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 엘리베이터 말고 계단
작성자김학선 쪽지 캡슐 작성일2021-07-17 조회수3,001 추천수0 반대(0) 신고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 엘리베이터 말고 계단

 

 

우리집에서 보는 일출

 

 

터벅터벅 그 걸음으로
어느 세월에 내게 오나요
저 푸른 하늘 새들처럼
날개를 달고 와야죠
이리저리 돌아보면서
어느 천년에 내게 오나요
더 늦기 전에 돌아와요
빨리빨리 오세요

 

사랑아 멀어진 나의 사랑아
내 님아 보고픈 나의 사람아

어허야 내가 내가 간다
그리운 내 님 곁으로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

 

요즘 대세 중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가수의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라는 노래의 가사는 위와 같이 시작된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

느린 걸음으로 계단을 사용하지 말고

그냥 엘리베이터로 빨리 오라는 말이다.

 

노랫말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나는 엘리베이터 말고 계단을 이용해서

7 층에 있는 우리 집까지 오른다.

 

엘리베이터보다 시간도 더 걸리고

호흡도 가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는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한다.

 

물론 계단 오리기가 건강에 좋다는 말에

솔깃해서 시작한 일이다.

 

그런데 가끔씩 너무 피곤하거나

들고 올라가야 할 짐이 있을 경우

꾀가 나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할 

이유가 나날이 늘어가기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엘리베이터 말고 계단을 이용해야 할

당위성의 근거를 만들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우리집이 있는 7층까지의 계단이라 -

 

나는 쉽사리 20여 년 전에 읽었던

토마스 머튼의 7층 산을 떠올릴 수 있었다.

 

토마스 머튼은 미국의 뛰어난 가톨릭 영성가이다.

7층 산의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아도

7층 산(7 Storey Mountain)의 의미는 알고 있다.

 

7층 산은 단테의 신곡 중 연옥 편에 나오는 산이라고 하는데,

7 죄종, 즉 모든 죄의 근본이 되는 7가지 죄를 정화하는 곳이다.

(참고로 7 가지 죄는 교만과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이다.)

연옥은 라틴어로 'Purgatorium'이라고 하는데

불로 정화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쓸데없는 죄를 태워 깨끗이 정화하는 곳이 바로 연옥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까지 오르는 7층 계단을

나의 7층 산으로 삼기로 했다.

힘들고 숨찬 일이지만

내가 오늘도 계단을 통해 우리 집으로 오르는 까닭이다.

 

내 몸의 쓸 데 없는 것들을 태우고

교만과 질투, 분노, 나태와 탐욕, 탐식과 색욕 같은

7 죄종을 조금씩 태워가며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느덧 7층까지 오르게 된다.

 

엘리베이터 말고

계단을 오르다 보면

몸과 마음의 찌꺼기가 타버리고

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하여 집에 도달하면 그야말로 환희가 나를 맞는다.

 

우리 집을 7층으로 선택한 것은

참으로 사려 깊고 영적인 아내의 촉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7이라는 행운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숨차고 땀 흘리는 정화의 과정을 통해서야

얻어지는 것임을 

오늘도 엘리베이터 말고 계단을 오르며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https://blog.daum.net/hakseonkim1561/2582#none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칠층산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