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8-09 조회수3,964 추천수11 반대(0)

독수리는 아주 높은 절벽 위에 둥지를 만든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새끼를 키운다고 합니다. 새끼는 안락한 둥지에서 어미 독수리가 주는 먹이를 먹으면서 편하게 지냅니다. 그러나 어느 때가 오면 어미 독수리는 둥지를 부서 버린다고 합니다. 갑자기 안락한 둥지를 잃어버린 새끼는 당황하면서 절벽 아래로 떨어집니다. 날개 짓을 하지만 익숙지 않아 땅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어미 독수리는 새끼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큰 날개로 새끼를 받아 줍니다. 이렇게 몇 번을 거듭하면 새끼는 이내 하늘을 높이 나는 독수리가 된다고 합니다. 어미 독수리가 새끼를 위해서 둥지를 계속 나두고, 먹이를 가져다주는 것은 참된 사랑이 아닙니다. 새끼의 몸짓이 커지면 둥지는 무너질 것이고, 날지 못하는 새끼는 결국 떨어져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시련과 고통을 새끼를 위해 둥지를 부서 버리는 어미 독수리와 같은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독수리가 보금자리를 휘저으며 새끼들 위를 맴돌다가 날개를 펴서 새끼들을 들어 올려 깃털 위에 얹어 나르듯, 주님 홀로 그를 인도하시고 그 곁에 낯선 신은 하나도 없었다.(신명32, 11)”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을 본적이 있습니다. 혹독한 연습으로 인해 발가락 마디가 기형적으로 돌출되어있는 등 발의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시인 고은은 그녀의 발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고 찬양했습니다. 테니스 선수의 손도 마찬가지입니다. 라켓을 잡고 연습하는 동안 손에는 굳은살이 생겼을 것입니다. 테니스 선수가 받는 상패 뒤에는 몇 번이고 잡혔던 굳은살이 있었을 것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면 사랑이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공간과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랑은 방향만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발레리나의 아름답지 못한 발처럼, 테니스 선수의 굳은살이 생긴 손처럼 부부는 서로에게 관심과 배려를 가져야 합니다. 화목한 가정은, 행복한 결혼생활은 은총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소금이 물에 녹아 소금물이 되듯이 서로의 가슴에 사랑으로 녹아들어가야 합니다. 성당의 제단 중앙에는 예수님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십자가 없는 신앙은 허구라는 가르침입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없다는 가르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둥지를 버리지 못하면 결코 하늘 높이 나는 독수리가 될 수 없습니다. 밀알은 어쩌면 우리가 머물고 싶어 하는 둥지일 수 있습니다. 그 둥지에는 성공, 명예, 권력이라는 달콤한 먹이가 있습니다. 그 먹이에 취해서 우리가 둥지를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는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새끼 독수리처럼 하느님의 사랑에서 멀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 둥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자들을 다그쳤습니다. 둥지에서 떨어지는 새끼를 어미 독수리가 받아 주듯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끌어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라우렌시오 부제는 재물이라는 둥지를 벗어났습니다. 모든 재물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진정한 보화는 가난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늘 본기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복된 라우렌시오는 하느님을 열렬히 사랑하며 신자들을 충실히 섬기고 순교의 영광을 받았으니 저희도 그를 본받아 사랑을 실천하고 그의 가르침을 따라 형제들을 섬기게 하소서.”

 

우리가 둥지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어쩌면 우리를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신앙은 끊임없이 둥지를 벗어나서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것입니다. 때로 시련의 바람이 불고, 고통의 암초가 다가올지라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믿으며 힘차게 날아야 합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적게 뿌리는 이는 적게 거두어들이고 많이 뿌리는 이는 많이 거두어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넉넉히 가져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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