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4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4-27 조회수2,262 추천수11 반대(0)

2014년입니다. 중서울지역 ME 대표사제를 맡게 되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봉사자들에게 가문비나무의 노래라는 책을 선물했습니다. 책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미처 읽지 못하였습니다. 2021년입니다. 미동북부 ME 대표사제를 맡게 되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봉사자들에게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서 가문비나무의 노래를 선물했습니다. 이번에는 시간을 내서 책을 읽었습니다. 앞에는 강이 있고, 뒤에는 산이 있는 깊은 산 속에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상의 분주함에서 잠시 떠나 피정을 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짧은 글과 사진들이 영혼을 울리는 잠언과 같았습니다.

 

높은 산에서 자라는 가문비나무는 좋은 악기의 재료가 된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자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겨울을 이겨내면서 나이테는 촘촘해지고, 세포막이 단단해져서 악기에 필요한 공명이 잘 생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높은 산에서 자라는 가문비나무는 아래에 있는 줄기는 스스로 잘라내고 높은 곳에 있는 가지만 햇빛을 받는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나무의 지혜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무는 넓고 둥근 나무로 자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나무가 좋은 악기의 재료가 된다고 합니다. 삶의 시련과 고통은 우리를 하느님께로 안내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습니다. 비에 젖지 않고 피는 꽃도 없습니다.

 

처음 본당신부가 되었을 때입니다. 20여 세대가 성당 땅에서 무상으로 살았습니다. 오랫동안 공소였던 성당은 특별히 관리가 되지 않았고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은 액수라도 임대차계약을 맺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무런 계약 없이 무상으로 20년 이상 살면 점유권을 주장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계약서를 만들었고 성당 땅에서 사시는 분들을 모시고 임대계약서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임대료를 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이 성당의 땅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영혼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형상을 닮은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느님과 사랑으로 맺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몸과 마음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됩니다.

 

오스트리아의 화가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이제 생명에 관한 비유를 만들어 낼 능력이 없다. 내적 깨달음을 얻기는커녕, 더는 우리 주변이나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해석할 능력이 없다. 이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형상이기를 그만두었다. 우리는 그릇되게 살고 있다. 우리는 그저 오래전에 썩어 버린 인식을 갉아먹고 있을 뿐이다.” 자본과 물질문명에 갇혀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이 세상을 마치 자신의 것인 것처럼 함부로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희망은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하나는 소망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욕망의 모습입니다. 소망과 욕망의 공통점은 간절하게 바라는 것입니다. 다만 욕망은 자신의 욕심과 자신의 뜻을 간절하게 바라는 것입니다. 그런 욕망은 우리를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고, 우리를 죄의 굴레에 떨어지게 합니다. 하지만 소망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것입니다. 그런 소망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볼 수 있게 합니다. 그런 소망은 절망 중에서도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가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 하여도, 나는 그를 심판하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러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구원받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과 사랑의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사랑의 관계는 하느님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길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말과 행동을 보고 사람들이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 기도하고, 늘 감사드리며, 항상 기뻐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뉴욕에서 정 진석 추기경님의 선종 소식을 들었습니다. 미주가톨릭평화신문의 지면도 추기경님의 선종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다시 편집하였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매일 묵주기도를 하셨습니다. 성직자, 수도자들의 부모를 위해서, 사제를 위해서, 구역장, 반장을 위해서,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하느님 나라에서 우리 교회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주님!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과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이 영원한 안식을 얻도록 이끌어 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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