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3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9-04 조회수3,807 추천수6 반대(0)

태풍 아이다의 영향으로 뉴욕에 엄청난 비가 내렸습니다. 제가 있는 신문사도 지하에 물이 들어왔습니다. 아침에 미사에 가니 퀸즈 성당도 지하에 물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마치 하느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낙담하지 말아라, 내가 머무는 집도 이렇게 물이 들어왔단다.” 아무쪼록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이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면 좋겠습니다. 비가 온 뒤에 밝은 태양이 비추듯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함께 하시리라 믿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친구 따라 갔는데 좋은 일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친구의 결혼식에 축하해주러 갔다가 거기서 신랑 측 친구와 인연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친구 따라 갔다가 평생의 배우자를 만나는 기쁨을 얻게 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허리가 아프다는 신부님을 차로 물리치료 받는 곳까지 함께 갔습니다. 기다리면서 저도 같이 치료를 받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친절하게 엑스레이까지 찍어 주셨습니다. 처음으로 저의 허리와 목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아직은 큰 이상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스트레칭을 자주하라는 말을 들었고, 덤으로 목과 허리에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친구 따라 우연히 갔는데도 정성껏 치료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가게는 몫이 좋아야 하고, 집도 학군이 좋아야 하듯이 좋은 친구가 있으면 덤으로 주어지는 것도 많습니다.

 

돌아보니 저의 사제성소도 친구의 영향이 컸습니다. 할아버지의 유언으로 형제 중에 한명은 사제가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제가 사제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저는 집안 형편상 공고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려고 했습니다. 다른 직업을 갖는다면 교사나 군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978년 성당 주일학교에서 34일 여름 산간학교를 열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권유로 산간학교에 참석하였습니다. 거기서 운명처럼 성당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친구 중에 몇 명은 신학교에 가겠다고 하였습니다. 당시 본당 주임신부님도 학생들을 무척 아껴 주셨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신학교에 가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그때 만난 친구 중에 저를 포함해서 3명이 사제가 되었습니다. 한 친구는 서울에 저는 뉴욕에 그리고 또 한 친구는 시애틀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친구입니다.

 

요한복음에 보면 요한의 제자였던 안드레아는 예수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묻습니다. ‘선생님이 메시아입니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와서 보시오.’ 안드레아는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서 예수님께서 메시아임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형 시몬에게 가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그리고 시몬을 예수님께 데리고 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시몬을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이구나, 너는 앞으로 게파라고 불릴 것이다.’ 게파는 베드로라는 뜻입니다. 시몬 베드로는 동생 안드레아를 따라갔다가 반석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필립보도 친구 나타나엘에게 메시아를 만났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나타나엘을 예수님께 데리고 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나타나엘은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선생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나타나엘은 친구 덕분에 하느님의 아드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너희를 종이라고 부르지 않겠다. 종은 그의 주인이 무엇을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내가 아버지에게서 들은 모든 것을 너희에게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하느님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하느님 나라를 전해 주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어떤 나라입니까? 오늘 제1독서는 하느님 나라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 그때에 다리 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말 못하는 이의 혀는 환성을 터뜨리리라. 광야에서는 물이 터져 나오고, 사막에서는 냇물이 흐르리라. 뜨겁게 타오르던 땅은 늪이 되고, 바싹 마른 땅은 샘터가 되리라.”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신앙인의 길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나의 형제 여러분, 영광스러우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하느님께서는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을 골라 믿음의 부자가 되게 하시고,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약속하신 나라의 상속자가 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예전에 읽은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눈 쌓인 길을 걸어갈 때는 발걸음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그 길은 뒷사람이 따라오는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랍니다.” 신앙인은 친구가 되어주신 예수님 따라서 하느님 나라로 가는 사람입니다. 내가 가는 길이 이웃에게 하느님 나라로 가는 이정표가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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