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6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5-10 조회수2,216 추천수9 반대(0)

아이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어머니의 몸은 천국과 같습니다. 추위와 더위를 느끼지 않습니다. 배고픔에 대한 걱정도 없습니다. 아이는 어머니의 몸에서 보호를 받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어머니의 몸에서 10개월을 머물면 이제 아이는 또 다른 세상을 향해서 떠나야 합니다. 아이에게는 생명 줄이었던 어머니와 연결된 탯줄도 끊어야 합니다. 아이에게는 죽음과 같은 그 순간을 우리는 탄생이라고 이야기하며 축하합니다. 매년 태어난 날을 생일이라며 축하합니다. 생명 줄이었던 탯줄이 끊어지면서 아이는 스스로 숨을 쉬고, 스스로 먹게 됩니다. 어머니의 몸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하늘을 봅니다. 어머니의 몸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바람을 느끼게 됩니다.

 

비슷한 경험을 군대에서 했습니다. 훈련소는 마치 어머니의 몸과 같았습니다. 같이 훈련받는 군인들은 모두 동기입니다. 매일 같이 먹고, 같이 훈련을 받았습니다. 제식훈련도 하였고, 사격훈련도 하였고, 격파훈련도 하였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새로운 부대로 갈 때입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체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3년간 지낼 부대로 갔습니다. 부대는 훈련소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이제 훈련은 없었고, 모든 것이 실전이었습니다. 동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느님과 같다는 고참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업무를 가르쳐 줄 사수가 있었습니다. 제대를 앞둔 사수는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내무반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사수는 곧 제대하고, 이제 비로소 스스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이 됩니다.

 

비슷한 경험을 2년 전 뉴욕에서 했습니다. 주교님께서 뉴욕의 가톨릭평화신문미주지사의 업무를 맡겨주셨습니다. 신문은 중학교 때 배달은 해 보았지만 제작과 경영은 전혀 경험이 없었습니다. 한국은 제게는 어머니의 몸과 같았습니다. 모든 것이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있고, 동료 사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도와줄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뉴욕에서의 생활은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거주자 등록증도 받고, 운전면허 시험도 보고, 신용카드도 만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고,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2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어려울 때 힘이 돼 주는 동료사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의 생활과 문화에 적응되었기 때문입니다. 영화관에 처음 들어가면 캄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보이기 마련입니다. 이제는 뉴욕에 처음 오는 신부님을 도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너희에게 진실을 말하는데,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이롭다.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너희에게 보내겠다.” 아이에게 탯줄을 끊는 것이 탄생인 것처럼 주님께서 떠나시면 제자들은 비로소 사도가 될 수 있습니다. 훈련소를 떠나야 군인이 되는 것처럼 주님께서 떠나시면 제자들은 시련과 박해를 이겨내는 사도가 될 수 있습니다. 뉴욕에 살면서 뉴욕의 주민이 되는 것처럼 주님께서 떠나시면 이 세상에 살면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사도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당당하게 복음을 전하는 사도들의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사도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주 예수님을 믿으시오. 그러면 그대와 그대의 집안이 구원을 받을 것이오.”

 

꽃은 피었다 지기 마련이고, 사람은 나올 때가 있으면 들어갈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역사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하려했던 사람들 때문에 본인은 물론 공동체가 수렁에 빠지는 것을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때가 다 될 것을 예감하십니다. 구원의 역사에 또 다른 협조자가가 올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모든 것을 바쳐서 함께 했던 제자들을 떠나야 하고, 하느님나라 운동에서도 떠날 때가 되었음을 말씀하십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주님의 비움이 바로 참된 자유의 시작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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