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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8주간 화요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태14,22-36)
작성자김종업 쪽지 캡슐 작성일2021-08-02 조회수3,857 추천수0 반대(0) 신고

 

 

2021년 8월 3일 화요일

[연중 제18주간 화요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태14,22-36)

 

1독서<모세는 다른 예언자와 다르다.>(민수12,1-13)

그 무렵 모세가 에티오피아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였는데미르얌과 아론은 모세가 아내로 맞아들인 그 에티오피아 여자 때문에 모세를 비방하였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모세를 통해서만 말씀하셨느냐우리를 통해서도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주님께서 이 말을 들으셨다.

그런데 모세라는 사람은 매우 겸손하였다땅 위에 사는 어떤 사람보다도 겸손하였다.

주님께서 갑자기 모세와 아론과 미르얌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셋은 만남의 천막으로 나오너라.” 그들 셋이 나오자,

주님께서 구름 기둥 속에 내려오시어 천막 어귀에 서시고아론과 미르얌을 부르셨다그 둘이 나와 서자

말씀하셨다. “너희는 내 말을 들어라너희 가운데에 예언자가 있으면 나 주님이 환시 속에서 나 자신을 그에게 알리고 꿈속에서 그에게 말할 것이다.

나의 종 모세는 다르다그는 나의 온 집안을 충실히 맡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입과 입을 마주하여 그와 말하고환시나 수수께끼로 말하지 않는다그는 주님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그런데 너희는 어찌하여 두려움도 없이 나의 종 모세를 비방하느냐?”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진노하시며 떠나가셨다.

10 구름이 천막 위에서 물러가자미르얌이 악성 피부병에 걸려 눈처럼 하얗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아론이 몸을 돌려 미르얌을 보자과연 그 여자는 악성 피부병에 걸려 있었다.

11 아론이 모세에게 말하였다. “나의 주인님우리가 어리석게 행동하여 저지른 죄의 값을 우리에게 지우지 마십시오.

12 미르얌을살이 반은 뭉그러진 채 모태에서 죽어 나온 아이처럼 저렇게 놓아두지 말아 주십시오.”

13 그러자 모세가 주님께 하느님제발 미르얌을 고쳐 주십시오.” 하고 부르짖었다.

 

화답송 시편 51(50),3-4.5-6ㄱㄴ.6ㄷㄹ-7.12-13(◎ 3ㄱ 참조)

◎ 주님당신께 죄를 지었사오니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 하느님당신 자애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당신의 크신 자비로 저의 죄악을 없애 주소서제 허물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제 잘못을 깨끗이 지워 주소서

○ 제 죄악을 제가 알고 있사오며제 잘못이 언제나 제 앞에 있나이다당신께오로지 당신께 잘못을 저지르고당신 눈앞에서 악한 짓을 하였나이다

○ 판결을 내리셔도 당신은 의로우시고심판을 내리셔도 당신은 떳떳하시리이다보소서저는 죄 중에 태어났고허물 중에 제 어미가 저를 배었나이다

○ 하느님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제 안에 굳건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당신 앞에서 저를 내치지 마시고당신의 거룩한 영을 제게서 거두지 마소서

 

복음 <저더러 물 위로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마태14,22-36)

군중이 배불리 먹은 다음, 22 예수님께서는 곧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먼저 가게 하시고그동안에 당신께서는 군중을 돌려보내셨다.

23 군중을 돌려보내신 뒤예수님께서는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셨다그리고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혼자 거기에 계셨다.

24 배는 이미 뭍에서 여러 스타디온 떨어져 있었는데마침 맞바람이 불어 파도에 시달리고 있었다.

25 예수님께서는 새벽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 쪽으로 가셨다.

26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유령이다!” 하며 두려워 소리를 질러 댔다.

27 예수님께서는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용기를 내어라나다두려워하지 마라.”

28 그러자 베드로가 말하였다. “주님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29 예수님께서 오너라.” 하시자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갔다.

30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고서는 그만 두려워졌다그래서 물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주님저를 구해주십시오.” 하고 소리를 질렀다.

