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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69 - 추억의 이름으로 (카즈베기/조지아)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1-10-10 조회수1,195 추천수0 반대(0) 신고

 

카즈베기’에서 빼놓을수 없는 액티비티중의 하나는 ‘유타 트래킹’이다

 

유타트래킹의 “트레일러”는 마을에서 좀 떨어져 있는 곳으로 대중 교통이 없기 때문에

 

마을에서 트래킹을 시작하는 입구까지 데려다 주고

 

시간에 맞춰 다시 마을까지 데려다 주는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택시들도 ‘트빌리시’에서 올 때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금액이 없어 흥정을 해야 한다

 

택시 한대당 대충의 적정 금액이라는 있고 당연히 인원이 많으면 개인이 부담 해야 할 금액이 그 만큼 줄어든다

 

택시 말고는 함께 이동하는 페키지가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번 있기는 하지만

 

하루 전에 신청을 했는데도 자리가 없는 것이 이용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결국 아침식사를 하고 택시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혼자서 택시를 타기에는 비용부담이 돼서 함께 탈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들이 오지를 않는 거다

 

어제 패키지를 신청을 했을 때 사람들이 많아 자리가 없다고 해서

 

나름 ‘유타’로 가는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마치 딱 나만 짤리고

 

다음에는 신청하러 온 사람이 없었나 싶을 정도로 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

 

마치 버스를 탔을 때 서있는 사람들이 없어서 자리가 있겠거니 하고 앉을 자리를 둘러봤는데

 

정확하게 만석이고 딱 나부터 자리가 없는 경우를 당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한참을 기다리는데 여러 대의 택시 중 한 택시 기사분이 먼저 흥정을 걸어온다

 

아마도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실제로 유타로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모양이다

 

만약 가는 사람이 많다면 먼저 흥정을 걸어 오지 않았을 것이다.

 

기사분이 나 혼자만 유타까지 왕복하는 것치고는 괜찮은 가격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럿이 함께 갈 때 부담 해야 하는 비용보다는 많이 높아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했다.

 

나는 기다려 보자고 하고 기사분은 오분 간격으로 얼른 가자고 조르고… 

 

이렇게 이삼십을 다시 기다리고 있자니 드디어 처음으로 유타로 가는 사람이 나타났다

 

한국 사람이고부부였다.

 

그렇게 가자고 조르던 기사분께 드디어 출발하자고 했더니 갑자기 원래 나에게 제시했던 금액을 각각 세명이 내라는 거다

 

아까는 나 혼자였고 지금은 세 명이니 조금 더 낼 의향은 있지만 이건 완전 “바가지”인거다

 

상황을 파악한 남편분께서 바로 다른 택시를 알아보신다

 

택시는 여럿이고 손님은 우리뿐이니 택시기사 몇 명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만

 

원래 생각했던 금액이 있었는지 남편 분은 흔들림 없이 한푼이라도 더 깍으려한다

 

그런데 흥정하는 시간이 많이 길어지니 아내분이 슬슬 짜증을 내며

 

대충하고 얼른 가자고 하든데도 여전히 흔들림 없는 남편.

 

보통은 살림살이 돈 씀씀이에 여자들이 알뜰하고 남자들이 대충 대충인데 이 집은 왠지 반대 같다고 하니

 

자기네집은 남편이 알뜰하다 못해 너무 지나치다며

 

여행까지 와서 저래야 하냐고 나에게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신다

 

그래도 남편이 알뜰해서 다행이라며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결혼 상대자의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마도 그 조건 중의 한가지는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 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한쪽이 남에게 싫은 소리는 못하면 한쪽은 좀 딱부러지고

 

한쪽이 경제관념이 부족하면 한쪽은 알뜰하고

 

한쪽이 자녀들에게 엄격하면 한쪽은 관대하고.

 

그런데 만약 둘 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면둘 다 경제관념이 부족하면

 

둘 다 자녀들에게 마냥 관대하기만 한다면 가정을 꾸려나가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부부는 살아가면서 비슷해 진다고도 하지만 때론 비슷한 사람끼리 만났어도 어느 한쪽이 변해가기도 한다

 

세상 없이 좋은 남편 옆의 아내가 같이 살수록 점점 독해지는 지거나 혹은 그 반대로 말이다.

 

 

 

유타 트래킹'의 가장 힘든 코스는 시작하자마자 십여분이다

 

거의 45도로 보일 만큼 경사가 심하다 보니 짧은 거리를 가면서도 숨이 목까지 차올라 한 두번은 쉬게 된다

 

하지만 일단 이렇게 올라오고 나면 트랭킹 하는 내내 대부분 완만한 경사가 계속 이어지고

 

혹시 조금 가파른 경사가 만난다 해도 처음에 워낙 독한 경험을 해놔서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유타의 풍경이 유럽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산’이라고 하면 나무들이 울창한 숲만 보아 오던 나에게는

 

나무는 거의 없고 초지와 군데 군데 아직 녹지 않은 눈으로 덮여 있는 계곡과

 

그사이로 흐르는 물길 그리고 멀리로 우뚝 솟아 있는 바위산이 보이는 풍경은 상당히 새롭고 충분히 아름다웠다.

