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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기도하는 교회11: 전례 거행의 공통 표징 3 - 전례 안에서 절의 종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17 조회수28 추천수0

전례-기도하는 교회 (11) 전례 거행의 공통 표징 3 :  전례 안에서 ‘절’의 종류

 

 

절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개신교 신자들은 절하는 행위를 우상 숭배로 여기고 사람을 대상으로 절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천주교에서는 절을 우리 문화의 전통적인 예의 곧 상대방에 대한 존중으로 보기 때문에, 여러 차원에서 허락됩니다.

 

우선 절의 의미를 인간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어떤 문인의 표현대로 ‘저를 당신께 드립니다’라는 겸손과 존중의 표현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를 좀 더 복음적인 가치로 이해한다면, 상대방 인격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향한 존중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나를 화나게 하는 이를 향해, 내 안에 계신 주님께서 그 사람 안에도 현존하고 계심을 믿고 몸을 숙여 인사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상대방과의 관계에 변화가 온다고 말하는 이도 존재합니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행위인 절을 교회의 전례는 무릎 절(깊은 절), 머리를 숙이는 절, 몸을 숙이는 절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미사 경본 총지침은 무릎 절 곧 오른쪽 무릎이 땅에 닿도록 꿇는 것을 전례의 가장 근본적인 흠숭의 자세로 규정하고 있습니다(274항 참조). 무릎 절은 고대 로마인들이 황제를 신적(神的)인 존재로 공경하던 관습에서 기인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교도적 의미가 사라지고 단순히 높은 사람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그리스도교 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주교나 교황에게 하는 인사에서 제대, 십자가, 성인 유해, 그리스도와 성인상 앞에서 경의를 표하는 인사로 받아들여졌습니다. 11세기에 성체 신심이 발전하면서,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에 대한 공경으로 성체 앞에서 이 자세를 취하였고 16세기에 미사 안에 들어와서 1570년 비오 5세 로마 미사 경본 안에 포함되었습니다. 유럽 교회에는 무릎 절의 전통이 남아있지만, 한국 교회는 무릎 절을 깊은 절 곧 깊이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동작으로 대신 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전례적으로 흠숭을 표현하는 깊이 허리를 굽히는 절(무릎 절)은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께, 그리고 주님 수난 성금요일 예식 때 하는 장엄한 십자가 경배부터 파스카 성야 시작까지 거룩한 십자가에 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미사 안에서 주례 사제는 세 번, 곧 축성된 빵을 거양한 다음, 축성된 포도주가 담긴 성작을 거양한 다음, 그리고 영성체하기 전에 깊은 절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성찬례를 거행하는 중이 아니라면 성체가 모셔진 감실에 깊은 절을 해야 합니다(274항 참조).

 

로마 미사 경본에는 공경과 영예를 드리기 위한 절로 머리를 숙이는 절과 몸을 굽히는 절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습니다. 머리를 숙이는 절 곧 묵례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을 한꺼번에 부를 때, 예수님과 성모님의 이름을 부르거나, 축일이나 기념 미사에서 해당 성인의 이름을 부를 때에 하게 됩니다. 몸을 굽히는 절은 사제가 복음을 선포하기 전 제대 앞에서 ‘전능하신 하느님, 제 마음과 입을 깨끗이 하시어...’라고 기도할 때, 예물 준비 후에 ‘주 하느님, 진심으로 뉘우치는 저희를...’ 하고 기도할 때, 신경에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에게서...’라는 구절을 외울 때와 부제가 복음을 선포하기에 앞서 강복을 청할 때 등에 몸을 숙이는 절을 합니다. 그 외에 사제는 축성 부분에서 주님의 말씀을 할 때 몸을 조금 굽힙니다(275항 참조).

 

이렇게 전례에서 이루어지는 절은 근본적으로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경배를 드러내는 행위이며 성당 안에서는 성체와 성인들을 공경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우리의 바람을 겸손하게 드러내며, 회개의 표시로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하는 자세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머리 숙이고 허리를 굽히고 있는지 살펴보고, 하느님께 온전히 자신을 봉헌하는 절을 통해 주님 은총 안에 머무르는 미사 시간이 되시면 참 좋겠습니다.

 

[2024년 12월 15일(다해)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청주주보 3면, 김형민 안토니오 신부(교구 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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