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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6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5-12 조회수2,510 추천수8 반대(0)

제가 있는 부르클린 교구는 본당 신부의 임기가 6년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6년을 더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은 대통령의 임기가 4년인데 재선에서 당선되면 4년 더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합니다. 제가 있던 서울대교구는 본당 신부의 임기가 5년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5년을 마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한국은 대통령의 임기가 5년 단임제입니다. 교회의 인사이동은 사제들에게도, 교우들에게도 큰 관심입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전해서 오시는 신부님에 대해서 검색하기도 합니다. 신부님이 하였던 강의를 보기도 하고, 신부님이 있었던 본당에 대해서도 검색하곤 합니다. 사제들도 새로 가는 본당의 홈페이지를 검색하기도 합니다. 올해 서품 30년이 되는 저는 절반은 본당에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기관에 있었습니다. 사목국, 해외연수, 청소년국, 성소국 그리고 지금은 가톨릭평화신문미주지사에 있습니다. 기관에 있을 때는 인사이동에 대한 느낌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본당에 있을 때는 인사이동에 대한 생각이 많습니다. 정이 들었고, 함께한 추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본당에서 인사이동은 오전 10시 미사를 마치고 전임 신부님이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고 떠나게 됩니다. 교우들은 떠나는 신부님과 아쉬움의 이별을 합니다. 아쉬움과 슬픔은 잠시입니다. 신부님이 떠나면 곧 새로 오시는 신부님이 도착하기 때문입니다. 새 신부님은 먼저 성당 제단 앞으로 가서 기도를 합니다. 교우들은 신부님을 환영하면서 기쁨의 박수를 칩니다. 이렇게 아쉬움은 새로운 설렘으로 바뀝니다. 헤어짐의 슬픔은 새로운 만남의 기쁨으로 변합니다. 신부님이 떠나실 때 교우들이 부르는 성가가 두 가지 있을 것 같습니다. 인정이 많고, 어른들에게 예의가 밝으며, 강론을 성실하게 준비하고, 성사를 정성껏 집전하고, 병자성사는 어디든지 가고, 장례가 나면 교우들과 함께 연도하고, 미사시간 30분 전에는 고백소에서 교우들을 기다리고, 레지오 훈화도 꼬박 들어가고, 수단을 즐겨 입는 사제가 떠나면 성가 115수난기약을 부를 것 같습니다. 반면에 말을 함부로 하고, 준비 없는 강론을 길게 하고, 성당을 자주 비우고, 재정이 불투명하고, 권위적인 사제가 떠나면 성가 175이보다 더 큰 은혜와를 부를 것 같습니다.

 

초대교회의 사도들은 일을 하면서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박해를 받으면서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을 알면서 공동체를 떠났습니다. 교리도 체계적이지 않았고, 조직도 없었고, 재정적인 지원도 없었습니다. 다만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복음을 전하는 열정이 있었습니다. 사도들이 떠날 때면 공동체는 눈물로 환송했습니다. ‘수난기약을 불렀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초대교회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박해가 심했습니다. 사제가 다른 곳으로 갈 때면 신자들이 모시러 왔습니다. 박해를 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제를 모시는 기쁨이 컸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전통이 지금도 남아서 사제가 이동할 때면 가는 곳의 본당에서 사제를 모시러 옵니다. 사제들도 초대교회의 사제들이 보였던 복음의 열정과 헌신을 배워야 합니다. 형식만 남는 것이 아니라, 정신도 같이 남아야 합니다. 부르클린 교구처럼 6년씩 12년을 있는 것도, 서울대교구처럼 5년만 있는 것도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초대교회의 사도들처럼, 한국교회의 사제들처럼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열정이 중요합니다.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가려는 헌신과 희생이 중요합니다.

 

교회와 사찰이 세상의 기준이 되고 세상을 이끌어야 하는데 세상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아직 하느님 나라는 완성되지 못하였습니다. 헌신, 희생, 나눔, 봉사는 교회가 가졌던 소중한 보물입니다. 그러나 교회에 경쟁, 성과, 업적, 재물이라는 가라지가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천막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도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어느덧 대접받는 것에 익숙한 종교인들은 복음을 전하라는 사명을 망각하곤 합니다. 이미 시작된 하느님 나라와 함께 하지 못하고 아직 완성되지 못한 하느님 나라를 향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미와 아직의 사이에 있는 우리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말씀하셨습니다. “조금 있으면 여러분은 나를 보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조금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말합니다. 여러분은 울며 애통해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근심하겠지만 여러분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미와 아직의 사이에 있는 교회에 성령을 약속하셨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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