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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진정한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며 율법을 바라봐야 합니다!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9-03 조회수3,268 추천수5 반대(0) 신고

미풍이 불어오는 어느 봄날, 안식일에 제자들은 예수님의 뒤를 따라 파릇파릇한 밀밭 사이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구원자 예수님의 동역자로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은 의기양양·사기충천한 얼굴로 씩씩하게 밀밭 사이를 걸어갔습니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큰 뜻을 품은 제자들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뱃속에서 흘러나오는 ‘꼬로록’ 소리를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제자들의 눈길은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부드러운 밀 이삭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덜 여문 부드러운 밀알은 비벼서 날 것으로 먹기도 했었습니다. 제자들의 손이 자기도 모르게 밀 이삭을 훑어 입으로 가져갔던 것입니다. 사실 신명기에 따르면, 굶주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웃의 밭에 들어가 밀 이삭을 자르는 것을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너희가 이웃의 곡식밭에 들어갈 경우, 손으로 이삭을 자를 수는 있지만 이웃의 곡식에 낫을 대서는 안 된다.”(신명기 23장 26절)

  

그러나 그날은 안식일! 바리사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습니다. “당신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오?”(루카 복음 6장 2절)

  

바리사이들의 외침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침소봉대’(針小棒大)였습니다. 말마디 그대로, 바늘을 몽둥이라고 과장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본격적인 추수 행위나 노동 행위도 아니고, 지나가며 밀 이삭 한두 가지 잘라 먹은 것을 가지고 안식일 규정 운운하니, 참으로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쫀쫀하고 천박하기 이루 말할 데 없는 바리사이들 앞에 예수님의 지혜가 돋보입니다. 사무엘 상권 21장 1~7절을 인용하며 다윗과 그 일행이 겪은 사건을 소개하십니다.

  

“다윗과 그 일행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한 일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아무도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집어서 먹고 자기 일행에게도 주지 않았느냐?”(루카 복음 6장 3~4절)

  

이스라엘 성전 성소에는 봉헌된 열두 개의 빵이 하느님께 바친 제물로서 일주일 동안 접시에 놓여 있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면 사제들만이 그 빵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윗과 그의 일행은 빵을 먹었습니다. 그들은 당시 굶주렸고 다른 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윗에게 빵을 준 사제 아히멜렉도, 율법학자들도, 성경조차도 다윗과 일행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필요에 따라 율법은 유연성 있게 적용될 수 있고, 예외적인 상황 앞에서는 면제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안식일 규정을 비롯한 제반 율법을 해석할 때는 자구 하나 하나에 연연할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며 율법을 바라봐야 합니다. 한 인간 존재가 처하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을 고려하며 율법을 적용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 율법의 주인은, 안식일 제정의 원천은 바로 사람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시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루카 복음 6장 5절)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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