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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53 - "커피의 고향"에 가다 上 (카파/이디오피아)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1-04-30 조회수1,364 추천수0 반대(0) 신고

"커피의 고향"에 가다 上 

 

 

나는 대학시절부터 커피를 많이 마셨다,

 

지금처럼 프랜차이즈 카페나 원두커피를 파는 곳이 많지는 않았지만

 

당시 흔하게 있었던 커피 자판기들이 대학 곳곳에도 있었고

 

가격도 전혀 부담되지 않아서 쉽게 커피를 접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나 미대를 다니던 나는 학교에서 밤샘 작업을 때면

 

피곤해서 깔깔해진 입안을 부드럽게 해주고 졸음을 쫓아주는데 없이 안성 맞춤인

 

달달한 자판기 커피를 밤사이 수시로 마시곤 했다.

 

(그 때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밤샘 작업을 할 수 있게 작업실을 24시간 개방했다)

 

현재 한국의 성인 커피 소비량은 일년에 1인당 400잔을 넘겨 세계평균보다 거의 3배가 높고

 

커피전문점 시장은 매출액 기준으로 하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라고 하니

 

인구 비율로 보면 압도적인 1위나 마찬가지인샘이다.  

 

지금은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대한민국 커피에 빠져있다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만

 

그렇게나 커피를 자주 마시던 나는 지금에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잘해야 달에 서너 정도, 그것도 스스로 마신다기 보다는

 

모임이나 어딘가를 방문했을 마실 커피 말고 다른 선택이 없을 경우이다.

 

나이가 들면서 몸이 카페인에 민감해 졌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건강을 위해서 마시지 않는 다는 것이다.

 

사실 대학 때도 커피를 끊으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학년 때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선직국이나 거대 기업의 자본과 후진국의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이 결합되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생산 방식이라고 배웠고 또 그렇게 믿었던 '플란텐이션 농업'이

 

시실은 제3세계 농민들의 노동력 착취를 기반으로 하는 생산 방식이며

 

대표적인 작물이 커피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더우기 내가 대학에 입학했던 80년대는 학생 운동이 활발 하던 시기였고

 

더불어 '문화운동'이라는 것도 활발하던 때여서

 

개인적으로 먹는 것 하나 입는 것 하나에도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던 때였다.

 

하나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제3세계 농민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세상이 변하는 것도 아니며  결과적으로 커피를 끊지 못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의 개인적인 이익과는 전혀 상관없이 '공동의 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자체로 순수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당시 끊지 못했던 커피를 이제는 건강 때문에 끊었으니

 

라는 사람은 3세계의 수많은 농민보다

 

몸뚱아리 하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수 밖에 없다.

 

어쨌거나 이렇게 커피를 즐기지 않는 내가 아주 우연한 기회로 이디오피아 카파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이곳은 커피가 처음으로 발견된  커피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으로

 

커피라는 명칭도 카파라는 지명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아랍어 명칭 까후아에서 유래 되었다는 다른 설이 있기도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당연이 카파에서 유래되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카파 이디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 시간 이상 걸리는 도시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 곳으로

 

크기로 치면 정도, 최소한으로 쳐도 우리나라의 '도'가 두세계 합쳐진 정도가 되는 넓은 지역이다.

 

물론 이 지역 전체가 아닌 일부 지역에서만 커피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일부 지역'이라는 것도 끝에서 끝까지 차로 두세 시간이나 걸리는 넓은 면적이다.

 

카파 가는 길은 멀고 지루했다,

 

가끔 작은 도시나 마을들을 거치기도 하고 처음 한두 시간은 색다른 풍경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금방 눈에 익숙해 지고 이후로는 비슷 비슷한 풍경들이 계속 이어진다.

 

중간에 하마 살고 있다는 작은 강도 지나고 사자 나타난다는 숲을 거치기도 하지만

 

마냥 나타나기를 기다릴 수는 없었기에 보지 못했고

 

어디쯤에선가 길가에 앉아있는 원숭이 무리들을 보기는 했다,

 

하지만 여행 다니면서도 심심치 않게 봤었던 열대 지방에 흔하게 있는 종류들로

 

특히나 내가 살았던 필리핀이나 지금 살고 있는 대만에서도 흔하게 수는 없어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있는 종류라 별로 신기하지도 감흥도 없다,

 

그래도 아프리카에 왔으면 뭔가 동물원이나 내셔널 지오그라픽에서 있는 동물들을 야생에서 보기를 기대했는데

 

그런 흔한 원숭이들로는 성이 안차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자주 없다는 검은색에 흰털을 가지고 있는 원숭이를 보았다는 것이다.

 

워낙 조심성이 많아서 사람 사는 근처에 나타나지 않는데 나보고 운이 좋다고 한다.

 

이제야 아프리카에 왔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흔히 없는 것을 봤다 말이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하는 빈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가이드들이나 현지인들이 이런 말을 자주 하지 않던가?