31 예수님께서 곧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고, “이 믿음이 약한 자야왜 의심하였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32 그러고 나서 그들이 배에 오르자 바람이 그쳤다.

33 그러자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분께 엎드려 절하며,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34 그들은 호수를 건너 겐네사렛 땅에 이르렀다.

35 그러자 그곳 사람들이 그분을 알아보고 그 주변 모든 지방으로 사람들을 보내어병든 이들을 모두 그분께 데려왔다.

36 그리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연중 제18주간 화요일 제1독서(민수12,1~13) 

 

"나의 종 모세는 다르다. 그는 나의 온 집안을 충실히 맡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입과 입을 마주하여 그와 말하고, 환시와 수수께끼로 말하지 않는다. 그는 주님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그런데 너희는 어찌하여 두려움도 없이 나의 종 모세를 비방하는냐?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진노하시며 떠나갔다. 구름이 천막 위에서 물러가자, 미르얌이 악성 피부병에 걸려 눈처럼 하얗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아론이 몸을 돌려 미르얌을 보자, 과연 그 여자는 악성 피부병에 걸려 있었다." (7~10) 

 

민수기 12장 7절에서 '모세' 앞에 '나의 종'에 해당하는 '아브띠'(abdi; my servant)를 첨가시켜 말씀하신 것은 모세와 다른 예언자들을 비교하고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 모세는 다른 일반 에언자들처럼 한번도 환시나 꿈, 수수게끼를 통하여 받는 일방적인 계시에만 의존하는 자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주님 앞에 특별한 존재이며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충실히 맡고 있는 사람'으로 번역된 '네에만'(neeman; faithful)은 '신실하다', '견고하다', '믿다'는 뜻을 가진 동사로 '확실성'과 '신실함'이란 뜻을 지닌 '아만' (aman)의 수동형 분사이다.

이 동사는 분사형으로 자주 사용되는데, 그것은 그 신실함과 충성됨이 변함없이 지속됨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도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는 지도자로서의 사명을 늘 성실하고 충성스럽게 이행하여 하느님께로부터 확고하게 인정을 받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분사형이 사용되었다. 

 

이것은 민수기 12장 8절에서 더 잘 드러나는데, '입과 입을 마주하여'에 해당하는 '페 엘 페'(phe el phe; mouth to mouth)에서 '입'을 뜻하는 '페'(phe)가 '~에', '~쪽에'라는 뜻의 전치사 '엘'(el; to)에 의해 연속으로 연결된 형태로서 '입과 입을 맞대고'라는 뜻이다. 

보통 대면하여 말하는 것을 나타낼 때 '얼굴'을 뜻하는 '파님'(phanim)을 사용해서 '파님 엘 파님'(phanim el phanim)이라는 문구가 사용된다 (탈출33,11; 신명 34,10). 

 

그런데 여기서는 '얼굴' 대신에 '입'을 뜻하는 '페'(phe)가 사용되어 그 친밀감을 더욱 강조할 뿐만 아니라 모세가 하느님께서 주신 권위로  하느님의 말씀만을 '입에서 입으로' 정확하게 전했음을  주님께서 친히 보증하고 계신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하느님과의 친밀성이나 말씀의 권위에 있어서 모세와 견줄 만한 예언자들이 없었음을 나타낸다. 

 

또한 '환시와 수수께끼로' 해당하는 '베히도트'(behidoth; in dark speeches; in riddles)는 전치사 '뻬'(be)와 '수수께끼', '어려운 문제', '비밀 말'이란 뜻을 가진 '히다'(hida)의 복수형이 결합된 것이다. 

