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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별지기 신부의 복음 묵상 2021년 10월 24일
작성자정호 쪽지 캡슐 작성일2021-10-23 조회수930 추천수2 반대(0) 신고

 


천주교 부산교구 괴정성당 연중 제30주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오늘의 말씀입니다.



유튜브 듣기 : https://youtu.be/OL6y2Mhtkb4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지키게 하여라.”


완전하신 하느님,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거룩하신 하느님... 이런 호칭들은 하느님을 설명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완성된 하느님이시기에 모자람도 부족함도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은 여러 면에서 전혀 완성과는 거리가 먼 분처럼 느껴지십니다. 당신이 사신 평생인 30여년 조차 한 사람의 인생이라고 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데, 당신이 이루신 일이라고 해도 목수로 시작한 인생이 전부였고 우리가 아는 조금이라도 성공한 사람의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셨습니다.

누군가의 위험한 발언처럼 ‘주님의 인생은 어쩌면 실패한 인생이다’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게 보입니다. 주님이 우리를 구원해주셨다는 교회의 고백에는 의심이 없지만 그러기에 주님이 세상에서 이루신 일들은 어느 하나 ‘마침표’나 ‘닫힌 괄호’가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하늘로 올라가시는 장면을 보고 있습니다. 주님이 하늘로 오르시는 자리는 주님이 결정하신 우리와의 마지막 자리입니다. 영원히 함께 하시는 주님이시지만 적어도 사람으로 오신 주님의 모습을 우리가 볼 수 있었던 마지막 장면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도 탐탁하지 않은 표현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더러는 의심하였다.”

부활이 말하는 것은 예수님의 생애가 모두 옳았다는 것이고 하느님의 뜻이 완전히 세상에 계시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의 마지막 순간 그분의 제자들조차도 아직 의심 속에 있었다는 것은 놀라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주님이 하늘로 올라가셨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항상 그랬습니다. 예수님이 복음을 전하시는 순간에도 제자들은 깨닫지를 못했고, 당신의 죽음을 이야기하시는 순간에도 틈만나면 자신들 중 누가 높은가를 두고 다투거나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했던 제자들입니다.

칭찬보단 꾸지람에 가까운 가르침을 받았던 제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스승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한 녀석은 스승을 팔았고, 한 녀석은 알몸으로 도망쳤으며, 스승을 지키고자 다짐했던 큰 제자는 주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말합니다. 엉망진창이고 아무리 급했던 사건이라 하더라도 순식간에 모두 사라진 상황에 주님은 그야말로 사방이 막힌 상태에서 재판과 죽음에 이르는 순식간의 사건을 겪으셔야 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예언과 함께 시작된 공생활이었지만 하느님의 삶은 바람 앞에 순식간에 꺼져버린 촛불과 같았고 아예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그분의 무덤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제자들이 아닌 여인들이었고, 부활의 첫 목격자 역시 이 여인이었습니다. 주님의 선택을 받은 제자들이 아니라 고작 전해주는 소식에 긴가민가하는 제자들이었습니다. 부활의 소식이 전해져도 계속 믿지 않았던 이들은 결국 주님을 만나고서야 알게 됩니다. 그들은 스승의 예언조차 믿을 수 없었던 셈입니다.

그런 주님이시니 그분의 공생활과 구원사건을 어찌 성공한 삶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부활 후 40일을 보내시고 제자들을 준비시켰음에도 제자들은 이 모양이었습니다. 완전하신 하느님의 이미지가 무너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주님은 이 제자들에게 다시 한 번 위험한 도전을 하십니다. 그들에게 정말 모든 것을 맡기신 것입니다. 이들에게 세상 모든 민족들에게 복음을 전하라 하시는 예수님은 세상 사람들이 이 제자들을 통해 당신을 믿고 하느님 아버지를 알게 되리라 알고 계신 듯 사명을 주십니다.

완전하신 하느님의 사람들은 그분을 닮아 완전해야 하는데, 완전하신 하느님이 부족한 이들에게 완전한 가르침을 맡기셨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당신이 살아계실 때에야 당신이 가서 완성하셨다 치지만 이제 이 사람들이 스스로 복음을 전해야 하는데 주님은 주저 하지 않으시고 하늘로 오르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당신이 함께 하시겠다고 말입니다.

복음의 사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우리의 부족함을 채우고 잘 준비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입니다. 그래서 부족함이 생길 때마다 우리의 반성과 고민은 깊어지고 대책을 위해 애를 씁니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 하나는 이 시작의 모습이 놀랍게도 이런 엉망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고민을 하는 우리가 그들에게 이 귀한 신앙을 이어 받았다는 것입니다. 전혀 모자람 없이 말입니다.

주님의 확신은 우리의 어떤 것보다 강하십니다. 우리는 그럼에도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이 세상이 구원의 희망을 가지고 영원한 생명을 꿈꿀 수 있는 것 역시 이런 주님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약하고 어리석지만 하느님은 분명 우리를 선택하셨고 그래서 우리는 부족함이 바탕이 아니라 그냥 있는 모습으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의 세상도 첫 제자들을 그렇게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한 분 하느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천주교, 부산교구, 괴정성당, 별지기 신부, 정호 빈첸시오 신부, 오늘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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