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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23,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물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문다.” - 양주 올릴베따노 이영근 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21-04-23 조회수1,202 추천수2 반대(0) 신고

요한 6, 52-59(부활 3주 금)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티베리아 호수 건너편에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이신 다음, 가파르나움으로 돌아와 “생명의 빵”에 대해 하신 설교의 마지막 결론 부분입니다. 어제 <복음>의 마지막 부분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 하며, 유다인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이르셨습니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요한 6,53-54)

 

당신의 살과 피, 곧 당신의 사랑, 당신의 생명을 “먹고 마셔라”라는 말씀입니다. 여기에서, “먹다”(τρωγω)라는 동사는 씹다, 씹어서 부수다라는 뜻으로 인간이 음식을 씹을 때 사용하는 동사가 아니라, 초식동물이 풀을 먹을 때, 특히 새싹을 입으로 뜯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곧 초식동물이 풀을 씹을 때는 입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의 근육을 연계해 온 몸이 함께 움직여 씹듯이, 말씀을 온 몸으로 음미하며 살아가라는 의미, 곧 ‘실행’을 암시합니다. 곧 실행으로 먹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아를르의 체사리우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누가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함으로써 ‘먹지’ 않는다면,

                  (먹지 않고 저장된) 말씀은 만나에 구더기가 끓었듯이 구더기가 끓게 될 것이다.”

 

또한,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몸’(살)은 ‘인간관계’ 곧 사랑의 사귐과 친교를 의미하고, ‘피’생명일치와 유대를 의미합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심은 예수님과의 사랑의 사귐과 친교로 예수님과의 유대와 일치된 생명을 이루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당신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심으로써, 당신께서 가지셨던 사랑으로 맺는 인간관계를 가지게 되고, 당신의 생명과 일치와 유대를 이루게 됩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우리의 세 가지 태도입니다. 첫 번째 태도는 그분의 살과 피를 “어떻게 주는 지”를 의혹하고 따지는 말다툼(논쟁)이요, 두 번째 태도는 “먹지 않고 마시지 않고” 생명을 얻지 못함이요, 세 번째 태도는 “먹고 마시는 사람”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됨입니다. 곧 첫 번째 태도는 앎의 의식적 차원의 문제요, 두 번째 태도는 하는 믿음의 결단 차원의 태도요, 세 번째 태도는 실행에 따른 존재적 차원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일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일, 곧 ‘순명’이라는 ‘행위의 실행’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실행하는 사람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물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문다.”(요한 6,56)

 

이는 당신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고 신비적 몸에 합치되는 것을 말합니다. ‘머문다.’는 것은 단순한 거주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시는 것을 말하며, 그리하여 당신의 신적 생명이 우리에게 증여되고, 선사되고, 우리 안에서 생명이 되어 흐른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곧 당신의 살은 우리의 살이 되고, 당신의 피는 우리의 피가 되고, 그분의 생명 안에서 새롭게 창조됩니다.

이 크신 사랑은 우리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합니다. 당신께서는 이토록 큰 사랑의 신비로, 오늘도 우리 안에서 당신 생명의 꽃을 피우십니다. 오늘도 우리 주님께서는 당신 몸과 피를 건네주시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요한 6,57)

 

“말미암아”라는 말은 그분의 힘으로라고 번역하기도 하듯이, 이는 그분을 통하여 사는 것이며, 그것은 그분과 함께사는 것이며, 그분 안에서 사는 것이 됩니다.

오늘도 우리는 이 미사 중에, 우리를 위해 내어놓으신 당신의 살과 피, 그 크신 사랑과 신비, 그토록 아름답고 거룩한 사랑을 먹고 마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의 힘으로 말미암아 살게 될 것입니다. 아멘.

 

 

 

-오늘말씀에서 샘 솟은 기도 -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

주님!

당신은 제 안에 머무르되 저를 장악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제게 먹혀 사라짐으로 제 안에 살아계십니다.

당신 안에 저를 허용하시되 저를 가두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숨결에 태워 드높게 날게 하십니다.

오늘, 제가 모든 것을 내어주고 그믐달처럼 자신을 감추신 그 오묘함과 놀라움으로

바람 부는 대로 흘러 다니는 그 가볍고 그윽한 당신 사랑의 숨결이 되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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