'어려운 문제'나 '수수께끼' 같은 것은 창세기의 요셉처럼(창세41,12) 그 꿈이나 어려운 비유적 내용을 잘 해몽할 사람이 있어야만 해석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것은 주님께서 모세에게는 그러한 간접적인 계시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모세는 하느님과 직접 대면하는 자라는 점에서 하느님과 관계를 맺은 구약의 인물들 가운데 독보적인 지위를 가진 인물임을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주님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에 해당하는 '우테무나트 예흐와 얍비트' (uthemunath yehwa yabbit; he sees the similitude of the lord)에서 '모습'으로 번역된 '테무나트'(themunath)는 '닮음', '형태'라는 뜻을 지닌 명사 '테무나' (themuna)의 연계형으로 '하느님의 형상', '하느님의 형상을 모방한 우상' 그리고 온갖 거짓된 형상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 말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불 속에서 임하신 하느님의 형상을 보지 못했다(신명4,12). 하지만 모세는 비록 하느님의 얼굴은 못보았지만 하느님의 등, 즉 자취는 보았다(탈출33,22.23). 

그러니까 여기서 '주님의 모습'이란 주님께서 사람이나 천사로 나타난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영광에 둘러싸인 하느님의 실제 현존과 임재를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서 '그는 ~볼 수 있다'에 해당하는 '얍비트'(yabbit)는 '바라보다', '앙망하다', '살피다'는 뜻을 지닌 '나바트'(nabat)의 사역형이다. 

구약에서 '나바트'는 단 한 차례 강조형으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모두 사역형으로  사용된 동사로서 적대적인 응시로부터 주의깊고 지속적이고 호의적인 응시에 이르기까지 눈으로 주목하는 모든 행동 일체를 묘사하지만, '보다'라는 뜻을 가진 일반적인 동사 '라아' (raa)와는 달리 '마음과 뜻을 다하여 바라본다'는 개념을 강하게 지닌 동사이다. 

즉 유일한 도움되시는 주님의 뜻에 따라 삶을 영위하기 위해 눈을 오로지 주님께만 고정하고 그 은총을 좋아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본문은 모세가 하느님의 형상을 직접적으로 주목하여 보면서 계시를 받고 주님과 친교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모세와 일반 예언자들과의 근본적인 차이점 계시를 받을 때의 서로 다른, 정보 전달 방법에서 오는 계시 내용의 분명성 정도에만 국한되는 것만이 아니라 계시 전달의 주체가 되시는 주님과의 전인격적인 관계성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 하는 차원의 것이다. 

 

왜냐하면 일반 예언자들은 '꿈'이나 '환시'를 통해서 주님을 알았지만, 모세는 '입과 입', 용모', '하느님의 형상을 주목함'을 통해 주님과 의사 소통을 했기 때문이다. 

한편, '구름이 천막 위에 물러나자' 해당하는 '싸르 메알 하오헬'(sar meal haohel; when the cloud lifted from above the tent)에서 '물러나자'로 번역된 '싸르'(sar)의 기본형인 '쑤르'(sur)는 '돌이키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구름 기둥이 천막에서 떠오르는 것을 묘사할 때는 항상 '올라가다'는 뜻을 지닌 동사 '알라'(alla)가 사용되었고,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다음 목적지로 출발하라는 신호였다. 

그런데 여기서는 구름 기둥이 떠올라 사라지는 상황을 '알라'(alla)가 아닌 '쑤르'(sur) 동사로 묘사하여 이스라엘 진영의 출발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미르얌 또는 미르얌과 아론에게서 떠나신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구름 기둥이 물러나자 미리암은 곧 악성 피부병에 걸렸다.

강한 전염성을 가졌을 뿐 아니라 의시적으로 부정한 것으로 취급되었던 악성 피부병에 걸린 자는 이스라엘 회중 안에 머물 수 없었으므로(레위14,3.8) 미르얌은 진영 밖에 격리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스라엘 회중을 떠나 진영 밖에 격리될 동안은 위험을 당해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이것은 실로 미르얌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이었다. 

 

또한 '위에'로 번역된 '메알'(meal)은 '~위에'라는 뜻의 전치사 '알'(al)에 '~로 부터'라는 뜻의 전치사 '민'(min)이 접두되어 이루어진 단어로서 '~위에서부터 (분리하여)'라는 뜻이다. 이것은 동사 '수르'(sur)와 어울려서 '천막 위에서부터 구름이 분리되어돌이켜 떠나가는' 구름의 움직임을 잘 묘사하고 있다. 

