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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꾸준히 희망하며 나 자신의 비참함을 인내롭게 견뎌내는 신앙!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7-31 조회수3,330 추천수4 반대(0) 신고

초자연적이거나 신비한 현상, 특별한 기적이나 표징을 한번 맛본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또 다른 기적, 더 크고 대단하고 특별한 표징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게으름과 불성실로 인해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지 시시각각으로 놀라운 기적이나 표징들을 우리에게 건네주고 계십니다.

 

뿐만 아닙니다. 놀랍게도 크신 하느님께서 작고 나약한 우리들 한명 한명과 개별적으로 접촉하시고 동행하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와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매일의 성체성사를 통해서 만왕의 왕이요 세상 만물의 창조주 하느님께서 작고 비천한 우리 인간 존재 안으로 들어오신다는 것, 사실 이것보다 더 큰 기적과 표징이 어디에 있을까요?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부당한 죄인인 우리를 수시로 용서하시고 정화시켜주시고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베풀어주시니, 이것보다 더 큰 표징이 어디에 있을까요?

 

예수님과 동시대를 살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강생을 통해서 그토록 궁금했던 하느님께서 당신의 얼굴을 명백히 백성들 앞에 드러내셨으니 말입니다. 하느님의 얼굴을 자신들의 두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보다 더 큰 기적은 다시 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백성들의 욕심을 끝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으로부터 또 다른 무엇인가를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분께서 어쩌면 이 암담하고 부조리한 이스라엘의 고통스런 현실을 순식간에 뒤엎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세속적인 기대 말입니다. 이런 군중의 심리를 잘 꿰뚫고 계셨던 예수님이셨기에 정곡을 찌르는 한 말씀을 던지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요한복음 6장 26절)

 

우리 인간 측의 입장에서 볼 때는 꽤나 아쉬운 일이 되겠지만, 특별한 기적이나 신비스런 현상들은 반복되거나 지속되지 않습니다. 한번, 두 번, 많게는 세 번이면 충분합니다. 우리는 평생 단 한 번의 그 특별한 체험으로 인한 감동과 기쁨을 마음에 깊이 담고 되새기며, 그 체험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계속 우리가 신비 체험이나 기적에만 혈안이 되고, 우리 신앙생활의 방향이 그런 쪽으로만 흘러갈 때, 우리는 정말이지 웃기는 신앙인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육적이고 물질적인 만족 때문에 당신을 쫓아다니는 군중을 꾸짖으시며 한 단계 앞으로 더 나아가라고 초대하고 계십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는 육적인 양식이 아니라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는 불멸의 양식을 찾기 위해 힘쓰라고 권고하십니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복음 6장 27절)

 

오늘날에도 뭔가 특별한 것, 뭔가 신기한 현상을 쫓아 멀리까지 다니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거기서 구하는 것은 또 무엇입니까? 특별하고 황홀한 신비 체험, 마치 거짓말처럼 이 고통스런 현실에서 한 순간에 벗어나는 것...이런 것들은 어찌 보면 예수님께서 꾸짖으신 세상의 양식입니다.

 

그래서 부탁드리는 말씀입니다. 굳이 멀리까지 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본당 성당 안에 하느님 아버지께서 현존하십니다. 우리 공동체에서 매일 봉헌되는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는 영원한 빵을 선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본당 고백소 안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든 죄를 용서해주시는 자비하신 하느님을 만나 뵐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바람직한 신앙이 어떤 것일까, 묵상해봅니다. 앞뒤 따져보지도 않고 광적이고 무조건적으로 믿는 그런 신앙은 점검이 좀 필요한 신앙인 듯합니다. 한 지도자가 지나치게 신격화되고 과장되게 포장되는 신앙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인간의 가치나 존엄성이 훼손되는 그런 신앙 역시 진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가르침과 인간의 이성이 잘 조화된 신앙, 인간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본 상식과 예의가 존중되는 신앙, 단 한 번에 모든 것이 다 성취되기보다 돌탑 쌓듯이 오랜 세월을 두고 꾸준히 쌓아 올라가는 그런 신앙,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꾸준히 희망하며 나 자신의 비참함을 인내롭게 견뎌내는 신앙...이런 신앙 어떤가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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