 

이런 것은 흔히 없는 것인데 여러분들은 정말 운이 좋습니다

 

그런데 그런 운이 여행 때마다 생기고 말고도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생기는 것인지?

 

하지만 우리나라도 그렇고 여행을 다니면서도 그렇고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실제로 본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고

 

특히나 보기 위해 마음먹고 특정한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차를 타고 가다 길에서 만난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하는 빈말이 아닌 같기도 하고 그러면 어떠랴!

 

나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멋지고 특이한 원숭이를 길을 가다가 만난 것이니 그냥 기분 좋으면 되는 것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고민되는 중의 하나가

 

현지에서 부딪히는 상황이나 사람들에 대해서 도대체 어느 만큼을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 하고

 

어느 만큼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너무 긴장을 풀면 자칫 좋은 일에 휘말릴 위험이 있고

 

반대로 너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면 여행이 너무 무미 건조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것은 여행자들, 특히 자유여행자들의 영원한 숙제이고

 

이것을 조절 있는 능력은 어떠한 공식이나 지식이 아닌

 

경험, 확실한 어휘로는 짠밥 늘어나야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도시나 마을이 나타나는 횟수도 줄어들고 농사짓고 있는 경작지들도 보이지 않는데

 

가끔씩  아슬아슬하리만치 짐을 가득  실은 커다란 트럭들이 아디스아바바 쪽으로 향한다,

 

덮개로 단단하게 포장해 놓은 화물들은 무엇이고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인지 동행한 현지인에게 물었더니

 

전부 커피원두이고 카파에서부터 오는 것이란다,

 

잘은 모르지만 대부분 5톤이상 되어 보이는 크기들로

 

도로 폭도 좁고 굴곡도 많은데 저렇게 트럭을 운전하려면 보통 실력과 인내력으로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커피 생산량이 많기는 많은가 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도착을 해서 보니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영 커피 농장의 규모가 엄청난 것은 물론이고

 

조그마한 땅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크건 작건 커피 농사를 짓고 있었다,

 

이러니 커피 생산량이 많을 수 밖에!

 

 

카파는 커피의 고향답게 커피를 마실 다도(茶道)처럼 영어로 커피 세레모니(Coffee Ceremony)라는 격식에 따라 마신다,

 

매번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고 특별한 날이거나 집에 손님이 왔거나 했을 때만 그러는 것으로

 

그 곳에서는 어디를 가나 손님이었던 나도 커피 세레모니에 따라 커피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은 향을 피우는 것이다,

 

원두를 볶으면 향이 테니 단순히 (냄새) 때문이 아니라 좀더 격식 있는 의식을 상징하는 것인 듯하다.

 

예부터 향은 제사나 종교행사 모양새는 달라도 동서양 모두 에서 사용되었다,

 

개인 위생이 좋지 않았던 시절이라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아무래도 좋은 냄새가 나기에

 

향을 피워 냄새를 없애기도 하고

 

실제적, 상징적으로 연기를 이용한 소독의 의미도 있었다,

 

음식을 훈제하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연기의 항균 효과를 통해 음식의 장기보전이 가장 목적이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면서 땅에 있는 사람들의 바램을 조상이나 절대자에게 전달한다는 의미도 크다,

 

사람의 죽으면 영혼이 하늘 어딘가로 올라가고 절대자도 하늘 어딘가에 살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향을 피우니 커피에 대한 예의를 표현하는 같기도 하고

 

함께 둘러앉은 사람들, 특히 초대받은 사람에 대한 예의를 표현하는 같기도 해서

 

뭔가 귀한 사람 대접을 받는 같은 느낌에 감사함이 생겨난다.

 

그 다음에는 작은 숯불 화로에다 커피 콩을 볶기 시작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어느 정도 로스팅을 하느냐에 따라 커피의 맛이 달라진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가장 적당한'로스팅의 정도가 있기도하고

 

또 대중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맛'이 있기도 하지만

 

'입맛'이라는 것이 각자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볶을 것인지는 볶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여 있는 사람들(커피를 마실 사람들)이 원두의 색을 보고 그 때 그 때 결정한다.

 

이렇게 로스팅이 끝나면 작은 절구를 이용해 가루를 내고

 

호리병처럼 입국가 좁은 주전자에 뜨거운 물과 함께 넣고 녹차를 우려내듯 우려낸다.

 

이후부터는 보통 원두 커피를 내리는 것과 마찬 가지이다,

 

다만 원두를 볶을 숫불을 사용한다는 것과

 

커피의 진하기는 에스프레소 정도로 진하고 잔도 작은 잔을 사용하는데

 

가끔 손잡이가 없는 것은 우리나라 녹차잔과 흡사하다,

 

특히나 한번 마시고 마는 것이 아니라 서너 잔을 마시면서 새로 드립을하는 동안 함께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것이

 

모양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우리의 다도 별로 다르지 않다. 

 

 

-10, 20, 30일에 업데이트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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