미르얌과 아론에 대하여 진노하신 하느님께서 떠나가시자 하느님 현존과 임재의 상징인 구름이 천막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떠나간 것이다. 

 

이것은 언제나 구름 기둥으로 천막을 덮음으로서 보여주셨던 주님의 자애와 자비하심과는 대조적으로 죄에 대한 진노하심을 보여 주시는 장면이다. 그리고 '악성 피부병에 걸려' 해당하는 '메초라아트'(metsorath; she had leprosy)는  '피부병을 앓다', '나병을 앓다'는 뜻을 가진 '차라'(tsara)의 강조 수동형 분사이다.  

그리고 이 동사에서 파생된 명사형인 '차라아트'(tsaraath)는 나병에만 쓰이는 특별 용어가 아니라 광범위한 피부 질환을 가리키는 말이다(레위13,2). 

 

여기서 '눈처럼' 하얗게 되었다는 것을 볼 때, 실제 매우 심각한 나병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살이 짓무르고 털이 하얗게 변하는 것 외에 나병환자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고통은 심리적인 수치심과 함께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것이었다. 

 

끝으로 아론이 악성 피부병에 걸리지 않고 미르얌만 걸린 것은 모세에 대한 비방을 미르얌이 주도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민수12,1), 아론은 부정함을 멀리해서 (레위21,10~15) 이스라엘 백성이 거룩한 정결을 유지하도록 대사제로서의 임무를 온전히 수행하는 데 단절됨이 없게 하시려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보는 것이 좋다

(레위16,15~19).

 

 

 2010. 8. 3. 연중 제18주간 화요일 - 마태14,22-36 

 

연중 제18주간 화요일 복음 (마태14,22-36) 


예수님께서는 새벽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 쯕으로 가셨다.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유령이다!" 하며 두려워 소리를 질러댔다. 예수님께서는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러자 베드로가 말하였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예수님께서 "오너라." 하시자,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갔다.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고서는 그만 두려워졌다. 그래서 물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하고 소리를 질렀다. 예수님께서 곧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고,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고 나서 그들이 배에 오르자 바람이 그쳤다. (25~32)

 

마태오 복음 14장 24절에는 배가 이미 뭍에서 여러 스타디온 떨어져 있었는데, 마침 맞바람이 불어 파도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나온다.

 '스타디온'(stadion)이란 측정 단위는 약 185m 정도의 거리인데, 본문에는 이것을 수식하는 '여러'(많은)이라는 뜻의 '폴루스'(pollus; many)가 있다. 

 

이것의 병행구절인 요한 복음 6장 19절에는 당시 상황을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하여 '그들이 배를 스물다섯이나 서른 스타디온쯤 저어 갔을 때'라고 나온다. 그래서 이 거리는 4.6~5.6 km정도의 거리이며, '십여리쯤'되는 거리이다. 

그리고 14장 24절의 '파도'에 해당하는 '퀴마톤'(kymaton; waves)는 '부풀다'를 뜻하는 '퀴오'(kyo)에서 유래한 '퀴마'(kyma)의 복수형인데, 이것은 쉴새없이 계속적으로 밀려오는 큰 물결들을 연상시킨다. 

 

또한 '시달라고 있었다'에 해당하는 '바사니조메논'(basanizomenon; tossed)는 해산의 고통을 나타낼 때도 사용되는(묵시12,2) '바사니조'(basanizo)의 수동태 현재 분사형이다. 

이것을 볼 때 제자들이 겪은 고난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소리지르는 산모의 고통에 비견될 만큼 극심한 고난이었다. 

갈릴래아 호수는 급격한 기류 변화로 인해 돌풍이 불며, 이때 예상치 못한 큰 파도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맞아 파도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새벽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쪽으로 가셨다' (25) 

 

여기서 '새벽'으로 번역된 '테타르테 데 퓔라케 테스 뉘크토스'(tetarte de phylake tes nyktos; during the fourth watch of the night)에서 '경'(更)으로 번역되는 '퓔라케'(phylake)는 '지키다', '파수하다'는 뜻이 있는 '퓔랏소'(phylasso)에서 유래하여 본래는 '보초', '당직', '망보기'라는 뜻을 지닌다. 

