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복음묵상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1-05-23 조회수4,347 추천수0 반대(0) 신고

 

저는 살면서 모유수유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봤습니다. 특히 요즘은 상상할 수가 없을 겁니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자주는 아니지만 아주 드물게 지하철에서 모유 수유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마침 그때 시간대가 지금 기억을 할 수는 없지만 주위에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제가 지하철에서 본 몇몇 장면에서는 모양새를 보면 모유 수유하는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아기 엄마의 가슴이 노출이 되지 않도록 해서 보통 보면 수유를 합니다. 요령껏 잘 하십니다. 근데 그때는 제가 문입구에 있는 손잡이에 기대어 갔습니다. 

 

자리가 빈자리가 있었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지하철 코스가 있습니다. 지금도 그 건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건대역에서 2호선을 타고 가면 에스콰이어 본사 건물이 있는 쪽 그 라인을 통해서 한강을 건너가는 그 구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서울 풍광입니다. 그래서 항상 그 라인에서는 서서 갑니다. 

 

아이 엄마는 제 옆에 있었습니다. 근데 가다가 애가 칭얼거리니 배가 고픈가 해서 수유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래서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이 엄마는 당당히 많은 부분 노출을 한 상태에서 수유를 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날 저에게는 그 장면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모성애 앞에서는 부끄러움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날 일기장에 적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엄마의 젖을 먹지 않고 성장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분유 먹고 성장한 사람도 있긴 합니다. 그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건 좀 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자는 아이를 낳는다고 산고도 겪는데 젖이라도 남자가 줄 수가 있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우습은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순간적인 생각이었습니다만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끔직했습니다.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남자가 수유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게 끔찍했다는 것입니다. 어려서 절에 가면 스님이 모유 수유에 대해 경전에 나오는 법문을 하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날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젠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누군가 부처에게 질문을 했는지 아니면 그냥 말씀을 한 것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만 중일아함경에 나오는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내용은 비슷할 것입니다. 인골이 있는데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자의 인골은 조금 검정색에 가깝습니다. 그 이유는 여자는 자식에게 젖을 주기 때문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칼슘이 인체에서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골다공증 같은 증상이 되었기 때문에 여자의 인골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날 어려서 들었던 법문이 기억이 나면서 여자라는 존재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젖은 사실 어머니의 진액과 같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골수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진액을 먹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은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성모님께 요한 사도를 아들로 삼게 해 주시는 내용이 나옵니다. 세상적으로 보면 양아들과 양어머니 관계입니다. 예전에 책에서 봤는데 이게 맞는 말인지는 확실한 건 알 수 없지만, 원래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들이 어머니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가지는 게 딸보다 더 강하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이유는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이제 성모성월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성모님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십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올해 성모성월은 다른 해보다 성모님을 많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모님께 죄송한 마음 그지없습니다. 지금부터서라도 성모성월이 끝나고 6월이 된 후에도 성모님을 좀 더 많이 생각하는 아들이 되고 싶습니다. 

 

어머니를 하늘 나라에 보내드린 후엔 성모님을 많이 사랑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이 거짓약속이 된 것 같아서 부끄럽기 그지없어서 성모님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말로는 성모님을 사랑한다고 해도 그런 말보다 실제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게 진정으로 성모님을 사랑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성모성월 끝자락에서 남은 시간 동안 어머니라는 존재를 묵상하면서 함께 또한 성모님의 삶을 묵상하면서 좀 더 지금보다 더 성모님을 사랑하는 길이 무엇일지 한번 고민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