항들이 늦은 시대를 대변인 유배 이후 시대의 환경에서 더 잘 이해된다. 그러나 룻기는 논쟁적인 내용이 아니다. 저자는 신앙심과 효심의 전형인 외국 여자인 다윗의 증조모를 본보기로 상기시킨다. ‘역연혼’(逆緣婚)으로써 주님에게서 섭리적으로 인도된 이 부인은 완전히 합법적으로 이스라엘의 한 가문, 더군다나 다윗 가문에 맞아들여진다.

내용은 그리 길지도 복잡하지도 않는 ‘룻기’는 단지 이야기의 여자 주인공 이름이다. 주된 내용은 기근으로 인해 유다 땅에서 모압으로 이주한 베들레헴의 한 가정의 것이다. 이 집안 가장인 나오미 남편 엘리멜렉은 그곳서 오래 살지 못한다. 그의 두 아들 마흘론과 킬욘은 모압 출신인 룻과 오르파를 아내로 맞지만, 이들 역시 이국땅에서 일찍 죽고 만다. 삶의 터전을 모압으로 이주한 뒤 십 년 만에 나오미는 귀향하게 되는데, 며느리 오르파는 친정으로 돌아가고 그녀의 손위 동서 룻은 시어머니와 함께 베들레헴으로 온다.

그리하여 룻은 이삭을 줍다가 보아즈를 만나고, 그는 룻을 친절하게 대한다. 보아즈는 나오미가 시집의 땅을 가정 형편상 팔아야 할 처지가 되는데, 그 토지가 다른 가문에 넘어가지 않도록 사들이고, 또 동시에 자식 없이 죽은 마흘론의 아내인 룻과 혼인하여 고인에게 후손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권리와 의무를 지닌 ‘구원자’(2,20)가 내용적으로는 되는 이다. 이를 잘 아는 나오미는 며느리에게 보아즈와 혼인하도록 권고하고, 룻은 시어머니 의중에 보아즈를 따른다.

이리하여 보아즈는 나오미와 룻이 바라는 대로, 마흘론 집안에서 자기보다 더 가까운 친족이 ‘구원자’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자, 룻을 아내로 맞아들인다. 그리하여 룻이 아들 오벳을 낳게 되는데, 그가 바로 이사이의 아버지이고 이사이는 다윗의 아버지다. 다시 말해 룻은 다윗의 증조 할머니가 된 셈이다. 당시의 관점으로 보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쩌면 다윗의 증조부 보아즈가 되는 게 마땅하다. 그렇지만 룻의 시어머니인 나오미도 아니고 이방인 룻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그렇지만 나오미가 자신의 이름을 ‘마라’라 바꾸어 부르라고 하는 것은(1,20), 저자가 사람 이름들에 상징적 가치를 명백하게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무튼 이 책은 문학적으로 아무런 흠이 없다. 이야기는 완전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전개된다. 따라서 룻기는 구약에서 작품으로나 예술적 면에서나 걸작들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룻기는 유다인들의 주요 축제 때 봉독되었던 다섯 개의 ‘축제 두루마리’(룻기·아가·코헬렛·애가·에스테르기) 가운데 하나로 주간절(레위 23,15-21; 신명 16,9-11; 사도 2,1 참조)에 읽혀졌다.

이 책은 주님에 대한 신앙과 함께 그분의 율법을 받아들인 룻의 이야기로써 주님의 율법이 이방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도 확장시키고, 또 책 끝에는 족보를 소개해 다윗과 그를 통하여 장차 오실 메시아의 선조로 외국 여자를 적절하게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라삐들은 ‘주님의 날개 아래로 오다’(2,12)라는 표현이 유다교로 개종함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룻을 개종자의 전형으로 여긴다. 따라서 룻기에 확연하게 드러나는 바는 주님의 인도하심이다. 그래서 신약에까지 예수님 족보로 이방인인 룻을 인류 구원의 역사적 실존 인물로 끌어올린다(마태 1,1-17).

판관들 시대에 기근이 든 일이 있었다. 그때에 에프랏 사람으로 유다 베들레헴에 살던 엘리멜렉이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나그네살이를 하려고 모압으로 이주했다.[계속]

[참조] : 이어서 ‘2. 나오미의 가족사’가 소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