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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4주간 목요일 복음묵상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1-04-28 조회수1,225 추천수0 반대(0) 신고

 

원래 신분만 보면 종은 주인에게 예속된 사람이기 때문에, 주인의 신분이 종보다 높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생각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종이 주인보다 높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걸 실천하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종의 신분에서 만약 이 말씀을 들으면 과연 이 말씀이 잘 이해가 될 수 있겠는지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사람은 신분을 떠나서 누구나 대접을 받고 싶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지위가 높다거나 여러 이유로 좋아하긴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종은 종대로, 주인은 주인대로, 그 위치에서 자신의 신분에 합당한 일만을 하면 행복하다고 하시는 말씀을 하신다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오늘 복음은 주인과 종이라는 신분의 개념으로 접근을 하면 거부감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개념을 좀 달리 생각해서 섬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섬김을 받는 것은 두 가지의 경우가 있을 겁니다. 그냥 신분관계 때문에 섬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와는 달리 자신을 낮춤으로써 섬김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한때 기업체에서 근무를 할 때의 일입니다. 회사의 사장님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자 합니다. 신분은 사장님이지만 그건 공적으로 업무 관계에서만 사장입니다. 사석인 자리에서는 전혀 사장과 직원의 관계를 따지지 않습니다.

 

업무 관계에서도 공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때에만 사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업무를 보십니다. 특히 제가 그분을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내에 미화원 아주머니가 있습니다. 그분들을 대하시는 태도를 보면 정말 그분의 인격을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내 복도에서 그분들과 마주치면 깍듯이 인사를 머리 숙여 하십니다.

 

일반직원들은 그냥 인사를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3년을 봤습니다. 늘 그분은 그렇게 했습니다. 사장님이 그분들에게 인사를 하시면 그분들은 민망해하십니다. 그냥 간단한 인사말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미화원 옷만 아니고 누가 이런 상황을 보면, 마치 어느 기업의 사모님께 직원이 인사를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그러니 그분들이 얼마나 민망해하시겠습니까?

 

어느 날 하루는 사장님과 함께 출장을 같이 가게 될 일이 있었습니다. 업무가 하루만에 끝날 일이 아니라서 부산에서 1박을 하면서 모처럼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면서 알게 된 일입니다. 미화원 아주머니 이야기를 우연히 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시각으로 그분들을 바라보신 게 아니였습니다. 물론 급여는 일반 직원보다는 낮지만, 일을 하는 업무만 다르다는 것이지 미화원 일도 똑같이 하나의 회사 업무로 보시고 그분 한 분 한 분을 아주 소중하게 여기신다는 것입니다. 직급에 상관없이 똑같은 직원 개념으로 생각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러시면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제 인생에 중요한 메시지 였습니다.

 

사람이 직위나 돈 때문에 존경을 받는 인생은 훌륭한 삶이 아니고, 삶 자체로 남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지 단지 직위 때문에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건 자신이 생각했을 때 비굴한 삶이라고 하셨습니다. 단순히 직위 때문에 그 직위를 대접한 형국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씀 같지만 그땐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분과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면서 많은 인생의 교훈을 배웠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진정한 섬김은, 단순히 몸 자체를 신분이라는 틀 때문에 낮추는 것만이 낮추는 게 아니고, 상대방도 자신과 동일한 하나의 중요한 인격체라는 의식으로 남을 생각할 때 진정한 겸손의 미덕이 우러나오고, 그게 진정으로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진정한 섬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종과 주인의 관계에서 섬김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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