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5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7-16 조회수3,581 추천수7 반대(0)

후배 신부님과 알라스카에서 바다낚시를 다녀왔습니다. 다행이 우리가 먹을 수 있을 만큼은 고기를 잡았습니다. 바다낚시는 좋은데 파도가 심하면 배 멀미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어른들은 다들 조금씩 멀미로 고생 했습니다. 그런데 선장님의 아들 마이클은 전혀 멀미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않는 6살가량 되었습니다. 능숙한 솜씨로 고기도 잡았고, 잡은 고기는 수족관에 넣었습니다. 마이클에게 바다는 마치 엄마의 품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기를 많이 잡겠다는 욕심도 없었습니다. 고기를 못 잡을 수 있다는 초초함도 없었습니다. 그저 바다와 한 몸을 이루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저는 한 마리를 잡았고, 마이클은 두 마리나 잡았습니다. 마이클이 청청한 알라스카 바다에서 아빠의 뒤를 이어 선장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꿈을 이룰 수도 있을 겁니다. 마이클에게 바다는 고향이자,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입니다. 저는 태어난 지 2달 만에 유아세례를 받았습니다. 마이클에게 바다는 엄마의 품과 같았다면 신앙은 저에게 엄마의 품과 같았습니다. 학교는 가지 않아도 성당에 가지 않으면 어머니에게 야단을 맞았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기일이 되면 시골에서도 어르신들이 오셨습니다. 저녁식사 전에 모두 모여서 조상을 위한 연도를 바쳤습니다. 그리고 저녁을 먹을 수 있었고, 오랜만에 친척들과 회포를 풀었습니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어도 다음 날 새벽미사에 모두가 참례하였습니다. 어머니는 한 달 전에 조상을 위한 연미사를 신청하였습니다. 친척들은 모두 학교에서 부르는 이름 대신에 세례명을 불렀습니다. 할아버지는 손자들 중에 한 명은 성직자나 수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자연스럽게 성직자가 되려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신학교에 가고, 사제가 되면 집안의 어르신들도 자연스럽게 말씀을 높이셨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여기셨기 때문입니다.

 

요즘의 신앙을 생각합니다. 요즘의 가정을 생각합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성당에 가지 않아도 야단치지 않습니다. 대학에 가면 성당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에 가지 않고, 공부하지 않으면 야단치지만 기도하지 않고, 성경을 읽지 않아도 말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기일이 되어도 가족들이 함께 모이지 않습니다. 모두가 바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일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들었던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연못에 물고기가 살았습니다. 서로 싸우면서 한 마리가 죽었습니다. 물이 썩으니 살았던 물고기도 죽었습니다. 신앙이라는 연못이 상하면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신앙인도 죽기 마련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곳에는 성공, 명예, 권력이라는 바벨탑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참된 행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진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떠나야 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날 밤, 주님께서 그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시려고 밤을 새우셨으므로,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도 대대로 주님을 위하여 이 밤을 새우게 되었다.” 영원한 생명은 세상의 것을 추구해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참된 행복은 세상의 것을 추구해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밤을 새워 기도하셨습니다. 그래야만 십자가를 지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에게도 함께 기도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교회는 해 마다 성목요일에 밤을 새워 기도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진리는 세상의 것에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세상의 것에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생명은 세상의 것에서는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그는 올바름을 승리로 이끌 때까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니 민족들이 그의 이름에 희망을 걸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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