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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3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4-23 조회수2,103 추천수9 반대(0)
며칠 전입니다. 한 형제님이 질문하셨습니다. ‘사제 생활 30년을 하셨는데 그만 두고 싶은 적은 없었나요?’ 마치 제게 결혼한 지 45년이 되었는데 힘든 일이 많았다.’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주님께 죄송한 적은 참 많았습니다. 성실하지 못했고, 나만을 생각했고, 세상의 것들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교회의 보살핌으로 사제직에 머물고 있음에 늘 감사드린다고 하였습니다. 사제로 살아온 날이 사제로 살아갈 날 보다 많아졌습니다. 새삼 달릴 길을 충실하게 다 달리고 원로사목자가 되신 선배 사제들이 존경스럽습니다.

 

동창 신부님 중에는 상설고해 사제를 신청한 친구가 있습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싶다고 합니다. 본당 신부를 해 보았기 때문에 후배들을 위해서 자리를 양보하고 싶다고 합니다. 20년을 보좌신부로 있어야 하는 후배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내린 결정입니다. 10년 훌쩍 넘기며 도시빈민 사목을 하는 동창들이 있습니다. 사제가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때로 힘들고, 때로 외롭고, 때로 거친 삶을 살아가는 동창들은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주님을 떠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1991년 함께 서품을 받았던 동료 중에 하느님의 품으로 3명이 갔습니다. 늘 가난한 이들을 먼저 생각했고, 가난한 이들의 아픔을 이해했던 사제였습니다. 성지순례를 위해서 지도를 제작하였던 사제였습니다. 언제나 깔끔하고, 정갈했던 사제였습니다. 비록 길지 않은 사제 생활이었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였고, 달릴 길을 충실하게 달렸습니다. 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새로운 길을 찾았던 동료도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제의 길이 힘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하였던 제자들과 같습니다. 사제의 직무는 떠났을지라도 신앙의 길은 충실하게 가기를 기도합니다.

 

여행을 가면 따로 방을 마련해 주시는 교우들의 배려에 대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다른 분들은 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사제라는 이유로 음식을 갖다 줄 때 감사하는 마음보다는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자가용으로 모시러 오고, 모셔다 드려야 한다고 하는 말씀을 듣고 아니라고 지하철 타고 버스타고 간다고 말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사제생활의 길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삶을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말씀을 주시는데 우리가 주님을 어떻게 떠나겠습니까?” 주님의 말씀을 충실히 따랐던 베드로는, 비록 주님을 배반하고 무서워 떨었지만, 다시금 주님의 사랑을 받았던 베드로 사도는 오늘 제1독서에서 예수님께서 하셨던 일을 훌륭하게 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을 치유하고, 죽은 사람까지 살려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 사도는 그 모든 영광을 예수님께 돌립니다.

 

믿는 이들을 세례의 물로 새로 나게 하셨으니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난 저희를 지켜 주시어 저희가 온갖 오류에서 벗어나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을 충실히 간직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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