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9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8-11 조회수4,282 추천수13 반대(0)

제가 있는 뉴욕 플러싱에서 뉴저지 팰리세이드까지 가려면 2개의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하나는 화이트스톤 브리지이고, 다른 하나는 조지워싱턴브리지입니다. 막히지 않으면 30분이면 가지만 막히면 2시간이 넘게 걸리곤 합니다. 뉴욕과 뉴저지는 다리를 건너면서 넘어오는 차량에 통행료를 받습니다. 길도 막히고, 통행료도 내야하기 때문에 꼭 가야 할 일이 아니면 다리를 건너지 않는 편입니다. 동북부의 사제모임도 뉴욕과 뉴저지가 함께 하는데 뉴저지에서 하면 뉴욕 신부님들이 불편하고, 뉴욕에서 하면 뉴저지 신부님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저는 가끔씩 필라델피아에 있는 서울 교구 신부님을 만나기 때문에 길이 막혀도, 통행료를 내면서 다리를 건너갑니다. 교구신부님들과의 만남이 제게는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에 원고를 주시는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서도 다리를 건너갑니다. 50년이 넘게 미국에서 사시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제게는 큰 기쁨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와 함께 약속의 땅으로 가면서 홍해 바다를 건넜고, 요르단 강을 건넜습니다. 다리가 없었지만 하느님의 크신 능력으로 홍해바다를 건널 수 있었고, 요르단 강을 건널 수 있었습니다. 길이 막히거나 통행료를 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 바다를 건너기까지 40년이 걸렸습니다. 40년은 이스라엘 백성이 십계명을 지키며 하느님의 백성이 되는 정화의 과정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만나를 내려 주셔서 이스라엘 백성이 굶주리지 않게 해 주셨습니다. 바위에 물이 솟아나게 해 주셔서 갈증을 풀어 주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금송아지를 만들기도 했고, 이집트로 돌아가려고도 했고, 불평과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요르단 강을 건너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땅에 정탐꾼을 보냈습니다. 가나안 땅에 사는 사람들을 두려워하기도 했지만 하느님께서는 여호수아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요르단 강을 건널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넘어가는 것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통행료를 낼지라도 갈 수 있습니다. 강에는 다리가 있고,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으로 가는 것은 가깝고도 먼 길입니다. 고인이 되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먼 여행은 어딜까요? 아프리카, 남극, 북극도 아닙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입니다. 가슴에서 다리로 가는 여행입니다.” 저는 추기경님의 말씀을 피정 중에 들었습니다. 추기경님의 말씀이 가슴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의심이라는 벽이 생기면 매일 같은 잠자리에 드는 부부도 마음이 멀어집니다. 원망과 불평이라는 벽이 생기면 가까웠던 친구와도 마음이 멀어집니다. 욕심과 욕망이라는 벽이 생기면 고통 중에 있는 이웃을 외면합니다. 두려움과 걱정이라는 벽이 생기면 예쁜 꽃도 보이지 않습니다. 파란 하늘도 보이지 않습니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수도생활을 했던 수도자도, 매일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던 신자도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이 쉽지 않습니다. 가슴에서 다리로 가는 여행이 어렵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 가슴에서 다리로 갈 수 있는 여행의 방법을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는 것입니다. 용서는 단순히 남의 허물과 잘못을 탕감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용서는 나의 모든 것을 주는 것(Forgiveness)입니다. 모든 것을 내어 주셨던 예수님께서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다리로 여행을 하셨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죽으셨지만 부활하셨습니다. 오늘 하루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나의 여행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가슴에서 다리로 가는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기꺼이 용서하는 신앙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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