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주님께서는 바오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도록 그의 마음을 열어 주셨다.>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 16,11-15

11 우리는 배를 타고 트로아스를 떠나 사모트라케로 갔는데 이튿날 네아폴리스로 갔다.

12 거기에서 또 필리피로 갔는데, 그곳은 마케도니아 지역에서 첫째가는 도시로 로마 식민지였다.

우리는 그 도시에서 며칠을 보냈는데,

13 안식일에는 유다인들의 기도처가 있다고 생각되는 성문 밖 강가로 나갔다. 그리고 거기에 앉아 그곳에 모여 있는 여자들에게 말씀을 전하였다.

14 티아티라시 출신의 자색 옷감 장수로 이미 하느님을 섬기는 이었던 리디아라는 여자도 듣고 있었는데, 바오로가 하늘 말에 귀 기울이도록 하느님께서 그의 마음을 열어 주셨다.

15 리디이는 온 집안과 함께 세례를 받고 나서,“저를 주님의 신자로 여기시면 저의 집에 오셔서 지내십시오,”하고 청하며 우리에게 강권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1독서 주해

11절

사모드라게는 마케도니아 해변에서 약간 떨어진 에게 해역의 섬이고 네아폴리스는 필립비 지방의 항구도시다.

12절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이 지역에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안토니우스의 추종자들을 정착시켰다. 필립비는 바오로의 유럽 선교를 위한 중요한 근거지였다. 그곳 공동체는 처음부터 복음전파에 바오로와 함께 참여했고 바오로를 경제적으로 지원했다. 바오로는 이 공동체에 커다란 애정을 보인다. 로마의 식민지는 로마 군대의 요새가 있으며 황제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여러 가지 특권을 누렸다.

13절

유다 랍비들은 앉아서 가르쳤다. 루카는 바로로의 일행도 랍비의 관습대로 앉아서 그리스도교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바오로가 설교한 장소는 유다인 회당인 기도처가 아니었다. 그러나 디아스포라 회당 안에서 부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먼저 복음을 들려줌으로써 바오로는 유다인 회당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14절

리디아는 로마에 편입된 아시아 지방의 옛 왕국들 중의 하나였고 특히 옷감과 염색 사업으로 유명했다. 자색 옷감 장수인 이 부인의 이름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을 것이다. 티아디라에 세워진 교회는 묵시록의 현시자가 보낸 비난의 편지를 받은 공동체 중의 하나였다. 자색 옷감은 부를 상징하며 왕이 입는 옷의 천으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독자는 리디아가 선교사들을 환대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인이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느님을 공경하는 부인 리디아는 바오로 일행과 자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듣다가 하느님의 도움으로 마음의 눈이 열렸고 특히 바오로의 말에 감동을 받는다.

15절

“강권했다”(끈질기게 요청하다) 는 근동적 예의의 단면을 보여준다.

복음<진리의 영이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5,26-16.4ㄱ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6 “내가 아버지에게서 너희에게로 보낼 보호자, 곧 아버지에게서 나오시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27 그리고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나를 증언할 것이다.

16.1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너희가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2 사람들이 너희를 회당에서 내쫓을 것이다. 게다가 너희를 죽이는 자마다 하느님께 봉사한다고 생각할 때가 온다.

3 그들은 아버지도 나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짓을 할 것이다.

4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그들의 때가 오면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게 하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서 주해

26절

“협조자” 곧 “진리의 영”이 예수 증언자로 소개된다. 그러나 성령은 세상에서 직접 증언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을 통해 증언하고 제자들은 성령의 도움으로 증언한다. “협조자”의 증언과 제자들의 증언은 하나인 증언을 이룬다. “협조자”의 파견이 이중적으로 언급되나 내용상 차이는 없다. 초대 교부들과 일부 성서학자들은 이 대목을 내제적 삼위일체 교의로 이해하고 해석했다. 즉, 성령은 성부로부터 나온다는 동방 교회의 교의적 해석과 성령은 성부와 성자로부터 나온다는 서방 교회의 교의적 해석이다.

특히 동방교회 교부들은 성령의 파견을 역동적 사건으로 이해했다. 성령은 성부로부터 나와서 성자를 통해 인간에게 거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견해는 요한복음의 관점과 거리가 멀다. 요한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자신의 파견을 하느님에게서 나온다는 말로써도 표현하고 이 표현은 하느님께서 “나를 파견하셨습니다”란 말과 동일한 뜻으로 사용된다.

오로지 이 구절에서만 “협조자”로부터 나오는 예수에 과한 증언행위가 언급된다. 또한 이 증언행위는 문맥상 증오하고 박해하는 “세상”을 상대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협조자”곧 “진리의 영”도 예수가 세상에서 증언활동을 했듯이 증언하는 분이라고 강조될 뿐이다. 이 언급은 바로 제자들의 증언행위와 직결된다. 즉 제자들은 성령께 의탁하도록 말하고자 한다.

27절

“증언하다”는 복음선포를 가리킨다. 이 행위는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다”로써 제자들이 예수의 “말들”을 듣고 예수의 “일들”을 본 증인으로서 활동한다는 특성을 지닌다. “처음”이란 표현은 시간적 의미만이 아니라 모든 복음선포의 “원천”이라는 표준적 의미도 내포한다. 제자들은 예수를 직접 체험한 증인들로서 권위있고 표준적 복음선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성령께 의탁해야 한다. 복음선포는 예수의 “말과 일”을 성령과 함께 실현하는 행위다.

16.1절

말을 마무리짓는 표현양식으로서 “이 말을”은 예수가 앞서 말한 것을 가리킨다.

예수가 “이 말을 한” 목적이 언급된다. “걸려넘어지다”란 믿음을 잃음을 뜻한다. 예수는 제자들을 보호하여 믿음을 잃지 않고 구원을 얻도록 미리 일러둔다는 의미다. 즉, 예수는 제자들을 세상의 박해 자체보다는 박해로 인해 흔들릴 수 있는 믿음의 위험에서 보호하고자 한다.

2절 당시 그리스도교와 유다교의 치열한 대결상을 반영한다. “회당 추방”은 “회당 출입금지령”과 달리 랍비들이 단죄한 이른바 하느님 백성으로부터 파문인데 90년경부터 그리스도인들에게 적용했다. 이 추방에는 사형에 처하는 박해까지 따랐다. 그리스도인을 신성모독자로 여겨 죽이는 것이 마치 하느님께 제물을 바치는 예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광신자들도 있었다. “때가 옵니다”란 예언묵시적 표현은 공관복음에도 있다. 여기서는 실제상황에 바탕한 저자의 표현으로서 그런 광신적 박해가 새삼 온다는 것을 뜻한다.

3절

21절과 흡사한 말로서, 그리스도인을 박해하는 유다인들을 논박하고 그들의 동기가 맹신임을 폭로한다. 즉 유다인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기본적 입장이 시사된다.

4절

마무리짓는 형식이다. “이 말을”은 구체적으로 당시 요한 교회가 처한 상황을 반영한 앞의 내용을 가리킨다.

“그들의 때”는 2절에서 언급된 그리스도인을 박해하는 유다인들의 “때”를 가리킨다. 어둠의 권세가 난무하는 “때”를 뜻한다. “한 말”은 제자들이 상기해야 하는 “이 말을”을 가리키며,“내가 여러분에게 말한 (것)”이란 표현과 함께 예수가 제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제시된다. 1-4ㄱ절은 요한교회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서 현 문맥에 추가된 것이다. 하지만 표현양식은 13.9나14.29와 매우 흡사하며 동기도 같다고 할 수 있다.

200주년 신약성서 주해/ 분도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