그런데 로마에서 야간에 4교대로 보초를 섰으므로,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밤시간을 4부분으로 나누었고, 각각을 '퓔라케'(phylake)로 불렀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새벽'은 '밤 4경'으로서 새벽 3시부터 6시까지의 세시간을 말한다. 

 

예수님께서 이때에 제자들에게 오셨다는 것은 그들이 예수님과 헤어져 육지에서 4.6~5.6 km 떨어진 그 시간부터 그때까지 계속 파도와 힘겹게 싸우고 있었음을 드러낸다.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어'에 해당하는 '페리파톤'(peripaton; walking)이란 현재분사형을 사용하여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오신 방법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호수 위를 육지처럼 걷는 이러한 모습을 통해 자연의 법칙을 초월하시는 예수님의 신성(神性)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유령이다' 

 

'유령'에 해당하는 '판타스마'(phantasma; a ghost; a spirit)는 '보이다'는 뜻의 동사 '판타조'(phantazo)에서 유래하여 '눈에 보이지만 실체가 없는 것', 즉 '허깨비'를 의미한다. 

제자들은 사람의 형체를 한 존재가 풍랑이 이는 호수 위를 걸어오는 기상천외한 사건을 목격하고, 몹시 큰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그러나 그 존재는 보이기만 하고 실체가 없는 유령이 아니고, 바로 제2위 하느님이신 예수님이셨다. 

 

영적 분별력이 부족했던 제자들은 미신적 사고에 빠져 신적 능력을 행하시는 예수님을 유령으로 알고 두려워했던 것이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용기를 내어라'에 해당하는 '타르세이테'(tharseite; take courage)는 '기쁘다', '즐겁다'는 뜻을 가진 '헤데오스'(hedeos)에서 유래하여 '용기를 갖다', '담대하다', '위로하다'는 뜻을 가진 '타르세오'(tharseo)의 복수 2인칭 현재 명령형이다. 

희랍어에서 현재 명령형은 계속 반복되는 동작을 명령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지금부터 계속하여 용기를 갖고 즐거워하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처럼 환난 가운데서도 예수님을 만나게 되면, 그때부터는 계속적으로 영육간에 즐거움을 누리고 담대함을 가지게 된다.  

또한 '나다'에 해당하는 '에고 에이미'(ego eimi; it's me)는 '나는 나이다'이다. 이것은 제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령이 아니라 바로 그들의 스승 예수님임을 명백하게 밝히고, 동시에 제자들이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안심해야 할 근거이기도 하다. 

 

이것은 과거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자신을 소개한 '나는 있는 나다'라는 말씀과 의미가 통한다(탈출3,14). 

당신 자신을 소개하심으로서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힘과 용기를 주신 것과 같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동일한 말로 당신 자신을 소개하심으로써 고난 가운데서 어쩔줄 몰라하는 제자들에게 힘을 주신 것이다.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에 해당하는 '메 포베이스테'(me phobeisthe; don't be afraid)에  있어서 '두려워'에 해당하는 '포베이스테'는 복수 2인칭 현재 명령형이다. 

희랍어에서 금지 명령을 표현할 때 부정어 '메'(me)가 사용되는데, 여기서 '메'(me)와 현재 명령형이 함께 사용된 때는 '지금 바로 그 행위를 금하라'는 의미이다. 즉 현재 비록 풍랑이 일고 있지만 두려워하는 것을 즉각 멈추라는 뜻이다. 

 

이 말의 이면에는 모든 문제의 해결자되시며 보호자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촉구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풍랑이 이는 바다와 같은 세상을 바라볼 때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볼 때는 그 두려움에서 즉각 벗어날 수 있음을 확신시켜 주고 계시는 것이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여기에 해당하는 '퀴리에 에이 쉬 에이'(kyrie, ei sy ei; lord, if it's you)에서 '만일'에 해당하는 '에이'(ei)는 조건을 나타내는 불변사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 단어는 호수 위로 걸어오는 존재가 예수님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에서 사용된 단어는 아니다. 

