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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5-07 조회수2,270 추천수8 반대(0)

처음으로 성지순례를 갔던 것은 1982년 여름입니다. 당시 성소국에서는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도보성지순례를 기획하였습니다. 신학생들은 절두산 성지에서 함께 기도를 한 후에 대부분의 성지를 도보로 순례하였습니다. 미리내, 양지, 솔뫼, 해미, 갈매못, 나바위, 치명자 산까지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모두 순례자들을 맞이할 수 있는 성지로 조성이 되어있지만 40년 전에는 대부분 빈 공간에 성지라는 안내표시만 있었습니다. 본당신부로 있으면서 기차로 떠나는 성지순례를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영등포 역에서 기차를 타고 구학 역에서 내렸습니다. 구학 역에서 베론 성지까지는 도보로 순례하였습니다. 성지는 순례하는 사람이 없으면 잊혀지게 됩니다. 신앙의 선조들이 박해를 받아 순교하였던 곳, 신앙의 선조들이 순교하여 묻혔던 곳을 찾아 순례하는 것은 우리들 또한 신앙의 선조들을 따라 충실하게 살아가려는 다짐입니다.

 

올해는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분은 순교로 신앙을 증거했습니다. 다른 한분은 길 위에서 신앙을 증거했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주춧돌을 놓았고, 최양업 신부님은 주춧돌 위에 공동체를 세웠습니다. 유럽과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가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상해와 연길로 성지순례를 가는 것도 좋습니다. 상해에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서품을 받은 성당이 있습니다. 연길에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이 부제품을 받은 성당이 있습니다. 두 신부님은 만주벌판을 지나서 그리운 조선으로 오는 길을 찾았습니다. 프랑스 파리 외방선교회 신부님들도 만주벌판을 지나서 조선으로 입국했습니다. 말이 좋아 만주벌판이지 크기가 조선의 8배라고 합니다. 도중에 사나운 짐승도 있고, 도적 때도 있고, 살을 에는 추위도 있었습니다. 선교사들은 압록강물이 어는 추운 겨울에 조선으로 와야 했습니다. 순례의 여정에 백두산 천지를 바라보며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성지순례를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글이 있습니다. 베들레헴 성당 입구에 있던 글입니다. “만일 여행객으로 왔다면 순례가가 되어서 돌아가십시오. 만일 순례자로 왔다면 거룩한 사람이 되어서 돌아가십시오.” 어쩌면 우리의 삶은 하느님께로 나가는 순례의 길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알지 못하고, 세상의 것들에 취해서 여행객으로 머물다가 떠나갑니다. 어떤 사람은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알아서 하느님의 뜻을 따라가지만 유혹이 다가오면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맙니다. 어떤 사람은 신앙의 선조들이 거룩한 사람이 되어서 천국에서 빛나는 별이 된 것처럼 세상의 것들을 버리고, 하느님의 영광을 찾아서 길을 떠납니다. 비록 순례의 길에 고난과 유혹이 찾아오지만 성모님의 도우심을 청하며 거룩한 사람이 되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천상의 영광을 추구합니다.

 

오늘 제1 독서는 사도들이 복음을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비록 많은 고통과 박해가 있었지만 당당하게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도들은 자신들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만큼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디모테오와 같은 좋은 협조자를 보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마케도니아로 가서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신앙인들은 이 세상에서 살지만 천상에서의 삶을 희망하는 순례자가 되어야 합니다. 비록 가난할지라도, 비록 병고에 시달릴지라도, 비록 일찍 죽을지라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알렐루야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너희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여라. 거기에는 그리스도가 하느님 오른쪽에 앉아 계신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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