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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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8-13 조회수4,039 추천수8 반대(0)

산보를 다니면서 잘려진 나무를 볼 때가 있습니다. 나무에는 둥글게 나이테가 있습니다. 나무의 둥근 나이테는 사실 대부분 죽어 있다고 합니다. 나무는 가운데 부분으로만 양분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높이 자랄 수 있는 것은 죽어 있는 나이테가 나무를 지탱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둥근 나이테처럼 우리사회를 지탱해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청소차가 와서 집 앞에 내어 놓은 쓰레기를 가져가 줍니다. 그분들이 일하지 않는다면 동네는 마비가 될 것입니다. 고마운 분들입니다. 2주에 1번씩 잔디를 깎아 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일하지 않는다면 집 앞의 정원은 엉망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누님들은 재봉틀을 돌렸고, 가발을 만들었습니다. 서독으로 간호사가 갔고, 광부가 갔습니다. 우리의 형님들은 멀리 중동에 가서 사막의 모래바람을 이겨냈습니다. 국민소득 1,000, 수출 100억불을 향해 늦게까지 일하던 산업현장의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미사를 도와주는 퀸즈 한인성당에도 나무의 나이테와 같은 분들이 있습니다. 제일 먼저 나오시는 분은 수녀님입니다. 미사시작 2시간 전에 나오셔서 문을 여시고, 앰프를 키고, 에어컨을 틀어놓습니다. 복사, 반주자, 해설자, 독서자도 일찍 와서 준비합니다. 미사를 마치면 많은 봉사자들이 다음 미사를 위해서 의자를 소독합니다. 로사리아회에서는 물품판매를 위해서 아침 일찍 탁자를 마련합니다. 주차봉사자들은 차량이 쉽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도록 마당에서 안내합니다. 사제가 미사를 봉헌하기 전에 많은 분들이 수고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2000년 교회의 역사에도 나이테와 같은 분들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때 2살 이하의 아이들이 순교하였습니다. 교회는 성탄이 지난 3일 후에 무명의 아기 순교자들을 기억합니다. 예수님의 길을 준비했던 세례자 요한이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그분은 더욱 커지셔야 하고, 나는 더욱 작아져야 합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 자격도 없습니다.’ 교회의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 부제를 비롯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신앙 때문에 순교하였습니다. 그분들이 흘린 순교의 피가 오늘 교회를 지탱하는 나이테가 되었습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막시밀리아노 콜베 사제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 마음이 있었기에 다른 이를 대신해서 목숨을 바칠 수 있었습니다. 신앙은 그런 따뜻한 마음에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밀밭에 가라지가 들어오듯이 따뜻한 마음에 욕심, 시기, 질투, 원망, 미움이 들어오곤 합니다. 그런 것들이 거센 바람을 일으키면 우리의 마음은 닫히고, 불평과 불만이 자라게 됩니다. 그런 바람 속에서는 좋은 기억이 생기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하늘나라는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닙니다. 하늘나라는 학식으로 얻는 것이 아닙니다. 하늘나라는 권력으로 차지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늘나라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하면 갈 수 있습니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나눌 수 있으면 갈 수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공동체를 위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기꺼이 나이테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이곳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사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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