 

산을 많이 가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절대로 춥지 않은 날씨에

 

초록의 들판과 하얀색의 눈 그리고 흐르는 물길에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을 함께 볼 수 있는 풍경이

 

그리 흔하지는 않을 듯하다

 

마치 늦겨울과 심지여 초여름까지 계절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듯하다.

 

 

 

  

 

 

 

인터넷에서 ‘스위스’의 자연 풍경과 ‘조지아’의 자연 풍경을 비교한 글을 보았었다.

 

물론 나를 포함한 보통의 관광객들이 스위스에서도 아름답다고 소문난 곳을 골라서 찾아 가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본 스위스의 자연 풍경은 정말 예술이고 거기에 있는 집들도 일부러 가져다 놓은 것처럼 예쁘고 잘 어울렸다

 

그런데 그런 스위스 풍경에서 집과 전봇대를 지운 것이 조지아의 풍경이란다.

 

하여 “무언가 있는 풍경” 보다 “무언가 없는 깨끗한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보기 위해

 

은근 스위스 사람들이 조지아에 많이 온단다.

 

물론 “적당한 것”이 가장 좋긴 하지만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무언가 있는 것보다 무언가 없는 것” “넘치는 것보다는 조금 부족한 것”이 더 나은 경우가 많다.

 

인테리어나 장신구들도 그렇고 말도 적당하게 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많은 것 보다 차라리 ‘침묵’이 낫다,

 

‘소유’에 있어서도 너무 적게 가졌을 때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많은 것을 가졌을 때 더 큰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우리는 본능처럼 “없으면부족하면” 불안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채워 넣으려 한다

 

그것도 “적당히”가 아니라 “가능한 더 많이.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원래 내가 가져야 하는 몫보다 더 갖게 되면

 

누군가는 자신이 가져야 하는 몫보다 덜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여 자신의 몫보다 더 갖게 되는 것을 세상에서는 경우에 따라 성공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종교적인 입장에서는 분명히 죄다

 

하여 종교를 가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제대로 된 종교를 가진 사람들만이라도

 

자신의 몫으로만 만족한다면 세상의 꽤 많은 부조리들이 사라질 것이다.

 

종교종교인의 역할이란 이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유타는 입구의 가파른 언덕을 올라오면 근처에 캠핑장과 작은 숙소식당이 등등이 있고

 

그 다음에 한참을 올라가 “간이 대피소”에 도착하기 전 까지는 아무런 인공물이 없는

 

완전 자연 그 자체이다. (이래서 스위스 사람들이 많이 오나 보다.)

 

하지만 내게는 그것이 문제였다

 

나름 유명한 곳이고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

 

중간 중간에 식당까지는 아니더라도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간식 거리를 전혀 준비해 오지 않았다

 

특히나 시간상으로 점심 시간도 겹치게 되어있었건만 내가 준비한 것은 달랑 물 한 병이 전부였다

 

다행히 함께 했던 부부가 ‘쵸코바’도 나눠주고 빵도 나누어 주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는 중간에 당이 떨어져 오도 가도 못하고 누군가의 등판에 업혀서 내려왔던지

 

아니면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헬프 미…… 기브 미 푸드……”


이러면서 구걸 아닌 구걸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냥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닌 것이

 

나는 남들보다 식사량이 많은 편도 아니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후에 간단하게 간식을 먹은 후 저녁을 먹지 않는 편이라

 

다음날 아침 식사 전까지 열 몇 시간 넘게 굶어도 별문제가 없는 사람이다.

 

(물론 중간에 자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아침 식사 이후에 점심 식사 시간이 좀 늦어진다 싶으면 의학적으로 맞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이 흔히 “당이 떨어졌다”라고 표현하는 “식은땀이 나고 손이 떨리고 온몸에 힘이 빠지는 현상”이 순식간에 찾아온다

 

그래서 아침 식사가 좀 부실했다 싶거나 점심 식사 시간이 많이 늦어진다 싶으면 미리 간식을 챙겨먹으려고 노력한다.

 

저녁부터 아침까지 열 몇 시간 이상 굶어도 아무 문제 없는 사람이 오전에 겨우 네 다섯 시간 못 참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런 신체 반응이 심리적인 것이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몸이 이렇게 이미 길들여진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부부가 나눠준 빵과 초콜릿이 아니었으면 나는 쓰러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스니커즈” 초코바가 그날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세상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들이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기억을 쌓아 가듯이

 

같은 곳을 여행했더라고 각각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추억을 쌓아 간다

 

또한 같은 물건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듯이

 

나는 유타 트래킹 이후로 마트나 편의점에서 그 쵸코바를 보면 그 부부가 생각나고

 

그 날 보았던 그림 같은 유타의 풍경이 떠오른다

 

추억의 물건이 쵸코바처럼 평범하고 흔한 것일 수도 있어서 다행이다.

 

평범한 우리의 삶도 언뜻 보면 다들 고만 고만 하고 하루 하루 삶이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각자만의 희로애락이 있으며

 

그래서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아픔과 슬픔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나만이 느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기쁨과 행복 또한 있다

 

그래서 남들보다 특별하거나 뛰어나지 않아도

 

남들이 보기엔 고만 고만하고 흔한 삶처럼 보일지라도

 

내게는 특별할 수 있고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10월 20일은 개인으로 쉽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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