이것은 베드로가 먼저 상대를 '주님'(kyrie)이라고 부르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즉 베드로는 이미 상대가 예수님임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건 불변사 '에이'(ei)를 사용한 것은 예상치도 못했던 너무나 놀라운 일을 목격한 감격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 감격은 예수님께서 명령하시면 자신도 물 위를 걸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까지 발전한다. 

 

'물위를 걸어오라고' (29) 

 

예수님께 대해서는 '호수 위를'에 해당하는 '에피 테스 탈랏세스'(epi tes thalasses; on the lake)를 걸은 것으로 묘사하고 있지만(25절), 베드로에 대해서는 '물위로'에 해당하는 '에피 타 휘다타'(epi ta hydata; on the water)를 걸은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호수나 물은 모두 같은 대상을 가리킨다. 

마태오 복음 14장 29절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라는 표현에는 당신 자신 스스로의 능력으로 물위를 걸으신 메시아이신 예수님의 신적능력과 예수님께 대한 요청에 의해 일시적으로 물위를 걸은 베드로의 기적 체험 현상을 차별화시키려는 마태오 복음사가의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바람을 보고서는 그만 두려워졌다' (30) 

 

베드로가 바람을 보자마자 두려움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은 '보고서는'에 해당하는 '블레폰'(blepon; when he saw)이 현재 분사로서 주동사  '두려워했다'에 해당하는 '에포베테'(epobethe; he was afraid)와 동일 시점에 일어난 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물에 빠져들기 '시작하자'에 해당하는 '아륵사메노스'(arksamenos; beginning)은 부정 과거 분사형으로서 주동사 '소리를 질렀다'에 해당하는 '에크락센'(ekraksen)보다 앞선 동작임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거센 바람쪽으로 시선을 돌린 베드로는 그와 동시에 두려운 마음에 사로 잡혔고, 그 순간 물속으로 빠져들어 주님께 절박한 목소리로 구조 요청을 했던 것이다. 

 

이러한 베드로의 체험을 통해서 우리는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주님만을 바라보며 나아갈 때는 안전하지만, 반대로 주님이 아닌 세상을 바라볼 때는 두려운 마음과 함께 위험과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수님께서 곧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고' (31) 

 

호수 위를 걸으시며 베드로로 하여금 물 위를 걷게 하셨던 예수님께서는 말씀 한마디만 하시면 베드로를 물에서 건져내실 수 있었다. 

그러나 굳이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는' 행동을 하신 것은 믿음이 약해 세파에 휩쓸려 고난받는 자에게 다가오셔서 친히 손을 내밀어 붙들어 주시는 예수님의 관심과 깊은 사랑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 이 믿음이 약한 자야'에 해당하는 '올리고피스테'(oligopiste; o you of little faith)의 원형 '올리고피스토스'(oligopistos)는 '(크기가)작다', '(양이)적다' 등의 의미가 있는 '올리고스'(oligos)와 '믿음'이란 뜻이 있는 '피스티스'(pistis)의 합성어로서 양과 질에 있어서 보잘것 없는 믿음을 의미한다. 

이 말은 모든 성경에서 제자들에 대해서 사용되었는데, 큰 믿음을 가져야 할 자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믿음을 가진데 대한 책망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또한 '의심하였느냐?'에 해당하는 '에디스타사스'(edistasas; did you doubt)의 원형 '디스타조'(distazo)는 '두 번'이란 뜻이 있는 '디스'(dis)에서 유래하여 마음을 한결같이 가지지 못한 상태를 가리킨다. 즉 이것은 처음 생각이나 각오를 버리고 중간에 방향을 선회한 경우를 말한다. 

예수님을 향한 시선을 거센 바람에 빼앗긴 상태를 부각시키기 위해 이 단어가 사용되었다.

 

 

8월 8일 연중 제 18주간 화요일 ㅡ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의 복음묵상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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