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5-28 조회수4,090 추천수9 반대(0)

가정방문을 다녀왔습니다. 2012년 본당사목을 마치고 가정방문을 다닌 적이 없었습니다. 교구청에 있었고, 지금은 신문사에 있기에 가정방문을 다닐 기회가 없었습니다. 부르클린 한인 성당의 미사를 도와 드리면서 가정방문을 요청받았고, 다녀왔습니다. 집에는 몸이 불편하신 형제님과 형제님을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함께 갔던 자매님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제 우리 성당에 아버지가 계신 것 같습니다.” 계속 손님신부님이 미사를 봉헌했기에 가정방문을 부탁드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몸도 불편하셨고, 코로나19의 위험 때문에 1년 동안 밖으로 나가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함께 기도하고, 성체를 영해 드렸습니다. 형제님은 눈물을 흘리면서 성체를 모셨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저를 필요로 한다면 가정방문을 다니면서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성체를 영해 드리려고 합니다.

 

본당에 있을 때는 한 달에 한번은 봉성체를 다녔습니다. 주로 어르신들이 많았습니다. 침대에 누워계시는 분들이 있었고, 기억을 잃어버린 분도 있었습니다. 뇌수술을 하였던 학생도 있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직장을 다니다가 사고로 목발에 의지하는 청년도 있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명으로 걷지 못해서 휠체어에 의지하는 젊은이도 있었습니다. 모두들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님을 모셨습니다. 목발에 의지하지만 새로운 직업을 구했다는 청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저도 기뻤습니다. 수술 경과가 좋아졌다는 학생이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다고 좋아했을 때는 저도 좋았습니다. 평생 걷지 못하는 자매님이 밝은 모습으로 제게 인사할 때면 가슴이 찡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주님을 기다리면서 성체를 모시던 분들이 생각납니다.

 

예전 세검정 성당에 있을 때입니다. 근육이 마비되는 증상이 있어서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젊은이가 제게 시를 하나 주었습니다. 비록 몸이 불편해서 자유롭게 다닐 수 없었지만 젊은이의 영혼은 저보다 훨씬 자유롭고, 고결했습니다. 오늘은 그 친구가 제게 주었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 세상은/ 별들이 많은/ 은하수 같은 것입니다.

별들이 많기에/ 밤하늘이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뒤에는/ 우주라는/ 어두운 하늘이 있습니다.

별들이 밤하늘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이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이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는 겁니다.”

 

현대사회는 성공, 1등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2등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꽃밭의 꽃들은 서로 자기가 1등이라고 자랑하지 않습니다. 저마다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라는 꽃밭에서 성공한 사람도, 실패한 사람도, 건강한 사람도, 아픈 사람도, 장애인도 모두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부활 찬송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참으로 필요했네, 아담이 지은 죄, 그리스도의 죽음이 씻은 죄. , 복된 탓이여! 너로서 위대한 구세주를 얻게 되었도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듯이 모든 인간은 흔들리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신앙은 1등만 기억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은 실패와 허물을 보듬어 주는 것입니다.

 

저의 삶에도 바람이 있었습니다. 서품을 받은 후 유행성 출혈열에 걸려서 20일간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IMF의 거센 파도가 저에게도 밀려와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다리가 골절돼서 15일간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혈압도 높고, 치아도 좋지 않은 편입니다.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이 세상 모든 꽃은 흔들리며, 비에 젖으며 피듯이 우리의 삶도 그렇게 흔들리며,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시련을 견디어 내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합니다. 시련을 통과하면 생명의 화관을 받기 때문입니다.

 

오늘 축일로 기억하는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은 목숨을 바쳐서 신앙을 증거하였고,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